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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군대는 동성애자 차별의 성역이다”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철폐 토론회, 군내 인권교육시급, 국방부는 불참
 
이계덕   기사입력  2006/05/10 [23:09]
지난 3월 6일 유정민석 씨의 병역거부 선언과 한 동성애자 사병이 군대에서 받은 인권침해 사실이 사회적으로 폭로되면서 그동안 침묵해왔던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단(준)'은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 철폐 토론회를 열었다.      © 유스투데이 제공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의 관계자는 당초 국방부 인권팀 관계자가 참석하기를 희망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국방부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인권팀에 토론회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것은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방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라며 "국방부가 군대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정욜 활동가는 "국방부령 제556호 <징병신체검사 등 규칙>에 명시된 '질병 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 중 정신과 항목에 의하면 트렌스젠더를 '성 주체성장애'로 동성애자를 '성 선호장애'로 규정해 놓고 있으며 이것은 남성 동성애자를 사회에서 규정해 놓은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고 군 기강을 해이하게 할 수 있는 비정상적 집단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전역절차 과정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라는 요구에서부터 강압적인 정신과 진료와 에이즈 검사, 독방생활, 심지어는 성관계 사진을 제출하라는 요구까지 받기도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활동가는 "국방부가 지난 4월 1일부터 실시하고 있다는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 역시 동성애자들의 처우를 조금이나마 개선을 시키고, 보호를 해주는 지침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오히려 국방부가 가지고 있는 조악한 동성애 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는 "첫째 동성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작되지 않았으며 둘째 동성애자는 특별 관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주최측이 국방부 인권팀 관계자를 초청했으나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 유스투데이 제공
국방부의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보면 '▲ 동성애자 병영 내 유입, 확산 차단대책 미비 ▲ 병역기피 수단으로서의 악용우려' 등의 내용이 삽입되어 있다. 정 활동가는 "국방부가 동성애 문제가 유입·확산이 가능한 전염성이 있는 정신병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관리지침은 "군대 내 동성애자를 더욱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변의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은 "군은 전래적으로 가장 폭력적인 위계질서와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것에 익숙해진 공간이며 군대는 힘겹게 버티고 있는 동성애자들에게 사회의 편견과 혐오를 이용해 통제하고 제도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아직 우리 군은 동성애자를 군대를 구성하는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동성애자 병사들을 '성 군기'를 저해하는 가해자 내지 변태적 성벽자로 지목하며 색출하여 분리하고 나아가 처벌까지 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군부대의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대 그리스, 로마까지 가지 않더라도 신라 혜공왕과 고려 공민왕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향가의 기록 속에 은근히 배어 나오는 화랑들간의 사랑, 임꺽정 소설 속의 머슴들끼리의 남색 행위 등 각종 기록은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성 소수자들은 비정상적인 부류가 아닌 '일반적 경향'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덧붙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 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군 형법 92조에는 계간이라는 단어가 있다. 계간은 닭 등 가금류와 이루어지는 성행위를 말하는데 군 형법상 '계간 죄'는 군 간부가 영내 또는 영외에서 사육 또는 생장하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 처벌하는 것이 아닌 동성애를 처벌하기 위한 형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군대에서 강제적인 채혈, 근거 없는 HIV 강제검사, 동성애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성행위 증거물을 제출하라는 등 인권침해가 빈번하고 있는 것은 한국군이 동성애자를 사람이 아닌 닭으로 보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우리 군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닭으로 보는 계두적 차원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 형법은 강제추행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고 있으나 군 형법의 추행에 대해서는 위계에 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는 등 일반 형법에 비해 가중처벌이 아닌 낮은 처벌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오직 계간 항목에 대해서만 가중처벌이 되고 있다. 이것은 다른 유형의 성행위에 대해서는 낮게 처벌하되 군대내 동성애에 대해서는 강력 처벌하겠다는 국방부의 의지 표현"이라고 말하며 "군 형법에서 당장 계간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군대 내의 인권교육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남성간의 성폭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문제도 다루어졌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 인권팀 활동가 자주 씨는 "군대 내 남성 성폭력 가해자의 일반적 유형은 동성애 혐오의 정도가 깊은 이성애자들로, 남성에 대한 성적 공격을 성적 욕구를 기반 한 폭력 행위로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전하면서 "동성애 혐오증을 가지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의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기 위해 성폭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주 씨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남성성이 없거나 손상당한 존재가 되며, 남성에게 있어서 성적 공격을 하는 남성과 당하는 남성 사이에서는 지배·종속. 남자다움·남자다움의 잃음(여성화), 권력의 획득·권력의 상실 등의 의미가 만들어진다. 형사 정책연구원은 1998년 성폭력에 대한 보고서에서 '성폭력을 당하는 남성은 더 이상 남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여성성'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공격당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이미지로 대체된 남성이라는 육체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자신이 동성애임을 커밍아웃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유정민석 씨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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