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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철저준비라굽쇼? 서천 소가 웃을 일"
[쟁점] 정태인 전 비서관, 외교통상부 비판에 '납득할 수 없다' 반박
 
취재부   기사입력  2006/04/03 [02:14]
지난 3월 2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프로그램에 출연,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에 대해 "준비도 없는 졸속", "어불성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비판하는 동시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한 지금의 통상라인은 "친미 개방론자" 일색이니 "외교안보적 고려도 하는 신중론자"를 추가로 포함시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에 대해 30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이성호 북미통상과장이 반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1일, 자신의 블로그인 <하종강의 노동과 꿈>(http://www.hadream.com)에 글을 올려 "한미 FTA는 지난해 9월 이후 급속도로 추진됐고, 더더욱 문제인 것은 FTA가 엄청난 외교안보적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물론 동북아위와도 상의를 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들의) 한미 FTA 공동연구는 내년에야 마무리될 것이다. …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가?"라며 비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정부의) 허술한 준비와 지극히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그것도 세계 최강국이자 FTA의 협상경험이 풍부하여 능수능란하기 그지 없는 미국과의 FTA 협상개시를 발표한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과 대등한 수준에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라면서 "서천 소가 웃을 일’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선인들의 지혜였던 모양"이라며 정부의 댕을 다시 한번 날카롭게 비판했다.
 
다음은 정태인 전 비서관의 동의하에 반박문 전문을 게재한다.

▲ 한미 FTA 졸속협상을 강도높게 비판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    ©대자보
외교통상부의 북미통상과장이란 분이, cbs 시사자키에서 방송하고 프레시안에 원고가 실린 나의 한미 FTA 비판에 대해 반박문(?)을 프레시안에 보냈다. 반박이라고 하기보다는 단 네 문장으로 이뤄진 몇 개의 사실을 알린 것인데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재반박이라고 써야 하는 내 처지가 한심하다.  
 
첫째,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 FTA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바 없는 분입니다"
 
이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가 FTA를 담당했던 2월에서 5월까지 나는 한번도 한미 FTA 추진에 관해서 보고를 받거나 상의를 한 적이 없으니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국민경제자문회의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이후 지난 9월까지도 자문회의나, 그 산하 분과 중 주로 FTA 관련 업무를 맡은 대외경제위원회에서 한미 FTA는 검토된 바 없다.
 
둘째, “한·미 FTA는 우리 정부가 “FTA 추진 로드맵(2003.8월)”을 처음 확정하면서부터 지난 3년간 통상교섭본부 등 정부 유관부처와 청와대 유관부서가 심도 있게 검토·준비해 온 사안입니다. 따라서 국민경제 자문회의 사무처에 근무하였던 정태인 전 비서관께서는 이러한 정책결정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인에 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당연히 한미 FTA와 같은 어마어마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각 부처가 참여해야 하고 통상교섭본부가 어떻게 접촉했는지는 모르나 위에서 말한대로 통상교섭본부는 자문회의나 대외경제위원회에 보고를 하거나 협의를 한 바 없다.
 
대외경제위원회는 대외경제정책을 기획·총괄할 목적으로 자문회의 산하에 2004년 7월 하나의 분과로 신설했으며 위원장은 부총리가 맡고 경제관련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보좌하기 위해 같은 해 실무기획단(일단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후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여)을 만들었다.
 
2004년 7월 이전에는 대외 협상을 주로 담당하는데 그쳐야 할 외교통상부가 전체 로드맵 수립과 국내 산업대책까지도 사실상 수립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경부 등 여타 부처에서 통상교섭본부를 견제하며 협상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실무기획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단장은 산업자원부 1급이고 실무는 상근조직의 총괄책임자인 재경부 국장이 담당했으며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으로 구성된 범부처차원의  조직이었다.
 
한편 자문회의의 업무지원을 위해 존재하는 상근기구인 자문회의 사무처에서 FTA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은 부처차원의 실무기획단이 있더라도 이를 청와대 차원에서 총괄할 필요가 있어 대통령께서 경제보좌관에게 2004년 8월경 FTA 업무를 총괄하라는 지시를 내리셨고 그러한 맥락에서 대외경제위원회의 상위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보좌하는 사무처의 사무차장이었던 나는 당연히 FTA 업무를 담당하였다.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사무처장이 경제보좌관이며 내가 맡았던 사무차장이란 자리는 대외경제위원회의 간사격인 경제보좌관을 대리하는, 사실상의 실무 책임자 자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내가 사무차장으로 왔을 당시 통상교섭본부와 실무기획단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었다. 실무기획단 쪽에서는 “FTA절차규정”을 개정해서라도 통상교섭본부가 독단적으로 FTA 업무의 거의 대부분을 추진하는 것을 견제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양 측간 대화조차 불가능할 정도여서 내가 양쪽의 1급을 모아서 조정회의를 만들었고 실제로 회의도 했다.
 
4월경 양측과의 합의하에 외부협상은 통상교섭본부가 하되, FTA  추진방향 및 국내산업 구조조정, 이해조정 등의 내부협상은 자문회의사무처와 통상교섭본부 그리고 실무기획단이 협의하며 이를 총괄하는 것은 경제보좌관이 하도록 정리가 되었다. 따라서 그 이후 통상교섭본부는 자문회의 사무처 및 실무기획단과 반드시 FTA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합의하여야 했다. 적어도 한일 FTA에 관해서는 그렇게 일이 진행되었다.
 
물론 1급들간의 회의를 실무과장이 모르는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모른다고 해서 정책결정라인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채, 엉터리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수만보 양보하더라도 지난 10월 이전에 대외경제위원회에서 한미 FTA에 관한 사실을 보고한 적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결정라인에 있는 사람(자문회의 사무차장, 경제보좌관, 심지어 대통령)을 제외시키고 비밀리에 업무를 추진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뿐만 아니다.  나는 동북아시대위원회 비서관 시절에도 김현종 본부장을 수시로 만났다. 김현종 본부장이 한싱 FTA에서 최초로 ‘개성공단의 한국 원산지 인정’ 항목, 러시아와의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 포괄적 경제 협력 협정)를 추진한 것도 동북아위의 건의에 의해서였다. 
 
내가 자문회의 사무차장으로 온 이후, 김현종 본부장이 “우리나라는 뭐든지 사전준비란 것이 도무지 안되는 나라이므로 외부에서 내가 먼저 사고를 치면(어떤 나라와 협상을 개시하면)’ 정태인 차장이 내부의 문제를 조정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하자”라는 제의를 한 적도 있다(자신의 상관인 김본부장에게 직접 물어보시라).
 
동북아위의 전략은 밑으로는 아세안, 인도, 위로는 일본과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여 중립지대를 확보하고 나서 중국과 미국을 경쟁시키려고 했다. 이 부분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시절에 NSC와도 어느 정도 합의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통상과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내가 정책결정과정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서 모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위치에 있는 데도 고의로 제외시키고 비밀리에 일을 추진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FTA는 9월 대통령의 코스타리카 방문 이후에 급속도로 추진되었고 당시에 이르러서야 경제보좌관과도 상의를 한 사안이다. 더더욱 문제인 것은 FTA가 엄청난 외교안보적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NSC는 물론, 동북아위와도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셋째, “한·미 FTA 협상은 우리 경제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기회이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으로 인해 결코 쉽지만은 않은 협상이 될 것인 바,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한미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win-win의 협상 결과가 되도록 철저히 준비해 갈 것입니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려면 우리의 목표, 마지노선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외교관례상 비밀이라서 공개하지 못한다지만 미국의 전략은 이미 USTR이 미 의회에 보고해서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따로 사이트를 만들어서 그러한 미국 보고서들을 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국민은 우리의 전략을 전혀 모른다.  심지어 대외경제위원회에서 장관들에게 보고한 문건까지 도로 거둬가는 식의 비밀주의가 언제까지 통할 것인가?
 
3년이나 ‘철저히 준비’한 것이 기껏 지난 2월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CGE 모델을 돌리는 등 공식적으로 발표한 세 개의 보고서 밖에 되지 않는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산업연구원(KIET), 농촌경제연구원(KREI) 등이 한미 FTA 공동연구를 시작한 것이 지난 해이다. 이 연구는 내년에나 마무리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가?
 
반면 한일 FTA에 관한 연구는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발주한 것만도 25개, 그리고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내가 주도하여 만든 보고서까지 26개가 있고 민간의 연구까지 합치면 100개가 넘는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내가 FTA 정책결정라인에 있지 않은 사람인데 대통령이 한일 FTA 연구를 지시했겠는가?  내가 있는 동안에도 대외경제위원회 개최를 위해 수시로 통상교섭본부 및 실무기획단과 협의를 해 온 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적어도 그 당시 즉 내가 사임한 2005년 5월 27일까지만 해도 FTA 업무를 총괄하는 자문회의 사무처의 사무차장이자 대통령 1급 비서관인 내가 모르게 그리고 반드시 사전협의가 되었어야 할 청와대의 여타 부서나 NSC조차도 모르게 한미 FTA를 ‘철저히 준비’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설령 백보 양보해 만일 대통령에게만은 사전에 꾸준히 보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기존의 추진체계와 역할분담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진행된 절차상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허술한 준비와 지극히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그것도 세계 최강국이자 FTA의 협상경험이 풍부하여 능수능란하기 그지 없는 미국과의 FTA 협상개시를 발표한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과 대등한 수준에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 ‘서천 소가 웃을 일’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선인들의 지혜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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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03 [02: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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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일이군요 2006/04/05 [19:28] 수정 | 삭제
  • 재경부,외통부 인간들이 숭미주의자들인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놈들이 나라를 망치겠군요. 정태인 전 비서관 말이 만일 사실이라면
    FTA 당장 중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력하게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