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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홍보에 마의(馬意), 우의(牛意)도 동원하나
[김영호 칼럼] 뉴미디어 시대, 관제홍보로 국민 설득한다는 발상은 잘못
 
김영호   기사입력  2010/04/25 [07:20]

4월혁명 50돌을 맞았다. 반세기 전을 되돌아보면 그 때 마의(馬意), 우의(牛意)란 말이 신문지상을 자주 장식했다. 요즈음 관제여론에 해당하는 말이다.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발췌개헌안 날치기’, ‘부산정치파동’, ‘4사5입 3선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획책했다. 민심은 떠날 대로 떠나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서는 당선이 불가능하자 공개투표, 사전투표, 야당참관 불허, 정치깡패 동원 등을 통해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그 때 자유당 정권은 여론조작을 위해 반공-애국으로 포장한 관변단체, 어용단체를 동원하고 신문에 지지광고를 냈다. 또 몽둥이와 쇠갈퀴를 든 정치깡패를 내세워 시민집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자유당 정권은 그것을 민의라고 억지를 부려 차라리 소나 말의 뜻도 민의라고 말하라는 의미에서 이 말이 생겼다.

이명박 정권 들어 관변-어용단체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를 신문하단 통단광고를 통해 좌파나 좌빨이라고 매도하며 공격한다. 그런 큰돈이 어디서 나는지 몰라도 말이다. 그들은 시민-사회단체 집회에 전경보다 먼저 나타나 욕설, 위협, 시비를 일삼고 구호도 연호한다. 법원판결이나 방송보도를 트집 잡아 규탄집회를 갖기도 한다. 여기서는 전경이 곤봉을 접고 방관만 한다. 반면에 광우병대책회의에 참여한 1,800여개 단체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규정하고 탄압을 일삼고 있다. 대부분의 참여단체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취지에 동감한 한 것이지 불법-폭력시위에 가담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작자회의다. 

종교계에 4대강 반대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3월 12일 천주교 최고의결기구인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성당마다 생명위원회를 운영하고 500만명 신자들에게 4대강 사업의 반생명성을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두물머리에서는 매일 반대미사를 올리고 있다. 교구 차원에서 4대강을 찾아 기도회를 열고 순례행진도 한다. 지난 17일에는 금강에서 사제, 신자 3,000여명이 모여 생명-평화미사를 올렸다. 불교계에도 종단 차원에서 반대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대한불교 조계종이 승려, 불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대강 생명 살림 수륙대재'를 가졌다. 
 
▲ 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사제들이 어린 모종과 선언문을 들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6·2 지방선거는 다가오는데 사태가 다급하게 돌아가자 지난 20일 정부-한나라당 긴급고위대책회의를 갖고 우호적 여론조성을 위해 전방위 홍보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가 4대강사업추진본부와 산하 5개 지방국토청에 홍보담당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공직자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말께에는 300여명의 시민자문단을 만들고 국민운동단체를 통해 홍보활동을 편다는 계획이다. 또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접촉, 설득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호단체들로 하여금 찬성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한다. 국영방송 KTV가 제작한 45개 4대강 홍보물과 다큐멘터리를 7개 민영방송을 통해 방영한다는 계획도 잡고 있다. 친정권 단체와 지역민간방송을 동원해 종교계, 시민단체에 맞불을 놓고 관제집회도 열겠다는 소리다. 

당장 이튼 날 4대강 지지 친정권 단체가 떴다. 지난 21일 친정권 성향의 45개 단체 회원 250여명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4대강 살리기 국민연합’ 출범식을 갖고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미 관제홍보도 시작됐다. 국토해양부는 3월 15일∼5월말까지 CBS, 원음방송, 불교방송 극동방송 등 종교방송과 TBS, TBN 등 교통방송,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6개 지역 MBC 라디오, 5개 지역민방을 대상으로 라디오 홍보광고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종교방송은 하루 2차례, 지역방송은 4차례 광고를 방송하고 있으며 광고집행예상액이 2억∼2억5,000만원에 달한다. 또 5월 한달 간 MBC와 19개 지역 MBC, SBS와 지역민방 9개사, KBS 등 지상파 방송3사, 전체 지역방송, YTN, MBN, KBS드라마, MBC드라마, SBS드라마 등 케이블TV와 매일 3∼4차례씩 TV광고계획을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13억원의 광고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작년 9∼10월 2개월간 지상파, 케이블TV 10개사에 18억원의 광고비를 쏟은 바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자 3월 25, 26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에 비난광고가 실렸다.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성당 가서 미사 드리기 무섭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신문하단에 통단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천주교측은 정체불명의 단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자금출처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나타낸다. 신문사에 광고주가 누구냐고 문의해도 답변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보이지 않는 광고주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짙어질 수 밖에 없다. 

자유당 이래 군사독재정권 시절 관제민의, 관제집회를 많이 보고 많이 들었다. 통-반 단위의 지역조직이나 집권당 지구당을 통해 일당을 주고 사람들을 트럭이나 버스로 실어날러 궐기대회를 갖고 신문에 지지광고를 게재하던 것을 말이다. 그것을 친여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관제방송은 왕왕 불어댔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언론통제로 마의나 우의라는 말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현명해 속지 않았다. 정권의 말로가 그것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반대를 홍보부족 탓으로 돌린다. 국민을 참으로 어리석게 보는 모양이다. 국민은 너무나 잘 안다. 물이 고이면 썩고 한번 파괴된 자연생태계는 인위적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보의 유통경로가 다양화된 뉴미디어 시대에 관제홍보로 국민을 설득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국민의 혈세를 갖고 허튼소리를 낼수록 반대의 소리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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