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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개혁운동은 사회개혁운동이다"
신문시장의 위기 임계점 도달, 신문은 질로 승부해야
 
윤익한   기사입력  2003/06/26 [09:54]

[인터뷰] 전국언론노조 이재국 신문개혁특위 위원장 

언론노조는 지난 6월 23일 낮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 ‘6월 신문개혁 총력투쟁’의 선언문 낭독을 시작으로 독자와 함께하는 신문개혁 대장정의 서막을 열었다. 한주 내내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크고 작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요란을 떨었던 기상청 슈퍼컴퓨터의 예측도 이날 투쟁의 불길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 신문개혁특위 이재국 위원장     ©대자보
지난 24일 저녁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지역언론육성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끝난 뒤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신문개혁의 한복판에서 선 이재국 신문개혁특별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지난 한해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위원장으로 활동한 뒤 취재 일선에 복귀, 5개월 동안 경향신문 미디어 담당 기자로 글쓰기를 해왔다. 오랜만에 등장한 신문출신 전임자라는 주위의 기대 속에 기자에서 ‘운동가’로 돌아온 그를 만나봤다.

이 위원장은 대자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문이 바로서야 언론이 바로서고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설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평소 부드러운 모습의 평범한 기자에서 ‘운동가’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묻자, “지난해 말 경향신문노조 지부위원장을 마치고 미디어 부서에 복귀한 뒤 언론 현업에서 진실된 보도를 하고, 우리 언론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신문시장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또 “진실된 보도를 하지 않고 왜곡 보도를 함으로써, 전체 신문시장이 스스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개혁 운동이 현업에서의 일과는 달리 노숙투쟁을 비롯, 언론노동자들을 만나고 설득해야 하는 궂은 일이 많은 마당에 ‘어려운’ 길을 택하기까지 그의 고민은 적지 않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언론노조 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튀는 성격과 행동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개인적으로 97년 중앙일보의 ‘정보보고문건’ 사건이 언론개혁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 사건은 중앙일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정보보고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며 언론에 공개돼, 국민신당과 중앙일보 사이에 고소, 고발로 이어져 전면전 양상을 보였다. 이 사건으로 언론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심각할 정도의 수준에 달했다는 사회적 우려가 확산됐다. 이 위원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당시 정치부기자였는데, 많은 환멸을 느끼고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향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 가져, 그러나 지금은 행동할 때”

언론노조 전임자 중 신문출신 특위위원 파견은 지난 94년과 2000년 이후 세 번째다. 신문출신 조합원들이 언론노조에 파견되기 어려운 이유와 자신이 전임 파견된 배경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노조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문사가 재정문제 등으로 인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조합원 대부분이 노조 전임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다”면서 “지난 해 언론노조 지부 위원장직을 마치고 현업에 돌아가 있으면서, 이땅의 언론인으로서 글을 쓰는 것 이상의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면을 담당하면서 현업에 복귀한 5개월간을 “경향신문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신문개혁에 작은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행동할 때이고, 그만큼 신문시장이 겪고 있는 위기는 절박하다”고 경향신문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신문개혁을 실천하는데 있어 언론노동자들의 저조한 참여는 많은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또 개혁의 주체인 기자들 스스로 책임을 잊은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언론계 안팎에서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투쟁 과정에서 언론노동자들의 참여 정도에 대해 묻자, “소속에 따라 역사인식, 문제인식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노조의 불참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조중동 등 족벌신문들의 기자들 중에 올곧은 글쓰기를 언론인의 사명으로 인식하고 이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조중동의 불공정거래와 신문시장 독과점이 신문시장 전체를 혼탁경쟁과 이전투구식으로 몰고간 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신문개혁의 시발점이 조중동의 독과점 해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안티 조중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언론이 때로는 문제를 외면하고 동업자 의식에 젖어있었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신문개혁이 안티 조중동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신문개혁 운동은 언론노동자들 스스로 잘못된 구조적 문제를 풀고, 불공정한 거래질서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보도를 하는, 참언론을 지향하는 언론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고민에서 신문개혁운동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이재국기자     ©대자보
그는 “언론에는 참언론, 진실된 언론과 거짓언론, 사이비 언론이 있다, 그중 사이비 언론들은 언론기업이나 사주의 부도덕한 목적에 도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을 이분법으로 구분 짓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 기준의 조심스런 적용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진실보도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이 바로 거짓 언론, 저급한 언론”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신문개혁 운동은 신문시장정상화를 통한 독자주권확보와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의 법제화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갖고 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신문시장은 조중동의 불공정 거래에 의한 독과점과 여론지배가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위원장은 “신문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에는 조중동은 물론 수구세력의 정치적 대변자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과 일부 사이비 언론학자들도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사회개혁 차원에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개혁의 주최 및 주관 단체 가운데는 그동안 안티조선 운동을 벌여온 곳도 있다는 점에 대해 “참여단체 중 전국민중연대나 경향신문이 직접적으로 안티조선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방법들이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하다고 본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조중동이 여론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이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신문개혁 운동은 이미 그 한계점을 안고 출발한 것인데, 이 위원장은 이 부분에서 “조중동은 우리가 하고 있는 신문개혁운동에 대해 이미 편파, 왜곡 보도를 해왔다.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해와 관심을 구해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 전임자답게 “우리가 한계점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운동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겠냐”며 “신문개혁 운동이 옳고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부 족벌신문 기자들 ‘반복학습’통해 자기검열 하기도”

최근 족벌신문들에서 볼 수 있는 집단적인 일회적, 편향적 논조를 보면, 그 안에 있는 기자들마저 ‘자사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는 것이 사실 아니냐는 물음에는 현업에 복귀해 미디어 기자로 있을 때를 예로 들면서, “몇몇 교수들의 글이 조중동 기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입맛대로 편집돼 전달되는 과정을 보았다. 해당 교수들도 완전히 소설을 써놨다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해당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조중동 기자들로부터 어떠한 이의제기도 듣지 못했다.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반박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주가 편집장을 임명하는 등 조중동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조중동 기자들 중 일부는 이미 사주와의 부당한 관계들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위 기자가 편집장이 요구하는 기사를 쓰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내려온다는 ‘반복학습’을 통해 자기검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개혁운동은 신문시장의 위기가 위험수위를 넘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상황 인식이 언론노동자들을 거리로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과연 위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위기상황을 ‘신문기업의 위기’ 와 ‘신문의 신뢰에 있어서 위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거대 신문들마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고,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우리사주나 사원들의 출자를 통해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문자체의 신뢰의 위기’에 대해 한국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예로 들면서 “신문은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말했다.

“공정경쟁 속에서 질 높은 신문 등장할 것”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통과될 경우 우후죽순격으로 신문이 난립해 전체 신문시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자 “지역신문은 아직도 지역 토착세력이나, 건축업자 등과 같은 유력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철에는 지역신문들이 실제 동원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신문도 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이나 일정한 재정 자립도를 갖추었을 경우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입법 추진하고 있는 지역신문법안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지역신문도 자율경쟁에 의해 질높은 신문은 지역민들에게 선택받고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하고 질적으로 평가받자는 것이 어떻게 하향평준화인가”라고 되물으며 “일부 신문이 언론시장을 독점하고, 대규모 무가지와 경품으로 뿌리면서, 늘어난 부수를 가지고 질적으로 우수한 신문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다양한 신문이 경쟁하는 관계 속에서 오히려 질적으로 우수한 신문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지하철 근처에서 뿌려지는 무가지들이 중소 신문사에 타격을 입혀 신문시장 전체의 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데에 대해서 “데일리 포커스, 메트로에 이어 오마이뉴스도 최근 지하철 근처에서 무료로 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스포츠신문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구 신문시장에서는 이미 무료로 뿌려지는 신문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질적인 경쟁체제로 전환, 무료로 뿌려지는 신문보다 정보의 깊이와 볼거리가 많은 신문들은 독자들에게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진행될 신문개혁운동의 성과와 운동이후의 변화에 대해서 묻자, “신문개혁은 사회개혁운동이라고 봐야 한다. 단순히 10월 정기국회에서 몇 가지 사안의 법제화를 위해 신문개혁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두르지 않고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당당하게 무릎 꿇지 말고 살자”

인터뷰가 지속되는 동안 그는 거리투쟁 때문인지 검게 그을린 듯한 피부와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며 때로는 강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끝으로 ‘삶의 좌우명과 자신의 10년 후 모습을 그려본다면’이라는 질문에 “좌우명은 ‘당당하게 무릎꿇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평범한 기자로 남고 싶다. 독립언론 경향신문에서 10년, 20년 후 올곧은 언론의 모습을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함께 정직한 기자로 생활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운동이 훗날 나뿐 아니라 언론노동자와 독자들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신문개혁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국 기자는 대학 시절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90년에 경향신문에 입사했다. 입사 후 정치부 생활 6년을 비롯해서 사회부, 경제부까지 두루 거치면서 올해로 경력 14년차 기자생활을 해오고 있다. 경제부서를 마치고, 지난해 언론노조 경향신문 지부위원장으로 일했고 올해 경향신문 종합기획부 미디어담당 기자로 활약했다. 그리고 6월 9일부터 언론노조 신문특위위원장으로 신문개혁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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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희, ‘전국언론노조 이재국 신문개혁특별위원장’인터뷰(미디어오늘) 



전국언론노조는 6월 투쟁에서 신문개혁 과제를 사회쟁점화한 뒤 10월 정기국회와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각 당에 정기간행물법 등의 입법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6월 투쟁을 범국민적 공론화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일주일간 결의대회, 토론회, 문화제, 노숙투쟁 등 노조 조합원과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 신문개혁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키로 했다. 또 6월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연대회의가 함께 참여하는 가칭 신문개혁국민운동본부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문개혁을 위한 연속토론회>

주최 : 전국민중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향신문

주관 :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새언론포럼, 한국언론정보학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일시 : 6월 24일~27일(매일 14시~17시)
장소 :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

  토론1(24일) : 지역언론육성 어떻게 할 것인가(발제-문종대 동의대 교수)
  토론2(25일) : 신문시장 정상화 해법을 찾아(발제-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토론3(26일) : 정기간행물법 개정(발제-이용성 한서대 교수)
  토론4(27일) : 여론 독과점 이대로 둘 것인가(발제-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신문개혁 시민 문화제>

주최 : 전국민중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관 : 전국언론노동조합
일시 : 6월 27일 오후 8시
장소 : 국회 앞(국민은행 앞)
출연 : 안치환, 이은미, 자두, MBC보컬, KBS국악관현악단
       연사 : 김중배(전 MBC 사장)
              박원순(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단병호(민주노총 위원장)
              정광훈(민중연대 상임의장)

<신문개혁 결의대회>

주최 : 전국민중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관 : 전국언론노동조합
결의대회1 : 2003년 신문개혁 총력투쟁 선포식
   일시 - 6월 23일 12∼16시
   장소 - 프레스센터 앞(가두행진)
결의대회2 : 신문개혁 3대 입법 쟁취 결의대회
   지역신문발전지원법·정간법 개정, 여론독과점 규제법 제정
   일시 - 6월 27일 오후 7시
   장소 - 국회 앞(국민은행 앞)
문의 : 전국언론노동조합 (전화번호 : 02-739-7285~6, 홈페이지 http://media.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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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26 [09: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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