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경제대통령이란 허상
[김영호 칼럼] 친기업정책을 고수하다 국민경제에 심대한 부담만 안겨
 
김영호   기사입력  2011/03/19 [18:03]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이명박 후보가 'MB 747'이란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5년간 연 7% 경제성장 달성, 10년내 국민소득 4만 달러 성취, 세계 7대 경제강국이란 야심 찬 계획이었다. 과학적-경제적 근거가 부족한 정치구호라는 사실을 알만한 국민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권 3년간의 경제성적표가 실업난, 전세난, 고물가로 신음할 만큼 무참할지는 몰랐다. ‘일 잘하는 실용정부’와 ‘국민성공시대’를 다짐했건만 국민에게 허망한 희망만 불어넣은 꼴이다.

MB는 이상하게도 경제대통령 답지 않게 그가 말하는 ‘경제 살리기’보다는 국민적 이해가 상충하는 비경제정책에 몰두해왔다.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 한반도 운하, 공기업 민영화, 무한경쟁 교육정책, 방송장악, 세종시 수정, 대북강경책 등등 국론분열과 국민갈등을 유발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그나마 국민의사와는 무관하게 밀어붙여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면서 말이다. 경제정책의 골격도 경제상황을 무시하고 고환율-저금리에 집착해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 전세난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운영과 기업경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까닭에 재벌기업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국가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국가정책은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고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수반한다. 따라서 최다수의 이익과 최대한의 효율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조정이 필요하다. 국가 구성원인 모든 국민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그 까닭에 계층간-부문간-지역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국민적 설득이 중요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의 최대화를 목표로 삼는다. 경영진이 사업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면 모든 구성원은 목표달성에 충실해야 한다. 구성원의 의사를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 없는 것이다. 조직도 서열화되어 있어 명령과 지시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마찰이나 충돌이 있을 수 없다. MB가 국민적 논의를 생략한 채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기업이라는 조직생리에 익숙한 탓으로 보인다.

기업은 사업을 통해 벌어드린 이익금으로 피고용자에게 임금을 준다. 지시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해고한다. 주주에게는 이익금을 배당하는 형식으로 책임을 진다. 그런데 국민은 돈을 벌어서 국가에 세금을 낸다. 국가운영에 대한 의견과 비판은 정당하다. 선거의 형태로 국민이 위탁한 권력의 행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국민은 해고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경영인 출신은 국민이 말을 안 듣는다고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탄압하여 국민적 저항을 유발한다.

환율과 금리만도 해도 국민의 입장에 따라 이해가 엇갈린다. 고환율은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소수의 국민에게 유리하다. 일반국민에게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물가부담을 가중시킨다. 저금리는 은행부채를 가진 국민에게는 유리하지만 은행예금을 가진 국민에게는 불리하고 물가불안을 야기한다. 반면에 재벌기업은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환율은 높을수록 유리하다. 고환율에 따라 환차익이 커지니 수출가격을 깎아 줄 수 있어 수출증대의 효과가 크다. 금리도 낮을수록 좋다. MB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고환율-저금리이란 친기업정책을 고수하다 국민경제에 심대한 부담을 안겨준 것이다.

기업은 사업규모가 클수록 이익규모도 크기 때문에 항상 성장을 추구한다. 이익이 많이 나면 이에 따른 임금인상도 가능하다. MB가 물가안정보다는 성장정책을 추구하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 성과가 물 흐르듯이 아래로 내려간다는 이른바 적하효과(滴下效果-trickle-down effect)를 신봉하는 것이다. 기업은 사업계획에 따른 성과와 이윤만 중요시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환경파괴, 주민반발 따위는 부차적 고려의 대상이다. 그 때문에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한다. 뉴타운을 포함한 재개발, 재건축의 강행도 마찬가지다. 전세수급 차질에 따른 전세난을 간과하는 것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출신을 국가운영의 최고적임자처럼 말하는 경제대통령은 허상이다. 후버댐을 건설한 미국의 31대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1933년)은 성공한 기업인이었다. 그는 경제대통령이라고 자부했지만 대공황을 부른 실패한 대통령되고 말았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국민의 이해조정이라는 차이를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1/03/19 [18:0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