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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찬성, 조선일보 '올인' 기자 '모르쇠'
농업문제에 관심없는 기자가 문제, 조선일보 빈약한 논리반복해
 
윤익한   기사입력  2004/02/18 [09:53]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지난 16일 4차례의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민생존권과 국익이라는 이질적인 가치관 속에서 우리 언론은 적극적으로 혹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한.칠레 FTA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농민에게는 수혜되지 못한 국익의 논리는 언론을 거치면서 그나마 농민을 국가이익에 반하는 폭력집단으로 몰아붙였고 이어진 과장과 허위, 왜곡보도를 통해 국민불안을 조장하고 나섰다. 

▲토론회 모습     ©브레이크뉴스

17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이 공동주최한  <'FTA 관련 언론보도' 이대로 좋은가>제목의 토론회에서 박웅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기자들이 농업문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기자들도 공부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박위원장은 시위 현장에서 농민들이 기자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기자들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말바꾸기를 거듭하고 진실을 전하지 않는 언론사의 관행적 태도에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이날 닭과 애호박을 포도와 농업의 논리에 빗대 설명하면서 기자들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조류독감이 퍼지면서 농가에서는 애호박 값이 폭락했다. 기자들은 닭과 애호박간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조류독감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식당에 안 가게 되고 식당에서 보통 된장찌개에 자주 들어가는 애호박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이는 곧 FTA와 궤를 같이 하는 얘기다. 한.칠레 FTA체결로 인해 포도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하면 다른 농업은 괜찮지 않느냐고 하는데, 포도와 다른 농업과의 관계는 닭과 애호박의 관계와 같다. 농업에 대한 논리를 전혀 알지 못하니까 기사화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나"

박위원장은 또 "농민들이 기자들에게 정부나 경제단체처럼 설명하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기자들이 지방에는 통 내려오지 않고 성명이나 논평을 발표해도 실어주지 않는데 어떻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위원장은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 언론이 반론권도 잘 주지 않는다"며 "준다고 하더라도 한참 뒤에 주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미 다 이전 보도한 대로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진실된 보도를 하지 않고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언론은 생명력이 없는 언론"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을 둘러싼 왜곡·편파보도>란 발제문을 통해 조선일보가 FTA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들고 나온 ▼수출피해 재탕, 삼탕 ▼칠레 수출피해 부풀리기와 한국 농가피해 줄이기 ▼FTA 지연으로 '국제 미아가 된다'는 논리 ▼국내 농업 피해 축소 등을 일일이 반박했다.

이국장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 1월 12일부터 2월 12일까지 총 61건의 FTA 관련기사 모두 FTA 비준을 찬성하는 내용을 실었고, 독자투고란에 한 농민이 투고한 기고문이 그나마 FTA에 반대하는 기사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국장은 기자들의 보도태도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에서 몇 번 실시해 실패한 대기자 제도나 전문기자제도가 아닌 기자의 전문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현주 KBS 기자(재경부 출입)는 KBS 보도의 균형성을 강조했다. 이 기자는 "그동안 FTA와 관련한 KBS의 보도는 팩트 위주의 사실보도와 찬반 양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했다고 본다"면서 "이후 언론보도는 농민 대책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철 오마이뉴스 기자는 출입처 제도와 진보적 지식인 계층의 부족으로 인한 심층기사 작성의 어려움과 재경부 관리들의 친미, 친신자유주의적 입장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날 유일하게 정부측 입장을 대변한 정인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 연구팀장은 언론의 편향성 지적은 정부쪽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정팀장은 "FTA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언론이 편향적으로 보도했다고 하지만, 나 또한 "제대로 알고 써야지"하는 생각이 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제로 지적된 기자들의 무비판적이고 관행적인 취재구조와 관련해, 언론계에 공공연히 알려진 신조어 가운데 '8학군기자'라는 말이 있다. 어릴적부터 서울 강남의 부유한 가정에서 과외 등을 받으며 이른바 스카이 대학을 나왔고, 어학연수나 유학 등을 통해 어학실력도 뛰어난 인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같은 인재들이 '언론고시'라고까지 불리는 기자채용 시험에 합격해 기자로 일하면서 이들의 사적인 '배경'은 곧 공적인 영역인 언론에 투영돼 적잖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노동자, 학생, 농민, 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배타적인 인식이 이들의 '배경'속에서는 그저 조그만 이익이라도 챙겨보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이익집단'이나 정부의 공권력에 대항하는 '불법시위'쯤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거는 특정 학교 동문회를 연상케하는 인적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몇몇 중앙언론사의 일관된 보도태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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