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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vs 손호철,'순수냐 참여냐' 지상논쟁
이문열 '인터넷, 타락한 광장' 손호철 '이문열, 이광수 닮은꼴'
 
윤익한   기사입력  2004/02/11 [14:13]

소설가 이문열씨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들어 좌우를 넘나들며 '현실 참여를 통한 비판'에 열을 올리던 이씨는 산문집을 발간한 데 이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 정부와 네티즌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한국일보에 쓴 글을 통해 이씨를 친일 문학가 이광수와 빗대, 이씨의 순수예술론은 군사독재에 대한 정치적 지지였을 뿐이라고 받아쳤다.

이씨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김용갑, 정형근 의원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고 최근에 낸 산문집을 통해 현 정부를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규정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 정부를 향한 이씨의 강도 높은 비난을 가장 먼저 이슈화하고 나선 언론은 조선일보 였다.

조선일보는 11일자에 이씨와의 인터뷰를 싣고 이씨가 산문집에서 뿜어낸 독설들을 거듭 확인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데 앞장섰다. 

이씨가 책에서 인터넷을 '타락한 광장'으로 규정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타락한 광장'의 조종세력은 누구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씨는 "지적 수준에서는 프티 인텔리겐치아의 근처에 가 있는 부류들이며 그들은 파렴치할 정도로 룰을 깨버린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너무 격한 표현이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이씨는 "나에겐 그렇지 않다. '내 책을 불태운 놈들은 사람도 산 채로 땅에 묻을 수 있다'고까지 쓸 수 있었다"며 격하게 반응했다.

'문학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씨는 "문학이 오래 전부터 저항해온 것 중에는 포퓰리즘, 상업주의, 대중추수주의가 있다. 목적문학, 참여문학이라고 말해온 것들이 타락한 경우도 있다. 그것을 벗어나는 문학인의 자세가 대안이다"고 답했다.

총선연대의 낙선 기준에 대해서도 이씨는 "역참고하겠다. 그들이 발표한 낙천대상을 우호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에 이씨의 인터뷰가 실리기 하루 전인 10일 한국일보에 글을 기고한 손호철 교수는 군사독재시절 참여파였던 황석영씨가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을 거절한 데 비해 순수파인 이문열씨가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수락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손교수는 "이씨는 김대중정부 후반부에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주요 신문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그것이 언론 탄압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는 칼럼을 쓰며 홀연히 언론자유의 투사로 우리 앞에 등장한 바 있다"면서 이씨의 현실 참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손교수는 "군사독재의 언론자유 침해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갑자기 언론자유의 수호신으로 변신하여 비분강개하고 나선 것은 코미디 같다는 느낌을 준다. 공천심사위원 건도 마찬가지"라고 받아쳤다.

손교수는 "이와 비슷한 행각을 보인 문학가가 친일파로 유명한 이광수"라면서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문열씨는 이광수와 마찬가지로, 참여해야 할 때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참여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교수는 "결국 군사독재시절 순수라는 이름아래 침묵하다가 민주화이후 민주정부들에 대해 저항의 칼을 빼 들고 참여파로 나서고 있는 그의 행태를 볼 때, 군사독재시절의 그의 현실 불참은 순수예술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군사독재에 대한 정치적 지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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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11 [14: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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