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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산업자본의 시대, 종지부 찍어야”
새언론포럼, 언론운동 진단 토론회, <조선일보> 활용론 등 뜨거운 토론
 
이기범   기사입력  2007/07/15 [03:59]
민주화 20년 이후 언론 운동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주최로 13일 오후3시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렸다.
 
최용익 MBC 논설위원의 사회로 김승수 전북대 교수가 미디어운동의 대안을 제시하는 발제를 했고, 손영준 국민대 교수, 이강택 KBS PD,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13일 오후 3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새언론포럼 주최의 민주화 20년 이후 언론 운동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대자보

김승수 교수는 지난 반세기를 군사정권의 시대, 재벌의 시대, 미국의 시대, 언론의 시대로 분류한 뒤 양심과 진실을 수호하려는 언론종사자들의 노력과 시민언론운동 등으로 언론시대의 마감을 앞당겨야 한다
 
여기서 ‘언론의 시대’는 거대한 미디어기업이 국가권력, 재벌 등 대기업과 연계해 정보와 대중문화를 독점하는 구조를 형성해 국민을 통제하고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탈언론시대를 위한 미디어 운동의 재정립을 중심으로 발제를 맡은 김승수 전북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대자보
김승수 교수는 “미디어기업은 양극화 체제의 산물이며, 수혜자로 체제를 정당화하는 기능을 하며, 광고주나 국가권력에 의지해 자본을 축적하려고 한다”며 “이런 구조에서 미디어산업자본이 공급하는 뉴스나 프로그램에서 진실성이나 정의로운 가치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탈언론시대를 위한 미디어 운동의 재정립 방향으로 ▲사회문화적 공유가치 확립 ▲시민운동과 기구의 정비 ▲학술운동 개혁 ▲정책-규제 기구의 민주적 통제 ▲지상파방송의 민주적 통제 ▲유착구조의 해체 ▲수용자의 보편적 이익 촉구를 제시했다.
 
그는 공공적 대안으로 미디어산업정책을 미디어문화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공공-유료 방송 서비스의 균형적 발전 정책에서 공공서비스에 방점을 두는 미디어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 강화를 위해 수신료 인상, 디지털 방송 실시,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환수 후 공적소유화, 외주비율 현 40%에서 20% 미만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디어 산업의 집중과 여론 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금지시켜야 하며, 미디어의 사유화를 견제하기 위해 편집권과 편성권의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디지털 공간이 너무 사유화 유료화, 상업화 되고 있다며 디지털 공간에서의 공유지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화 이후의 언론운동에 대해 김승수 교수는 단적으로 편집권을 지키려 투쟁했던 <시사저널>조차 보호하지 못한 것은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 운동의 한계를 들어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대안을 확보하지 못한 전술적인 오류와 대중적 뿌리가 약한 시민언론운동, 공공성-공익성의 가치를 과거 영역을 기준해 얽매인 것, 신문법과 방송법 재개정 운동의 한계, 이념적 토대의 약화 속에 단조로운 저항 운동, 시민과 언론노동자의 적극적 참여가 없는 운동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이념적 정치적 차이에 따른 내적 갈등과 내부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성급히 외부의 힘에 의지한 결과, 독립성이나 자정 능력에 문제를 들어낸 사례도 지적됐다.
 
다음은 주요 토론을 쟁점별로 묶은 내용이다.
 
◆대화 가능한 자본?= 언론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논의는 언론자본과 과연 공공성에 대한 대화가 가능한가라는 질문부터 논란이 됐다.
 
즉 방송에서 유료시장과 무료시장의 명확한 구분을 통한 정책 마련과 각 언론사마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고 압박하는 틀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일정정도 합의는 됐지만 그 온도 차이는 존재했다.
 
손영준 국민대 교수는 “아름다운 자본은 없으며, 용인할 수 있고 대화가 가능한 선이 있다고 본다”며 “공공성 추구에 있어 상업적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그렇다고 상업성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늦더라도 순차적으로 발전이 있으려면 상업자본조차도 사회적 책임론을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한 방송사에서 공익적 상업방송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이는 마치 10차 방정식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따뜻한 찬물, 차가운 난로가 있을 수 없듯이 상업언론에 공익을 부치니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익성만이 유일한 가치인지 논의가 필요하며, 뉴스의 최종적 소비자인 시민의 눈에서 공익적 가치가 어떻게 실현되는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강택 KBS PD는 “자본이 공공적 역할을 부분적으로 하는 것은 자본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사회적 통제에서 발생한 것”이며 “자본이 가진 맹목적 이윤추구 속성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고 말했다.
 
◆안티조선운동의 방향은= 1998년 10월 당시 최장집 대통령자문 국가정책기획위원장에 대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악의적인 보도는 '안티조선' 운동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일보 허위 왜곡보도 공대위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등이 결성돼 조선일보 기고 및 인터뷰 거부 운동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평가도 진행됐다. 이강택 KBS PD는 “지향과 이념의 위기는 반수구자유주의 운동의 한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거 노무현 정권하에 벌어졌던 안티조중동 운동이 한국언론운동에서 제대로 된 운동이었는가 자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핵심이 아님에도 과잉 부상된 것이 아닌지, 시각에 있어서 편의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닌지 제대로 짚어지지 않았다”며 “정권이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가니 시민사회운동도 적당히 같이 가만두는 것으로 넘어간 것은 아니냐”고 비판했다.
 
▲양문석 언론연대 정책실장     ©박철홍
이에 대해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안티조선 운동에 끌려 다니면서 대안적 운동을 만들지 못했다”며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패러다임이 끝났으며, 노 대통령의 인수위 시절을 제대로 봤다면, 공공성의 깃발을 더 활짝 펼치는 쪽으로 운동을 전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양 사무총장은 조중동 문제를 참여를 통한 비판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 귀퉁이라도 참여해 들어가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450만에게 수구의 이야기만 듣게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조중동 활용론은 과거 일제시대 때 지식인의 투항을 상기시킨다”라며 “조중동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해서 투항해선 안되며, 활용론은 조중동을 포장하는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진보적인 사람의 글을 담았다는 것은 조중동에게는 선전용이며, 본 낸 글에 입맛에 맞지 않으면 글을 다 고치거나 수정하게 될 것이며, 결국 그동안 쌓아놓았던 언론운동의 성과와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승수 교수는 “진보적인 글을 싣는 것은 가치가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부작용도 많을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은 문을 걸고 너와 말조차 안한다는 것보다, 그들이 나의 생각을 듣기 바란다면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강택 PD는 “조중동 활용론은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 보며, 조중동에 싸움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닌, 반수구가 상징화되서 모든 과제가 중점화될 때 자유주의 세력과 수구세력이 공통으로 추진하는 과제에 대한 문제를 놓치게 되며, 지금까지 놓쳐왔다”고 지적했다.
 
◆언론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언론을 바꾸면 과연 세상이 변화되는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일 수도 있지만 이날 한 토론자는 정치 지형이 바뀌어야 언론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시했다.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은 “450만부라는 보수언론의 과잉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난 20년 동안 언론 내외부에서 의욕과 열정을 갖고 다양한 운동을 통한 해왔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광호 편집국장은 이어 “정치지형과 언론지형은 조응한다며 공공성 강화를 이야기하려면 좌파 정책 이념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편집국장은 언론개혁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좌경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또 “자본의 예속성 약화, 해방까지는 아니지만 자본이 시장에서 작동하는 총체적 조건에 변화를 주려면 정치지형이 변화시켜야 한다”며 “좌경화로 돌릴 때 가장 걸림돌인 우익운동의 핵심인 우익 언론”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성 깃발의 주체는=노조의 보수적 색깔과 자사 이기주의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공공성의 강화가 어떤 의미로 주어지는가라는 뼈있는 지적도 나왔다.
 
이강택 KBS PD는 “주체의 퇴행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컨텐츠에서도 그런 내용이 반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언론운동 역시 정책 사안에 대해 성명서와 토론회만 남발됐지 대중과 일상에서 무엇이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운동이 정권으로부터는 외형적으로 독립했을지는 모르나 국가 기구, 장치 등에 대해 과연 제대로 독립해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시한 뒤 “KBS 등에 국한시켜 공공성 등을 강화시키면 모든 것이 된다는 식의 담론은 국익론의 범위에 속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강택 PD는 이어 “디지털 환경에서 공공성의 재규정이 강조되는 지점은 찬성하지만, 이것이 대중들에게 체감되기 위해서는 컨텐츠로 표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의 관성화되고 제도화되고 실질적으로 반성하지 않는 언론사의 성원에게 모든 것을 기대해야 하기 보다는 주체를 확대해서 인터넷, 신규매체, 독립미디어진영까지 확대해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랑이 잡다 실패했다면?=언론 노동운동을 하다 ‘큰 꿈’을 품고 정권, 정치권으로 간 인사들에 대한 평가는 언론운동내에도 늘 논쟁사안 중에 하나다.
 
이날 토론회에선 신자유주의 정책을 뚫고 나갈 수 없으면 포기하고 나와야 하며, 시민단체가 알지 못하고 협소하다고 지적만 하지 말고 다시 복귀해 운동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시민사회단체가 파견을 했다면 복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들어간 사람에 대해 통제시스템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사무총장은 “시민사회 활동 정책을 관철시키지 못하거나 변절했다고 비판을 하면 그들은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고 말만하고 복귀하지 않은 채 주류세력에 편입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양 사무총장은 “그들만을 탓하기 전에 참여적 패러다임의 전환적 시점에 대해 고민과 생각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통제할 수 있는 파견을 해야 하며, 그들이 돌파하지 못하면 소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리를 지켰다 못 지켰다는 식의 논쟁은 일어나게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승수 교수 역시 책임을 지고 원상복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김 교수는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나왔어야 하며, 갔다온 것이 죄가 아니다”라며 “10, 20년 동안 말했던 철학이 있음에도 책임지지 않은 자세를 보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운동, 시민사회 분야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고 나가고, 그것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글쓴이는 <언론노조> 선전홍보실 기자이며, 본문은 <언론노조>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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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15 [03: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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