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행성 전자도박 '바다이야기'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흉흉하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이 바다이야기의 열풍을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대로 권력형비리가 아니고, 단순한 정책상의 오류라 규정한다.
참 속편한 발상이다. 이 도박열풍의 최대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도외시하는 철면피한 자기변명이다. 어느 동네든 우후죽순격으로 어김없이 들어선 이 허가받은 도박장에서 주머니돈이든 사업자금이든, 생계자금이건 아낌없이 털린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월수입 200만원 미만의 서민들이었다. 도박의 궁극적 책임은 각 개인에게 있다. 그러나 사회분위기가 이를 진작하고 유혹의 수렁을 합법적으로 마련한다면 이것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몰기에는 부당하고, 불합리하다. 강원랜드가 허가받은 도박장이긴 하되 일반 서민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 교통편도 불편한 외딴 곳에 진치고 있는 그 곳을 일부러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용자들에게는 충분히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지만, 바로 거리를 나서면 예전의 구멍가게처럼 널려있는 그런 곳에 우리 국민들이 무슨 수도사라고 그런 유혹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처음엔 호기심 반 재미 반하여 가볍게 접근하다가, 이윽고 귀한 돈을 날린 분풀이에 생업을 잊고 도박에 열중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24시간 대로상에 불야성을 이루고 가난한 서민들의 쌈짓돈을 우리려고 흉물스런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추잡한 업소들을 정책적으로 장려하여 폭발적인 성황을 이루게 한 무리들이 누구관대 지금 단순한 정책상의 오류라는 망발을 뇌까리는가. 노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다이야기 감사 수수결과로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참여정부의 투명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헛소리를 뇌까리는데 그가 정녕 명목상이나마 우리 국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지위에 있는 사람인가. 게이트든 아니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런 허가받은 도박장에서 수백만 서민들의 생계가 철저히 망가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니던가.
아직도 일부 맹목적 노무현지지 무리들이 속절없이 당하는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어리석은 눈물을 짓는데 그네들 눈에는 이런 엉터리 대통령을 둔 우리 국민들의 불쌍함은 눈에 안 뵈이는가. 파스칼이 도박을 정의하되 "'불확실한 것을 얻으려 확실한 것을 거는 행위"라 했다 한다. 참 멋들어진 말이다. 참여정부는 이번 '바다이야기'문제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도박정권이라 불릴 만하다. 노무현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제안이 바로 그랬다. 대통령직을 제외한 모든 권력을 준다는 확실하게 주는 것에 비해, 받을 것은 지역주의를 종식할 개헌같은 추상적인 것이었으니 이것이 바로 도박성제안이요.
최근 열린우리당 당의장 김근태가 재벌에게 주는 제안 역시 출총제 완화같은 확실한 제안에 비해 받을 것은 기존에 이미 나돌던 일자리 창출같은 추상적인 것이었으니 이 모든 것이 파스칼이 정의한대로 도박냄새가 물씬한 짓거리들인 것이다. 일반 가정의 위기에 빠진 살림을 도박으로 구제할 수 없듯, 나라살림 역시 그러하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어려울수록 도박성제안을 걷어치우고 바른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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