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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전쟁 일으킬 위험요인은 '미국'
페리 전 국방장관 "한·미·일 3국 이해달라 정책합의 못내"
박순성교수 "6자회의 참가국은 북한환경 악화시키지 말아야"
 
윤익한   기사입력  2003/11/03 [15:56]

북·미간 갈등이 지난 94년과 98년의 위기상황과 유사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오는 시점에서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정통했던 미 정부측 인사들이 곧이어 있을 6자회담에 낙관론을 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연대와 SBS가 공동주최한 '한반도 위기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향하여' 주제의 국제평화회의에 참석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시아 6개국이 자국의 안보문제에 협력하는 선례를 만들어 지역안보포럼으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 '한반도 위기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향하여' 국제평화회의   ©대자보

페리 전 장관은 북미간 갈등과 현 위기상황에 대해 "한미일 3국이 이해를 달리하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과 평화적 관계를 희망했지만 이미 클린턴 정부는 레임덕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추진하지 못했다"고 지난 2000년 북미간 평화분위기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클린턴 행정부가 이룬 성과를 대북정책의 근간으로 활용하지 않아 위기상황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여전히 '위협'의 요소로 인식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페리 전 장관이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     ©참여연대
그는 또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에 나오도록 한 것은 희소식"이라며, 당시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미국도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북핵문제에 있어서 "희망은 하지만 낙관하지는 않는다"며 현 상황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수입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인 원심분리기를 예로 들며, "핵생산 금지를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원심분리기를 북한 전역에 걸쳐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미국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북한 위협론'이나 '북한 핵 보유설'은 근거가 명확치 않은 조작된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가능케한다. 그동안 이러한 지적이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지적돼 왔으나, 일부 외신의 보도를 인용해 국내 주요 언론들이 기사를 실으면서 미국의 이같은 주장은 국내에서도 기정 사실처럼 인식돼 왔었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     ©참여연대
이어 '북미갈등을 둘러싼 쟁점과 한반도 평화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벌어진 제1부 토론에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는 "현재 북한의 존재가 오히려 동북아 국가들의 안보기구 창달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그럴 경우 "동북아 안전을 논의하는 미래의 포럼이 북핵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한·미·일·중·러를 중심으로 발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동북아 안보포럼이 군비통제, 분쟁의 예방 및 해결, 신뢰구축을 논의할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이 포럼에 동참할 것이라는 인식하에 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같은 기구야말로 북한의 고립을 끊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레이니 전 대사는 "부시 행정부는 경제와 안보 두 요소를 모두 고려한 포괄적 비전을 제시하고 동북아의 핵심 국가들을 하나로 엮는 지역 기구를 수용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부 토론 두 번째 순서로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방안 - 한국 시민사회의 관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한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북핵 문제의 포괄적, 단계적, 다자적 해법을 강조하고, 북·미 갈등해소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핵문제를 포함한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원칙 ▶한반도 및 동북아의 비핵화 및 안보협력 원칙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남북의 노력 지속과 강대국의 지원 ▶대북 경제제재 해제 및 경제지원을 통한 북한 사회의 발전 도모를 기본 원칙으로 꼽았다.

박소장은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전해진 6자회담에 있어서 북한과 미국 및 관련 국가들은 ▶상대방을 존중함으로써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6자회담이 개최되기 전에라도 북한의 대외개방 및 대내개혁과 관련한 대외환경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북한핵 문제 뿐만아니라 동북아 지역협력체제 구축을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부시 행정부의 동북아전략과 대안적 동북아 협력안보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2부 토론에서 일본의 평화운동가 히로미치 우메바야시 <피스 데포:PEACE DEPOT> 대표는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는 유일한 경우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경우뿐"이라며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로는 도저히 미국을 공격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위협요인은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고 말했다.

우메바야시 대표는 이러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 같은 포괄적 기구를 동북아에도 설립해 무기통제와 외교, 인권, 경제, 환경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제평화회의에는 휴일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이 페리 전 장관과 레이니 전 대사의 견해를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러나 페리 전 장관고 레이스 전 대사가 위기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동북아 안보협의체' 구상의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페리 전 장관이 한·미·일 3국간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 대목만 보더라도 이날 나온 발언들은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페리 전 장관이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못해 사태가 이렇게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한 상황인식은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태도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제네바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것은 경제제재 완화나 경수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은 미국측에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책임론'의 주요 골자는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 혹은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청중들이 두 사람을 향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있나"는 질문에 두 사람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재개 일정이 잡히고 있는 시점에서 이날 국제회의는 대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해를 좁히는 데에는 입장차이만 노정한 아쉬움을 남겼다./미디어기자


아래는 이날 국제평화회의에서 청중들이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에게 한 질문과 답변 전문이다.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이용해서 더 아시아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페리)그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여전히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간의 갈등이 이번 6자 회담 재개를 볼때 국무부 쪽으로 균형이 옮긴 것인가.
페리)양측의 갈등은 존재한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국무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 미 국방부의 강경파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페리)미 국방부를 '강경파'라고 부르는 것은 일방적이다. 나도 국방부에 있었지만, 이들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정전 50년과 연계시키고 있나?
페리)평화를 저해하는 요소는 북한이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평화협정, 경제, 외교 수립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간의 갈등이 6자회담 등을 통해 볼 때, 국무부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긴 것인가.
레이니)미 국민들이 또다른 전쟁에 피곤해하고 있다는 여론이 국무부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안다. 부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안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부시는 지난해 10월 켈리 특사가 방북했을 당시 북한이 고농축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나? 혹은 지금은 그런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가?
레이니)모른다. 켈리 특사가 방문할 때 미국은 이런 프로그램을 북한이 갖고 있다는 추측하에 방문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측에서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안다. 부시 행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미 행정부는 지금 한국 정부와 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긍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고 있다.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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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03 [15: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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