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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총선특명, "인터넷을 장악하라"
정치칼럼사이트 추진, 민주당 지지사이트와 일전벌인다
 
심재석   기사입력  2003/07/18 [18:12]

▲ 민주당 지지논객들만 골라 쏘겠다는 한나라당 사이버특공대의 사격실력은?  © 영화 '쉬리'의 한장면
한나라당이 시대소리, 서프라이즈와 같은 정치칼럼 사이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인터넷 전쟁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보고, 서프라이즈, 시대소리 등과 맞대결 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할 것임을 밝혔다.

그 동안 인터넷 정치토론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도해 왔다. 그 대표격이라 볼 수 있는 서프라이즈는 지난 대선 무렵 국민일보 정치부장 서영석씨가 운영하던 ‘노변정담’에 본지의 칼럼니스트였던 변희재, 장신기씨 등이 참여하면서 태어났다. 서프라이즈는 대선 이후에도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론적 메카로 자리매김 해왔으나 대북특검, 이라크 파병 문제 등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내부의 세력 갈등으로 인해 지난 5월 18일 시대소리, 동프라이즈 등으로 분화되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도 지난 대선시 인터넷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을 인식하고 대선을 전후해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표방한 진/보/누/리/를 개설하였다. 진/보/누/리는 진중권씨, 이강토씨 등 좌파 논객들이 대거 참여하여 좌파적 담론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정치칼럼 사이트는 친노성향의 서프라이즈, 노무현 비판적 지지의 시대소리, 친DJ 성향의 동프라이즈, 친민노당 성향의 진보누리 4강체제로 편성되었다.

반면 인터넷 정치에는 한나라당 등 보수우익정당 지지사이트는 없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인터넷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판단한 듯 하다.

▲[디지털 한나라당 구축전략]이 과연 한나라당을 '방긋~!' 웃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이미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정치칼럼 사이트는 <디지털 한나라당 구축전략>의 일환이다. 한나라당은 ‘디지털 한나라 추진기획단’을 오는 22일 출범시킬 예정이고 김형오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 전략 안에는 인터넷 방송국 설립, 결재방식 디지털화, 온라인 당비모금, 전당원 이메일 갖기 운동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김희정 부대변인은 “온라인에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남,녀 투톱 대변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박진 대변인이 전통적인 역할을 맡고 김영선 대변인은 사이버논평을 전담한다. 이번 정치칼럼 사이트의 논객은 부대변인단이 맡는다. 김희정 부대변인은 일반 네티즌 논객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지만, 일단 부대변인단이 나서서 수준 높은 정치칼럼을 제공하고 네티즌과 직접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이트는) 보수적이지만 건전하게 갈 것”이라고 방향을 설명했고,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각종 담론 싸움에 찾아가 치열한 논쟁도 불사할 생각임을 드러냈다. 민주당 지지 논객들과 직접적인 일전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이 “직접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실명으로 토론에 참가해 봤고, 한나라당 이메일 클럽 회원들과 토론해 봤더니 수준 높은 토론이 가능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번 정치칼럼사이트가 자발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김희정 부대변인은 “그런 비판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알고보면 (서프라이즈도) 청와대와 이심전심”이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미 독립신문이 있지 않는냐는 질문에 “독립신문이 우리당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몇 개 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쪽은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언론이고 우리가 추진하는 것은 칼럼사이트”라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보수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인터넷을 20~30대 젊은 세대가 주도하지만 그들이 모두 개혁적인 것은 아니다. 각 언론사의 토론마당을 보면 보수적인 20~30대도 많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에 보수의 목소리는 결집돼 있지 않다. 비록 독립신문 등이 있지만 독립신문의 논조는 보수적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극우적이라 일반 젊은 보수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한나라당의 이번 계획은 젊은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노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인터넷 정치에 성공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도 한나라당은 망국적인 지역주의에 기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변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볼 만 하다. 이번 계획이 성공해서 건전한 보수의 목소리도 인터넷에서 나와야 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논객들이 벌이는 진지한 토론은 정치문화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정치 칼럼 사이트는 단지 자신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네티즌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야만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한나라당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한나라당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생색내기에 그칠 것인지 내년 총선 이전에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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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18 [18: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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