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울린 두 발의 총성은 1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열었다. 세르비아계 19세 청년이 당긴 방아쇠는 그곳을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그 총탄에 흘린 피는 긴 파장을 일으키며 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도화선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한 달 후인 7월 28일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여기에 독일, 이탈리아가 가세한 3국동맹에 맞서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주도한 3국연합이 대항함으로써 1차 세계대전이 터졌던 것이다. 뒤이어 오스만 제국의 재현을 꿈꾸던 터키가 3국동맹에 가담하자 오랫동안 투르크족의 억압받아 오던 중동국가들이 3국연합과 대오를 함께 했다. 일본과 중국도 참전함으로써 전쟁은 아시아로까지 확전됐다.
1차 대전은 4년간 계속되어 1918년 11월 11일 독일이 항복함으로써 총성이 그쳤다. 전쟁사상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전사자, 전상자, 민간인 사상자에다 전쟁과 관련한 질병과 기근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포함하니 통계마다 편차가 크다. 1차 대전 사상자는 대략 사망자 1,600만명, 부상자 2,100만명 등 3,700만명으로 추정된다.
1차 대전의 포성은 훗날의 2차 세계대전을 잉태하고 멈췄다. 러시아의 볼쉐비키 혁명, 독일의 나치즘 태동, 이탈리아의 파시즘 대두, 일본의 중국 독일 조차지 점령은 지구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고 가고 있었다. 2차 대전은 강대국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식민지에서 병력과 물자를 조달함으로써 지구적 전쟁으로 확산되어 사상최대의 파괴-살륙전쟁이 되고 말았다.
독일이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발발한 2차 대전은 1945년 8월 6, 9일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함으로써 종식됐다. 2차 대전은 사망자만도 무려 5,000만~7,000만명 또는 6,200만~7,800만명으로 추정된다. 질병, 기근으로 인한 사망자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만도 4,000만~5,200만명에 이른다. 한반도 인구만큼이나 총칼이나 포격을 맞고 아니면 굶거나 병들어 죽었다는 소리다.
이명박 정권 들어 남북긴장이 고조되더니 천안함 침몰, 연평도 피폭으로 전쟁불사론이 득세하고 있다. 호전주의자 중에는 이상하게도 군기피자들이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60년이 지났지만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너무 쉽게 잊은 듯하다. 한국전쟁은 국지전이지만 UN 16개국과 중국의 참전이 부른 국제전의 양상을 띄었다.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무력충돌은 필연적이었는데 한반도에서 대리전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하여 1953년 7월 27일 휴전에 들어갔지만 종전이 아닌 정전이다. 그 탓에 산발적인 총격전이 그치지 않는다. 3년 1개월간의 한국전쟁은 동족상잔의 전쟁이요, 이념전쟁이기에 어느 전쟁보다도 비참했다. 양측의 사상자 300만명, 전쟁미망인 20만명, 전쟁고아 10만명, 이산가족 1,000만명, 피난민 50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때 3,000만 민족이라고 말했으니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다.
양측이 진퇴를 거듭하는 사이 형제가 국방군과 인민군으로 갈리고 밤새 태극기와 인공기가 번갈라 나부끼면서 어느 전쟁보다 무고한 양민학살이 많았다. 부역자, 빨갱이, 반동분자란 딱지를 붙여 양민학살이 자행됐고 아직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다. 보도연맹 사건, 노근리, 거창, 산청-함양, 강화 학살사건 등이 그것이다. 북측의 숙청작업, 인민재판에 의한 무고한 희생자도 무수하다.
1961년 미국의 군사개입을 시작이라고 본다면 베트남 전쟁은 1975년까지 14년간 지속됐다. 폭약량과 폭탄량만도 2차 대전의 그것을 능가한다. 베트남 양측의 전사자는 310만명이라고 한다. 베트남 정부는 1995년 민간인 사망자가 200만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 전쟁도 이념전쟁이다. 전쟁이 끝나도 전쟁은 끝나지 않아 통합과정에서 64만3,000명이 죽는 피비린내 나는 도륙이 있었다. 재교육 수용소 사망 9만5,000명, 강제노역장 사망 4만8,000명, 사형집행 10만명이고 쪽배에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갔던 보트피플이 물경 40만명이나 죽었다.
전쟁을 너무 쉽게 외치며 애국자를 자처하는 부류가 많다. 평화를 말하면 비겁자이거나 좌파 빨갱이라고 매도하면서 말이다. 죽음을 각오했는지 묻고 싶다. 전쟁의 참혹성을 안다면 전쟁을 두려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