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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정국을 뒤흔든 '4명의 여인'
덩신밍, 장자연, 신정아, 에리카 김 등 정치권과 지도층 쥐락펴락
 
안성용   기사입력  2011/03/27 [11:54]

상반기 한국 정치권과 지도층을 4명의 여성이 쥐팍펴락하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나 여성 지도자들을 일컫는 게 아니다.

얼마전부터 신문·방송 톱기사를 며칠씩 장식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4명의 여인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이 가운데 어떤 여인은 한국 국적 인물도 아니고 얼굴도 새로운 이른바 '뉴 페이스'지만 나머지 세 명은 몇 년전 세간을 풍미했던 사람들이다.

덩신밍. 영화 제목에나 나올법한 '상하이 스캔들'로 언론에 의해 이름 붙여진 사건의 주인공이다.

25일 정부 당국이 그동안의 조사 결과 덩 씨와 한국 외교관들간에 벌어진 일들이 스파이 사건이 아니라 공직기강 해이 사건, 다시 말해 단순 치정관계라고 결론 내렸지만 이 여인의 정체 등 여러 점에서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신정아씨처럼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이 상대했던 한국 지도층 남성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또 다른 스캔들을 책 속에 담아 나타남으로써 또 한번 정치권을 흔들어 놓았다.

신 씨는 그렇게 국민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책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물론 신씨의 주장이 사실 여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올해 40살의 신 씨가 유명 미술관 큐레이터 등을 거쳐 동국대 조교수, 광주비엔날레 감독에 오르는 과정에서 총리를 지낸 정운찬이라는 잠재적 대권주자까지 걸고 넘어졌다.

이로 인해 국립 서울대 총장을 지냈고 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인 정 전 총리는 책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큰 타격을 입었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전략도 일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앞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장자연 씨가 2년 여만에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 혼란스럽게 했다.

'연예인', '성상납', '자살' 등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들이 또 다시 인구에 회자되면서, 유력 언론사 사주 이름까지 다시 거론되고 당시 검찰 수사가 엉터리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 감정을 바탕으로 장자연씨 편지는 가짜라고 결론 내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의혹과 의문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이다.

이를 선제적으로 보도한 방송사는 역대 최악의 오보 언론사로 낙인을 찍히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보도 책임자가 경질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장 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특히 연예계 일부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여겨지던 상납문화가 작용했는지, 거기에 언론권력이나 정치권력도 가담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책임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국민들의 기억에서 점차 가물가물해지고 있는 'BBK 의혹'의 한 당사자인 에리카 킴의 돌연한 귀국도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2년간 미국 도피행활을 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귀국 시점에 들어온 이유는 뭔지, 왜 들어왔는지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기획입국설'의 당사자가 4년 뒤에 다시 '기획입국설'의 주인공이 됐다.

이에 대해 이귀남 법무장관은 이달 초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에리카 킴이 보호관찰이 끝나서 검찰에 사전에 연락하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데는 국민들의 사법불신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슷한 시점에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의 발단이 된 편지를 이명박 대통령 친척이 주도해 조작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면서 김 씨와 누나 에리카 킴은 앞으로 언젠가 재탕될지 모르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억해 놓아야 할 인물이 됐다.

에리카 킴, 장자연, 덩신밍, 신정아, 4명의 여인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언론에 의해 띄워지고 사회적 논란의 한 가운데로 던져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했건 안했건 간에 네 여인이 2011년 3월 우리 정치권과 지도층들이 위치해 있는 좌표와 허상의 실체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건국대 정신과 전문의인 하지현 교수는 "(신정아 씨 책의 경우) 어떤 공정성이 깨졌다는 분노나 실망들이 더욱 더 그 책을 보고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4.27 재보선 본선에 앞서 예선전이 한창이다. 곧 이어 내년 초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되있고 곧바로 12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이어진다.

이 와중에 또 얼마나 많은 폭로전과 여인들이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 속에 '너죽고 나살기' 식의 폭로전이 펼쳐지면 '제5의 여인'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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