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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돌아가는 전교조 사태
교사의 정치적 중립 강조하면서 무죄추정 원칙 배제는 전교조 탄압 행위
 
이영일   기사입력  2010/05/25 [17:33]
필자가 고등학생이었던 1989년, 전교조가 창립되면서 수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념과 양심의 차이를 들어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교사들을 빨갱이 취급하던 이 ‘믿거나 말거나’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어디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고 수백년전 고려 때 이야기도 아닌 불과 20여년전 바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전교조가 사회에 끼친 공과의 평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당시 이 전교조라는 나름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교사들이 없었다면, 청소년들의 적성과 능력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오직 대학을 향해 일렬종대로 편제된 기형적 입시 교육의 모든 가치와 강요된 문화를 인간다운 교육의 참가치로 찾아가는 시도는 없었거나 더디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어떤 독재 권력도 전교조를 꺾을 수 없다”      ©전교조 홈페이지
 
여하간 지난 일요일, 정부는 200여명에 가까운 전교조 교사들을 특정 정당 가입 혐의로 모두 파면, 해임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았다. 정부의 논리는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헌법적 원칙을 훼손했다는 것 같은데, 필자가 알기론 이들에 대한 재판도 열리지 않은 상태로 알고 있다.
 
이는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이라는 헌법 제27조 4항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고 세계인권선언 제11조 1항은 아예 콧방귀도 끼지 않는 수준 이하의 몰상식한 일이라 보인다. 

교사라고 해서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 정당에 기부하는 행위가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왜 범죄행위여야 하는지 필자는 솔직히 탐탁치 않을뿐더러 정부가 순전히 이들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현행법 위반 사실만으로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을 교사를 교단에서 내쫓겠다는 발상과 행위를 하였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
 
보수적 성향의 정부가 눈엣가시 같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이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쳐내려 하는 것으로 보이는 건 필자만의 과도한 상상일까?
 
그렇다면 보수적 성향의 교사들은 다른 정당에 정말로 가입하거나 기부하거나 그들을 위해 일하거나 하는 일은 정말로 없었을까? 우리나라 교사들은 정말 민주노동당에만 기부를 하는 걸까?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마치 20년전 모습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이 허탈감, 아직도 전교조를 교단에서 내쳐버릴 존재로 인식하는 듯한 이 희한한 대립을 보며 우리는 정말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사상을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공존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를 제대로 세상에 흩뿌리며 살고 있는 건지,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으로 고뇌해 본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기자, 동아일보e포터 활동을 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을 출간했고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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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25 [17: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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