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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라인-수구언론, 파병 부추겼다"
정보공개 요구하는 언론 없어, 조중동 파병반대 침묵일관
언론의 망각증 심각, 외신에만 의존하는 무책임성 드러내
 
윤익한   기사입력  2003/10/29 [15:15]

최근 이라크 추가 파병 관련 언론보도가 파병 찬성과 반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에 따른 일방적인 정보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언론은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파병에 대한 논점을 흐리면서 파병결정을 기정사실화 하는 등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일부 언론이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이 지난 10월 28일 참여연대 2층에 위치한 느티나무 카페에서 개최한 '이라크 추가 파병 관련 언론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분석이 나왔으며, 참석자들은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파병에 대한 국민적 공론이 형성되는 것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토론회 모습     ©대자보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은 유엔안보리 결정이 있은 다음 날인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파병에 대한 각 언론(조선·중앙·동아·한국·한겨레·경향)의 보도태도를 분석한 결과, 파병과 관련된 기획기사가 거의 없었다고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     ©대자보
양위원은 "미국이 구두로 외무장관에게 파병을 요청했다는 것, 사단규모의 병력을 요청했다는 것을 제외하고 정부가 밝힌 정보가 없어 언론이 관행적으로 추측기사를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비정보 무정보' 상황이 한 달 이상 계속됐다"며, 이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혼란을 부추겼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위원은 그럼에도 언론에서 정부의 '정보미공개'에 대한 비판은 전혀 찾을 수 없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양위원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분석기간 동안 시민사회단체의 파병반대 의견과 시위에 대해 집회 및 시위는 물론이고 파병반대 주장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한 반면 한국과 경향은 파병 반대시위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각각 1건이었고, 한겨레는 5건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양위원은 이에 대해 "언론이 파병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신의 입장만 강화하는 내용만 잔뜩 채워 넣고 상대방의 입장과 논거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언론이나 정치세력들이 일방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찬반 양론의 쟁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위원은 "인터넷신문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안도감마저 든다"며 대안언론의 역할이 강화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위원은 정부의 파병결정과정을 보면서 '매카시 저널리즘'이 떠오른다며 "매카시가 언론사 마감 30분전에 의회 내에 '빨갱이가 있다'고 해 언론의 추가취재를 차단한 점을 들며, 노대통령이 주말을 이용해 파병 결정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한국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     ©대자보
송종길 한국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이라크 추가 파병 관련 방송보도에 있어 ▶병력과 시기가 중구난방이었고 ▶예측보도가 난무했으며 ▶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신문과 방송을 포함한 대한민국 언론에 '객관적인 저널리즘'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연구원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방송을 통해 사고의 '프레임'을 형성하는 방송매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신문과 방송에 대한 다른 차원의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파병에 대해 강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외교, 안보라인이 이미 파병이 결정된 시점에서 비본질적인 논점을 언론에 흘리면서 '논점흐리기'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김기자는 또 신문에서 지난 1차파병의 국익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한국언론의 망각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기자는 언론이 정부에서 북핵문제와 파병을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 언론이 그 가능성에 대한 분석기사를 쓰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월 13일 미국이 UN에 이라크에 다국적군 파병안 초안을 제시했을 때, 이미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는 다국적군 파병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다"며 "독·프·러는 그때 당시에 이라크의 주권이양 시기를 문제삼으며 자신들의 이해를 보장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UN에서 다국적군 파병안의 통과는 기정사실화 돼 있는 일이었는데 우리 언론이 사전에 그 내면을 알지도 못했으며 그에 대한 가능성도 짚지 못했다고 김기자는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한 우리 언론의 보도가 전체적으로 이벤트성 사건 보도에 급급했고, 이면에 흐르는 심층적 분석기사가 부족했다"며 언론의 '표피성'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이재강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     ©대자보
이재강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언론보도의 객관성과 심층성, 당파성을 기준으로 신문과 방송보도를 비교해 설명했다. 이기자는 "심층성 측면은 신문과 방송의 매체적 특성에 따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9시 뉴스만을 대상으로 신문보도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기자는 "KBS 보도 가운데 뉴스라인이나 뉴스광장,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파병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방송보도가 신문에 비교해 훨씬 못했다는 지적은 부적절하다고 반론을 펼쳤다. 또 "객관성과 공정성의 측면에서도 방송이 본질적으로 공공성에서 책임이 더 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방송이 신문보다 못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기자는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현지 취재를 한 언론사가 신문에서는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였고, 방송은 3사가 짧막한 기사를 실었다고 전하면서 "언론에서 한국군이 희생될 가능성에 대해 알려주려는 노력은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외신보도에서 나오는 정보를 토대로 한 보도에 대해 이기자는 '언론의 무책임성과 도덕성'을 지적했다.

이기자는 또 국가적 이슈에 대한 정부의 언론플레이와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질문방식에 따라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가려고 하는 점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하며 "이번 파병 결정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보가 흘려지는 등 추가파병을 기정사실화 하는 일관된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은 "정부가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외교, 국방라인과 언론의 커넥션을 통해 진행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며, 이날 토론과 관련해서는 언론의 찬.반을 단순화시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으로 파병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이 충돌해, 국론분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언론의 '자기주장 나열'식 보도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정부의 정보공개에 대한 요구나 파병 반대 여론에 대한 보도가 없었던 점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특히 일부 언론이 파병결정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정부안에서 파병에 찬성하는 인사들이 흘려주는 정보를 '외교부 관계자' '국방부 관계자'등의 익명을 동원해 일방향적으로 몰고간 것은 위험스런 부분이다. '파병'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이처럼 몇몇 관료들과 일부 언론이 여론을 조작해 내는 것은 언론이 정권과 유착하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정권과 '동맹'수준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언론이 정치브로커를 자임하고 나선 것 아닌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이 사실보도를 할 때는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보도에 충실하고 의견기사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실에 준하는 틀 안에서 당파성을 일정 부분 포함시키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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