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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죽더라도 당과 함께 죽겠다"
파장분위기 속 우리당 경선대회, 강-이 연설대결
 
조윤주   기사입력  2006/05/02 [20:48]
"뭐 눈에 안보입니까. 완전히 파장 분위기지"
 
열린우리당 경선장에서 만난 한 기간당원은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게임 시작도 해보기 전에 '진 게임'이라는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시장판 열기도 전에 파장 분위기라는 것이다. 

2일 잠실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개최된 서울 시장 후보 경선전은 여러모로 한나라당의 그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그만큼 경선장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랐다. 
 
▲ 한나라당 경선때와는 비교되는 텅빈 열린우리당 경선장 모습     © 조윤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대회는, 시작 전부터 각종 퍼포먼스와 요란한 꽹과리 소리로 분위기를 띄운 것은 둘째치고라도, 경선 마지막까지 유지된 긴박감이 경선장에 모인 당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까지 높여, ‘흥행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 경선장은 참여한 당원 수보다 빈자리가 더욱 많이 보일 정도로 전반적으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간혹 분위기를 띄우려는 당직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호는 일시적이었고 경선장은 이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찬 한나라당 경선장 모습.     © 조윤주
 
경선 자체 역시 너무 '뻔한' 결과 때문에, 기자가 참석한 당원에게 누구를 지지하는지, 지방선거 승리를 확신하는지를 묻는 것 자체가 민망했을 정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반 당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차이가 나)누구를 찍더라도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이러니 당원의 참석률이 높을 수 있겠느냐"며 한탄했다. 또한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도 해보나 마나지 뭐..."라며 우리당 내 침체된 분위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같은 장소에서 일주일 전에 열린 한나라당 경선전에도 자리했던 기자의 눈에도 당원들의 침체된 분위기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서로 지지하는 후보석에서 즐겁게 얘기하고 환호성을 올리며 흥겹게 유세에 '동참하던' 한나라당의 당원들과는 달리, 드문드문 앉은 우리당 당원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물론, 경선장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강금실-이계안 두 후보의 투지만은 살아있는 듯했다. 
 
▲ 강금실, 이계안 후보와 김정범 선거관리 위원장.        © 조윤주
 
보라색 투피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강금실 후보는 "우리당의 낮은 지지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정치 문외한인 자신이 경선에 뛰어들 때 주위의 많은 우려가 있었다"고 토로하면서 "'죽더라도 나가서 (열린우리당과)같이 죽자'라는 심정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목숨 걸고 나왔다'고 강조할 때는 비장감도 감돌았다. 
 
이계안 후보는 강 후보에 대한 당 지도부의 편애와 편파적 지원이 서운함을 내비치면서, 서울시장 본선에서 오세훈 한나라당과 맞붙을 경쟁자는 본인임을 강조했다. 이미 여론 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강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 후보는 흥이 나지 않는 경선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연설 중간중간 자신이 직접 박수까지 치는 쇼맨십을 발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경선은 대체적으로 썰렁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후보들의 격정적인 연설과, 경선이 열리는 중간에 정동영 의장, 김근태 최고 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참여해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열광적인 분위기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의장은 축사에서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의 민생법안 통과는 오늘 탄생하는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1달여 남은 기간 동안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지만 당원들의 형식적인 박수치는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번 경선은, 일반 당원의 낮은 참여율과 완패를 알리는 여론조사 결과, 당의 낮은 지지율 등으로 인해 '간소한 집안잔치' 쯤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9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한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기대는 자포자기인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패배주의를 극복할만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5월 31일 밤늦은 시각까지 지방선거 개표결과를 지켜볼 일은 없을 것 같다. 
 
 
기사제공 : 이슈아이 (www.issu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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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02 [20: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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