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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한 초등학생 상훈이를 위한 진혼기사
언론과 경찰 '친구 다치게 한 죄책감'으로 자살단정, 자살동기는 미궁
 
서태영   기사입력  2004/07/16 [14:53]
상훈이 죽음을 세상을 알린 신문 보도의 첫 문장은 틀리지 않았다. "3일 오전 8시40분쯤 대구시 수성구 모 초등학교 교무실 뒤쪽 주차장에서 이 학교 4학년 손모(10)군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것을 교사 박모(36.여)씨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오후 5시20분쯤 숨졌다."(매일신문 7월 5일치 최병고 기자)

▲의혹에 쌓인 사고사일 수도 있었던 황금초등학교 손상훈군의 죽음을 자살로 보도한 영남일보 기사. 자살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신중함과 뼈저린 각성이 뒤따라야     ©보도사진닷컴

 
알 수 없는 죽음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자살로 추정해 버리는 기사는 무책임하다. 보건복지부에서 권고안을 추진할 정도로 자살보도에 부주의했다.  "경찰은 손군이 다소 소심하고 겁이 많았다는 가족의 말에 미뤄 친구를 다치게 한 미안한 마음과 두려움 때문에 4층의 교실 복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같은 기사)

우리나라 언론은 "친구 다치게 한 죄책감에 자살하는 아이들"(영남일보)을 당연시할 정도로 청렴결백증을 보이고 있다. 상훈이의 죽음이 자살로 굳어진 것은 불성실 수사를 한 경찰과 받아쓰기 언론이 찰떡궁합 공조한 탓이었다. 4층에서 떨어져 장파혈로 숨진 황금초등학교 4학년 4반 고 손상훈(11)군. 그의 죽음이 자살로 확정되기까지의 진실은 비록 그가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재조사해야 할 의문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밝혀져야 할 것은 밝혀야만 한다. 죽은 시인의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상훈이의 죽음에 대한 의혹은 선생이 아닌 초등학교 아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들어 왔다. 초일류교육을 받은 양식 있는 교사들로 채워진 교단에서 왜 이렇게 양심불량 의혹이 진동하나. 선생들은 쉬쉬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라고는 하나 결코 교육자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죽음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기에 엄중 문책받아 마땅하다.    
 
경찰은 섣불리 자살 결론짓지 말고 언론은 자살사건 함부로 보도하지 말아야 

뒤늦게 이 소식을 접수받고 출동한 아침, 교문 밖에서는 "제보를 기다린다"는 현수막 옆으로 상훈이 할머니와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상훈이 어머니 오영숙씨는 화장한 유해와 영정을 들고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할머니는 이자에 앉아 "내 손자야, 내 손자야. 불쌍한 우리 손자"야 라고 곡을 하고 있었다. 어른이 지나갈 때는 울음을 멈추고 허접하게(?) 써내려간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현수막 걸고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16절지에 새긴 전단을 배포하는 것이 전부지만, 학부모와 동네 주민들 또한 이러한 유가족의 외침에 소리 없이 돕고 나섰다. 자녀를 등교시켜 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한 학부모는 낮은 목소리로 "어머니, 힘내세요!"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5일 상훈이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상훈이 어머니 오영숙씨는 학교 교문 앞에서 "상훈이의 죽음을 밝혀달라"는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시위로 발전했다.
 
▲상훈이 할어머니의 학교 앞 시위 모습     ©보도사진닷컴

 생업을 짊어지고 있는 오씨는 하던 일을 접어두고 이 일에 전력하고 있다. 상훈이의 '자살'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를 죽인 것도 아닌데 단지 다치게 해서 미안하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4학년이,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무서운 11살 아이가 학교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부모의 주장은 지극히 당연한 의문으로 보인다.
 
황금초등학교 누리집(www.hanggum.es.kr)에는 졸지에 자식의 죽음을 맞이해 경황없는 젊은 부모의 심정을 대필한 "정중히 부탁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학생이나 교사의 진실된 답변을 부탁한다는 글 밑에 굴비글은 거의 달리지 않고 있다. 우리 양심의 처량함이 느껴진다. 학교측에서 상훈이 부모에게 전해준 사건의 대강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학생들이 운동장 청소를 하다가 훌라후프가 나뭇가지에 걸렸다. 그래서 학생 여럿이서 돌맹이를 던져 훌라후프를 꺼내려던 중 친구가 상훈이가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다쳤다. 그래서 다친 학생 어머니가 오셨고 다친 학생과 함께 상훈이를 양호실에 데리고 갔다. 그리고 다친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병원엘 갔고 상훈이를 잠시 양호실에 두고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양호실에 와보니 상훈이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없어져 버렸고 얼마 후 교무실 뒤쪽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해 병원에 데리고 왔다...... 양호선생님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다친 학생의 어머니도 상훈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고 혼내지 않았다. 잠시 양호실에 있으라고 한 사이에 스스로 겁에 질려 죄책감에 뛰어내린 것 같다..."
 
양호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런데 학교 주변에서 만난 학생들은 양호교사와 담임선생에 대해서 호랑이 선생님으로 평한 것이 중론이었다. 어떤 학생은 학교에서 다쳐도 양호선생님이 겁이 나서 양호실을 잘 찾지 않는다고 했다. 유족측은 돌을 얻어맞고 다친 학생이 양호실에서 선생님이 상훈이를 호되게 꾸짖었다는 진술을 남겼다고 했다. 또한 사건 당일 교장 선생님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잘 아는 신아무개 교수를 대동하고 나타나 "학교의 명예를 생각해 신고를 하지 않으면 직장 알선을 해주겠다"는 제의도 받았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상훈이 아버지는 현재 실직상태이다. 

루소 가라사대 '추정을 모르는 학생들'의 목격담은 경찰 수사 결과와 달랐다. 상훈이가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합창단원 ㄴ모군 뿐만아니라 고학년 교사동 맞은 편 저학년 교사동에 있던 1∼3학년까지 망라된다. 학교 주변에서 만난 1학년 ㅊ모양은 "오빠가 안전봉을 잡고 있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자기 반 친구들도 자신처럼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같은 층-2층-에 있던 1학년 3반 학생들은 책상 위로 올라가 손군이 추락하기 전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목격했다고 전했다. 2학년 ㅈ모양은 추락하기 전 손군이 위험하게 창문 밖 안전봉을 붙잡고 놀길래 친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오도록 했는데, 안전봉을 만지고 놀다가 추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학생들이 창문 밖의 안전봉을 뱅글뱅글 돌리며 위험하게 놀았다고 말했다. 사고 뒤 저학년층 교사 복도 창문을 밀폐한 것이 안전조치였다면 안전조치의 전부. 손군이 추락사한 현장의 창문은 여전히 위험하게 열려 있었다.  대체로 상훈이가 5학년 3반 복도 창문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봉을 잡고 있다가 떨어졌다는 것이 추락을 목격한 학생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아이들의 목격담을 종합해보면 자살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자는 몇일 동안 상훈이 가족, 황금초등학교 학생, 상훈이가 다니던 황금초등학교, 사건담당 경찰서와 교육청, 전교조를 오가며 탐문 취재를 했다. 최소한 경찰보다는 허술하게 했다. 그래도 경찰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언은 어렵잖게 얻을 수 있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수성경찰서 이원만 경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유족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수사해도 특별히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죄책감에 따른 자살설은 수성경찰에 의해 유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찰은 관행처럼 자살 가능성이 조금만 엿보여도 자살 처리해온 것은 아닌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자살사건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모든 '자살수사'를 회의하게 만들었다. 다친 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초등학생이 자살을 했다는 수사 결론은 환타지에 가깝고,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 친구를 다치게 한 죄책감에 자살해 죽는다면 세상에, 원죄와 함께 태어나는 인간사에 살아남아 있을 국민은 얼마나 될까? 경찰이 다친 친구 때문에 자살해 죽는 것을 일반화한다면 앞으로 초동수사 단계에서부터 경찰을 배제하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뒤르켐의 자살론을 뒤져봐도 상훈이의 자살설은 이해하기 어렵다. 뒤르켐에 따르면 자살은 사회성을 띠며 자살의 원인 또한 사회현상이라고 본다. 이타적, 이기적도 아닌 경찰과 언론에 의한 자살을 추가해야 하는 건 아닌가.

사고 뒤 상훈이를 수습해 병원으로 직접 후송한 교감선생님은 자신은 "상훈이 죽음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다. "자살이라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에서는 한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교감선생님도 발설하지 않은  '자살설'은 경찰과 언론이 공조해낸 가설
      
▲믿고 말길 수 있는 과학수사 경찰은 없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사건사고가 나면 유족들이 수사관 행세를 해야 한다.     ©보도사진닷컴
황금초등학교가 있는 황금동은 본래 황천동이었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학생을 황천으로 보낸 학교라는 비아냥을 듣기 전에 스승의 도리를 다해야 할 것이다. 병원비 계산하고 장례비 일부를 부담할 수 있는 목돈을 부조한 것은 감사할 일이나, 양호실에 있던 상훈이가 어떻게 하여 수업이 임박한 시점에 2층의 자기반 교실도 아닌 5학년 교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으며, "손군이 떨어질 때 곁에 교사가 있었다.”거나 “담임선생이 심하게 꾸중하는 것을 보았다." , "살려 달라고 외치며 추락했다."는 풍문을 가려내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저 자살에 대해서는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표정관리하며 발뺌하면 안된다.

경찰 또한 의혹이 가시지 않는 사건 수사기록 일체를 공개해야 할 것이며, 성급하게 자살로 결론지은 나름의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사체 부검을 하지 않았으며 현장보전도 하지 않았다. 미필적 고의가 없다면 시체를 유기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대한민국이니까 사고현장을 깔끔하게 지워낸 경찰은 책임추궁을 당하진 않겠지만 의혹을 씻어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의혹이 남아서 의문사다. 상훈이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은 그가 죽었다는 것과 그로 말미암아 유족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말고는 의혹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불철저한 수사로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경찰은 의혹 풀리지 않는 상훈이의 죽음을 자살사건으로 몰아가는 자살극을 벌였다. 자살이 아닐 수도 있었다는 회의감으로 경찰과 언론에 한 말씀드린다. 남의 죽음 함부로 자살짓기 말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는 경찰이 발표한 이땅의 모든 자살사건을 의심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에 어리는 자살의 수사학, 우리는 그것이 경찰에 의해 가장 손쉽고 무성의하게 종결지어지는 수사방법이 아니기를 바란다. 차별당한 힘없는 사람들의 죽음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부모된 심정으로 우리 또한 상훈이의 자살, 그 의심스러운 죽음을 알고 싶다.
 
 "어떤 상황도 함부로 유추해 몰아 갈 수는 없지만 분명 상훈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어떠한 상황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상훈이 부모의 글에서-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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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7/16 [14: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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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XX 2006/08/31 [18:35] 수정 | 삭제
  • 머리에 돌맞은 사람 엄마가 그 손상훈카는 사람한테 머라캣겟죠... 그래서 죄책감이 잇겟지-.-그리고 그때 양호 선생님 진짜 너무 했습니다. 울면서 양호실가던 제 친구한테 "운다고 해결이 되나"그러면서ㅡㅡ아씨짜증나네 ㅋㅋ
  • ○○○ 2004/07/20 [18:31] 수정 | 삭제
  • 요즘 우리 학교가 떠들석 하다,, 왜냐하면 어떤아이가 4층에서 뛰어 내렸기 때문이다,, 전학을 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가고싶다고 하는아이들도 있다. 나쁘게 글을올리거나 소문을 내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