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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비판하면 편파방송되는 거야? 그런거야?
PD수첩 방송 놓고 정부측 공식 비난, 민노당 "FTA강박증 도지나" 비판
 
김영수   기사입력  2006/07/05 [17:28]
4일 저녁 MBC PD수첩의 FTA 방송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측에서는 방송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편향성' '과도한 정치적 색깔' '횡포'라는 단어를 서슴치 않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경우 PD방송이 사실에 근거하여 적절한 비판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정부측의 공식적인 비난이 '언론자유 침해'라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날 PD수첩 방송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전례를 통해 FTA에 대한 폐해와 후유증과 함께 정부의 협상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분노케 한 점은 FTA에 대한 한국정부의 협상 과정과 인식이었다.

PD수첩은 "경제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막대한 수익들이 거대한 숫자로 국민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도, 몇몇 고위 관료들에 의해 밀실에서 정책이 결정되는 것도, 반대 의견에 대해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정부의 수사까지도 황우석 사태와 너무나 유사하다"는 취지로 이날 방송을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2004년 말까지 한미 FTA는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미국 역시 한국과의 FTA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갑작스런 방향 전환으로 FTA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됐다. 한국 정부가 4대 선결 조건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4대 선결조건이란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쇠고기 수입 재개, 스쿼린 쿼터 철폐,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완화, 의약품 가격인하 조치 완화 등이다.

방송은 "정부의 FTA 홍보자료가 급조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으며 심지어 몇몇 자료들은 조작과 은폐의 의혹까지 받고 있다"며 "FTA 추진 과정에서 정부측 연구기관 조차 제대로 된 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것. 그나마 정부가 의존하고 있는 보고서 역시 1차 협상을 불과 6개월여 앞둔 올해 1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나온 것이 처음이었으며 이후 나온 보고서들 역시 급조된 성격이 강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PD 수첩 방영 후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정부를 성토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이어졌다.

전문가들 역시 '쇠고기 같은 중요한 협상카드를 쉽게 내준 것 자체가 문제였다"면서 한국의 협상 자세를 문제삼았다.

이 방송에 따르면, 무역수지 또한 한국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예측한 보고서에 의하면 FTA 체결 4년 후에는 한국의 대미 흑자가 90억불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역시 대미무역수지 악화를 인정했다고 방송은 밝혔다. 대신 정부는 수출증가를 통한 고용창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제는 고용창출 효과 역시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수출을 통한 제조업의 고용 증가는 가능하겠지만 이것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

방송에 따르면, FTA 협상을 추진하는 정부측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가 실시한 FTA 공청회는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에 요식행위로 치뤄졌다는 것. 그만큼 객관적인 정보 제공이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을 뿐더러 국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인 홍보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협상 3개월 전부터 의회와 이익집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종 정보와 의견을 수렴하는 미국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고 방송은 평가했다.

특히 방송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FTA협상단 구성 자체가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아울러 FTA를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의 태도 역시 '수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방송에 따르면, FTA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인 의약품과 관련된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의원은 “선결조건을 봤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선결조건이 뭐냐?”고 되묻거나 심지어 협상 초안도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정경제위원회의 또 다른 의원 역시 “자세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FTA에 대해 무관심한 자세를 보였다.

방송후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잠이 안올 정도로 분통이 터졌다" "외교를 구걸하는 정부" "경악할 정도로 무책임한 정책 추진" "도대체 누구를 위한 FTA인가?" "노 대통령의 업적 욕심 때문"이라는 비난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방송 후 정부측 부대변인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을 통해 "최근 방송사들의 보도 내용과 편성을 보면 ‘공영방송으로서 과연 제구실을 하고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미 FTA 방송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렸다.

김 처장은 PD수첩 뿐만 아니라 한국방송의 지난 달 특집기획 보도를 문제삼으며 "제작자의 정치적 관점이 과도하게 반영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민노당은 정부측 논평에 대해 "정부의 한미 FTA 체결 강박증이 또 도지고 있다"면서 "청와대 앞 집회를 금지하며 시민단체들의 시위 자유를 침해"한 마당에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정부측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정홍보처가 한미FTA 영업부장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비꼬았다.

민노당은 "한미FTA협상은 모든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실체적으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련된 총체적인 사회현상"이라고 강조하면서 "국정홍보처가 비판 여론은 막고 마치 초등학생 계몽하듯 좋은 점만 주입식으로 반복해서 떠들어댈 사안이 아님"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기사제공 : 이슈아이 (www.issu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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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05 [17: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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