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아닌 조중동에 당한 재선거
4개 선거구를 뽑는 10.26 재선거도 한나라당 압승,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지난 봄 4.30 재선거 결과 23:0을 합치면 무려 27:0의 패배이다. 패배를 예견한 여권은 이번 재선거 시작도 전에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의 측근 출신이라고 자부한 대구 동을의 이강철 후보는 선거기간 내 아예 열린우리당 당명을 명기하지도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구에서 득표율 44%를 강조하거나 낮은 투표율, 그리고 무엇보다 대구와 울산 등 영남권 2곳에서 치룬 사실을 애써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린우리당 강세지역인 부천과 홍사덕 후보까지 나서 한나라당 표가 분산된 경기 광주에서의 참패는 외면하고 있다. 반면 압승한 한나라당은 기뻐하면서도 이구동성으로 ‘겸손’ ‘겸허’를 내세우며 ‘국민의 뜻’을 앞세웠다. 무엇보다 연이은 승전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에 빠지지 않고 2007년 대선을 기어코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긴 한나라당이 몸을 사리는 판이다. 벌써 보수층은 “2007년 대선에서 보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선거결과를 놓고 정치권은 승인과 패인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 정치권이 보는 이번 재선거 최대 이슈는 강정구 교수 발언으로 촉발된 색깔론과 국가정체성 논쟁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경제부진을 강조하면서 민생문제를 파고든 한나라당 전략이 먹혔다는 것이다. 과연 민생문제와 색깔론, 그리고 정체성 논쟁으로 열린우리당이 참패했을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바로 자신들에게 있다. 탄핵정국에서 얼떨결에 원내 다수당이 되어 4.15총선에서 의회권력까지 장악했지만 이후 실용과 개혁을 오가는 ‘정체성’ 상실, 미래지향적인 아젠다 부재 속에 개혁세력을 견인해 내지도 못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다. 즉,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모두 국정운영의 기본이 되는 철학의 부재속에 다양한 목소리와 노선의 다양 등은 다수당이 무색할 만큼 오합지졸로 전락한 것이다. 그 다음의 패인은 바로 대언론관계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조선 동앙 중앙일보 같은 수구신문의 위험성을 간과해도 너무 간과했다. 강준만 교수의 지적대로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란 것만 생각해서 이들을 자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용도로만 활용했지 조중동 수구신문을 뛰어넘는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예로 강정구 교수 발언을 보자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색깔론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선거용 특수이다. 이미 97년 대선에서 ‘빨갱이’나 다름없는 김대중 후보의 당선, 이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금강산관광, 그리고 최근 평양 아리랑공연 관람 등으로 색깔론은 이제 위력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문제는 ‘색깔론’에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열린우리당 등 여권의 미숙한 대처가 사태를 더 키운 것이다. 강정구 교수 발언 처리를 둘러싸고 ‘불구속 수사 지휘’라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사상 최초 수사지휘도 사실상 말도 안되는 조치였지만, 그나마 인신보호라는 측면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한 합리적 결정이었지만 여권 내 일치된 목소리가 아닌 어정쩡한 자세가 검찰개혁 문제와 맞물려 확대된 것이다. 어차피 강정구 교수 아닌 어느 누가 뭐라했던 한나라당 지지세력은 때려죽여도 한나라당 찍을 것이다. 강 교수 문제에 대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일관된 정책이 없었기에 열린우리당 지지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외면한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의 결과에서 나타난다. 두 번의 대선에서 나타난 표차는 1-2%, 양쪽 다 고정표를 갖고 있으면서 어느 쪽이 시대정신에 부합되느냐의 싸움이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오지 않은 영남표를 붙잡으려고 자신의 표 마저 건사하지 못한 것이다. 어차피 전통 민주화 개혁세력과 호남세력이 연합한 노무현 정부와 조중동은 이해가 일치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중동 같은 수구신문을 제어할려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원칙에 충실하면서 일관성있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부터 보수세력에 포위되어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을 주미대사에 임명하는 등 ‘우향우’를 보임으로써 당내 개혁파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노 대통령의 ‘우향우’는 ‘보수껴안기’ 아닌 보수에 포위된 것을 이르며, 과거 김대중 정부, 또는 김영삼 정부 때와 다른 정책적인 면에서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다. 참여정부들어 개혁정책의 후퇴, 신자유주의의의 확대, 양극화와 빈부격차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손놓고 있는 사이에 그 많던 개혁세력은 사분오열되고 만다. 참여정부와 조중동 수구신문 간의 내용없는 싸움으로 인해 개혁세력은 오히려 개혁피로증을, 보수세력은 참여정부의 허점만 집중공격 함으로써 노 대통령은 개혁도 보수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이 난국을 일거에 해결하는 수법으로 ‘연정’을 제안했지만, ‘권력이 절반 아닌 전부’를 원하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응할 이유가 전혀 없어 노 대통령은 더 큰 정치적 타격만 입게 된 것이다. 이제 노 대통령 및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속수무책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권력누수는 별 것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미 정부 권력층과 공무원 등에서도 한나라당 차기 대권후보에게 줄을 설려고 하고, 내년 지자체를 겨냥한 기초의원들도 열린우리당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면 정권 붕괴는 불보듯 뻔한 것이며, 이른바 YS말기처럼 식물정권이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제는 열린우리당 내 ‘대선불패’ 믿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과거 개혁세력은 지자체나 총선 등 전투에서 져도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과거 두 번의 기적같은 대선 승리가 이같은 믿음을 뒷받침 했다. 그러나 현재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개혁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구호가 아닌 사회 전반의 각종 정책에서 개혁성을 담보로 해야한다. 특히 사회양극화와 복지확대, 경제 활성화 등에 초점을 맞춰 개혁세력을 견인해 내야 한다. 지난 4.30 재선거에 이어 이번 10.26 재선거도 참패한 것은 정부여당엔 득이고 한나라당엔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직도 2년이 남은 만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하기에 따라서는 위기는 기회로 될 수 있다. 그러나 뼈를 깎는 자성과 반성없이 구태에 안주한다면, 이는 개인의 죄를 넘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과연 해법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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