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로랑 캉테, "감독만의 독특함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 102편 출품돼
 
임순혜   기사입력  2013/05/02 [13:04]
▲ 로랑캉테 감독의 심사 관련 발언     © 임순혜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한국경쟁'은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새로운 형식의 의제를 제시하려는 젊은 영화인들의 용기를 관대하게 껴안고 응원하는 섹션으로, '한국경쟁'은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대안영화의 통로를 찾는 작품들로 채워지는데, 올해 '한국경쟁'에 출품된 작품 편수는 102편이다.
 
'한국경쟁'은 학생들의 작품에서부터 지명도가 있는 감독의 신작까지, 저예산 상업영화의 스토리텔링을 의도하여 연출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정형화된 형식의 피상적 소통을 거부하며 보다 공격적인 비전을 내세운 작품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들과 접근법 역시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올해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은 개막작 <폭스 파이어>를 감독한 프랑스의 로랑 캉테감독과 이탈리아의 로카르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저너리스트 카를로 샤트리안, 한국의 소설가 김영하 이다.
 
1961년, 파리 근교 도시에서 출생한 로랑 캉테 감독은 영화고등연구소 IDHEC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철야>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 두 번째 장편<인력자원부>로 주목해야할 감독 리스트에 올린 감독으로, 사회 안에서 갈등을 겪는 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해왔으며, <타임 아웃>으로 제58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돈 키호테 상을 수상,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인력자원부>를 상영하며 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감독이다.
 
카를로 샤트리안은 1971년생.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프로그래머로 90년대 초반부터 「필름크리티카」, 「씨네포럼」의 영화평론가로, 「파노라미크」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세계 유명 감독에 관한 에세이와 논문을 출간했다. 2002년 로카르노영화제에 참여하기 시작,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최근 몇 년간 난니 모레티, 에른스트 루비치, 빈센트 미넬리 등의 회고전을 기획했으며, 2012년 로카르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되었다.
 
소설가 김영하는『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계에  데뷔한 김영하 작가는 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빛의 제국』, 『퀴즈쇼』 등은 해외 각국에서도 출간되었으며, 영화 칼럼을 연재하며 영화계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 <!숏!숏! 2013 :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김영화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고, 시네마스케이프'에 상영되는 <오빠가 돌아왔다>의 원작자이다.
 
▲ 로랑캉테 감독의 심사 관련 발언     ©임순혜


4월28일 진행된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의 기자회견에서 로랑 캉테 감독은 " 출품된 작품이 장편, 단편, 다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에 잘 알려진 홍상수 감독, 등 대여섯명의 한국 감독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 심사에서 더 많은 한국 감독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프랑스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중간 심사 소감을 말했다.
 
이어 "특별한 심사 기준 없고, 제가 좋아하지 않아도 흥미로운 영화에 관심가지려 한다. 제게 도 다른 기회 될 것"이라고 심사기준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 영화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다. 영화가 주는 이미지때문에 도시 친숙해진다. 프랑스에서 한국영화 접해 이미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로랑캉테 감독의 심사 관련 발언     © 임순혜

 카를로 샤트리안도 "아직 전체 영화를 다 보지 못해 말하기에는 이르나 지금까지 본 다큐는 정치,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가 많았다. 영화 보는 입장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신진 감독 발굴의 유력한 장이 될 것이다. 유럽에서도 신인감독 곧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 다른 문화 소속된 사람이 영화와 관객들 놓치는 것 새롭게 볼 수도 있다. 소리 역시 정보 전달하는 수단 될 수 있다. 영화 통해 세계에 다른 문화 전달하는데, 다큐멘터리만한 수단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는 상업적인 영화나 주류영화하고는 다르다. 독립영화는 예산적고 기술제한 많이 받으나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있다. 그런 것들을 독립영화에서 찾고 싶다. 감독만의 독특함을 발휘하는데 주목하고, 관객 입장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데 중점 둘 예정"이라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작가 김영하, 로랑 캉테 감독, 카를로 샤트리안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임순혜

소설가 김영하는 "심사하면서 심사원칙 합의하지 않기로 했다. 심사위원 각자가 생각하는 원칙대로 작품을 뽑고 의논하기로 했다. 저는 전주 특성에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매끄럽지 않아도 힘과 에너지 가지고 있는 작품에 더 많은 점수를 주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숏 숏 숏 2013>은 10여년 전에 섰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심사하느라 영화 볼 시간 없어서 DVD로 보았다. 세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색갈의 접근방식으로 다른 톤으로 만들어 조화 이루는 것 보고 놀라웠다. 소설의 경계 넘어 재해석, 재발견하는 것 작가로서 행복한 일이다. 전주국제여화제의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 소설이 출발점인 영화가 어딘지 예상치 못한 곳으로 가기를 원하는데, 두 작품은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풀었다. <더 바디>는 언어를 최대한 절제해 추억으로 해석해 인상적이었다. 영화적 어법 인상적이었고, <번개와 춤을>은 제 소설로 출발했으나 다른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어 갔으나 영민하게 수습해 재미있는 체험이었다"고 원작자의 소감을 덧붙였다.
 
▲ 김진아 감독의 <환상속의 그대>의 한 장면     © 임순혜
 
올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부문은 102편의 출품작중에서 예선을 거쳐 10편이  선정되었는데, 그 중 6편이 극영화로 외형상 멜로드라마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은밀한 방식으로 형식적 세부를 바꿔낸 작품들이 출품되어 주목할 만하다.
 
강진아 감독의 <환상속의 그대>는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수시로 남자의 일상에 출몰하는 죽은 애인의 모습과 그 남자를 사랑하는 또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상처의 회복과 봉합이라는 소재를 긴장감 있게 재구성하는 작품이며, 정영헌 감독의 <레바논 감정>은 희미해진 사랑의 감정을 회복하려는 남녀의 이야기인데, 특별하지 않은 사소한 사건들의 연쇄 속에서 인물들의 강렬한 감정을 각인시키려는 시도가 독특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박정훈 감독의 <디셈버>에서는 젊은이들의 만남과 이별, 막 싹트는 연애감정을 도치된 시간 구성을 통해 아스라하게 포착한 신선한 카메라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이병헌 감독의 <힘내세요, 병헌씨>는 감독 데뷔를 꿈꾸는 영화청년의 일상을 가짜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코미디로 끌어내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당대의 현실을 유쾌하게 조명하는 영화다.
 
윤수익 감독의 <그로기 썸머>의 시점은 시인 예술가를 꿈꾸는 고3 남학생의 시선으로 설정해, 시종일관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연출로 청춘의 감정을 다채롭게 포착하고 있으며, 박선일, 박준희, 유재미, 조지영, 추경엽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춤추는 여자>는 안무가, 무용수, 그림작가, 영화감독이 모여 각자 생각하는 현대무용의 꼴을 저마다 다른 스타일로 풀어내, 실험영화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극영화가 어색함 없이 유기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영화다. 
 
이현정 감독의 <용문>은 올해 '한국경쟁'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스타일의 영화로서, 등장인물들의 비논리적 말과 행동이 무의식의 회오리처럼 몰아치는 특이한 '방언의 영화'이다.
 
▲ 박문칠 감독의 <마이 플레이스>의 한장면     © 임순혜

 올해 '한국경쟁'에 출품된 다큐멘터리들은 사적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것이 많았는데,  박문칠 감독의 <마이 플레이스>는 감독 개인의 가족사를 홈무비 형식으로 찍으며 가부장제의 인습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따라가고 있으며, 김지곤 감독의 <할매-시멘트정원>은 철거되는 부산 산복도로 마을의 마지막 나날을 기록하며, 사라져가는 공동체의 풍경과 온기 하나하나를 기록한 작품이다.
 
정용택 감독의 <51+>는 홍대 앞을 문화의 거리로 일구어낸 인디 뮤지션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 거리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그들의 음악적 흥을 사회적 연대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작품이다.
 
5월3일 오후 7시 전주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발표될 한국 경쟁부문 최종 수상 작품이 어떤 작품이 선정될 지 매우 궁금하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05/02 [13:0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