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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쾌거 뒷전, 언론 '엠바고'파기 공방
중앙 '줄기세포' 특종, 국내 언론사 '엠바고' 파기 국제위신 추락 일제히 비난나서
중앙일보, '엠바고 요청없어, 국내언론 연구팀에 중앙험담 유도질문 퍼부어' 역비판
 
윤익한   기사입력  2004/02/13 [10:55]

세계 최초로 사람 난자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국내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대해 <중앙일보>가 13일 오전 4시까지로 돼 있던 엠바고를 깨고 12일 단독으로 보도했다는 의혹이 이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13일 지면을 통해 "국내 언론엔 엠바고를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2달여에 걸친 탐문취재를 통해 자료를 입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파문은 커질 전망이다. 

▲중앙일보 12일자 기사     ©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12일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를 포함한 한미공동연구팀이 한국인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난자를 제공한 본인의 체세포 핵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국내 연구팀의 이같은 연구성과는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로 13일 미국 시애틀에서 권위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높이 평가해 특별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고, '사이언스'에도 게재될 예정이었다. 또 기자회견 다음날 전세계에 한꺼번에 타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하루 앞서 12일 단독 보도하면서 미국 언론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도 중앙일보가 엠바고를 깨 언론윤리가 도마위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연구팀 역시 <중앙>의 보도로 인해 현지에서 한때 기자회견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으며, 이로 인해 사이언스측에서 논문을 싣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연구팀 가운데 황우석 교수는 국내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중앙일보 기자로부터 이번 기사와 관련해 전화를 받은 적도 없어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사에서 '사이언스' 온라인 뉴스를 보고 썼다는 거짓말까지 한 점을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게 해야 할 것"이라며 "중앙일보 회장과 편집국장에게 항의할 예정"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또 황교수는 <중앙>의 단독 보도로 인해 "일부 언론이 아무런 확인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내용을 보도함으로써 한국 과학계가 입게 될 국제적 위신추락이 우려된다"며 "국내외 일부 기자들이 이번 연구결과를 미리 알고서도 국제적 엠바고를 지키기 위해 보도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국내 언론들은 <중앙일보>로 인해 낙종한 국내 연구팀의 연구성과 기사를 보도하면서, 아울러 <중앙일보>가 일방적으로 엠바고를 깼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추가로 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국제 엠바고' 파기… 한국 망신>
동아일보<[일부언론 '엠바고' 파기 파문]한국 과학계 국제위신 추락>
한겨레 <엠바고 파기 '중앙' 언론윤리 도마에>
경향신문 <엠바고에 허물어진 '과학 쾌거'>
한국일보 <엠바고 깬 보도로 국제적 위신 추락>
세계일보 <"특정언론서 성급한 보도">
연합뉴스 <"성급한 보도로 한국과학계 위신추락">  

          
이들은 기사를 통해 "국내 한 신문이 국제적인 엠바고를 무시하고 공식 기자회견 전에 성급하게 보도함으로써 국제 과학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과학계에서 국제적인 엠바고가 깨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과학계서 한국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13일자 지면에서 "과학기술부나 연구진에게서 어떤 엠바고 요청도 받은 적이 없으며, 본지뿐 아니라 다른 국내 언론기관에도 엠바고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들이 엠바고를 깼다고 공격하고 나선 데 대해 황교수가 "(중앙일보 보도 이전에 전혀 사실을 몰랐던 기자들이) 오늘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와 중앙일보를 욕하는 발언을 유도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황교수는 "조선·동아일보 등 어디에 대해서도 중앙일보 보도나 기자를 험담한 적이 없으며 이는 한국에 가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앙은 덧붙였다.

<중앙>은 이어 뉴욕 타임스만 "사이언스가 정한 엠바고 하루 전에 한국의 신문이 보도했다"고 전했을 뿐, 해외 주요 언론사들은 <중앙>의 기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연구결과만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앙일보>가 엠바고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강하게 거부하고 아울러 연구팀의 전화통화 내용이 상당부분 엇갈리면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분야의 국제학술지는 전문가 검증을 거치기 전에 언론에 공개될 경우 빚어질 혼란을 방지키 위해 사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논문 검증이 끝나고 발표되는 시점까지는 언론 비보도를 불문율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앙일보>가 엠바고를 깨고 단독 보도해 국내 과학자의 위상이 훼손됐다거나 국제 과학계에 파문이 일었다는 주장은 연구팀이 귀국한 뒤에나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앙일보>가 엠바고를 깼다는 데 비난에 대해 탐문취재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중앙>이 어떤 취재원을 대상으로 취재했는지가 논란을 해결하는 열쇠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언론들이 이처럼 논란을 벌이면서 누가 얼마나 더 심층적으로 보도했는가에 대한 비교검토는 없이 단순히 <중앙일보>의 언론윤리를 겨냥해 특종저널리즘을 부추기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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