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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공동구매 왜 안되나했더니…대형업체 '횡포'
'입찰불참-보복 할인' 등 사실상 담합, 공동구매 비율 20%대에 그쳐
 
박종관   기사입력  2010/02/22 [18:03]
비싼 교복 가격을 절반 가까이 낮추고 임의로 치마 폭 등을 줄인 '변형교복' 문제를 줄일 수 있어 교복 공동구매에 대한 선호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교복 공동구매를 달가워하지 않는 대형 교복업체들이 입찰 불참 등을 통해 횡포를 부리는 탓에 공동구매 비율은 전국적으로 20%대에 그치는 등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 전직 유통업자 "대형 교복업체 대리점들, 사실상 담합으로 공동구매 무력화"

“일부 학부모들은 그걸 담합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담합이 맞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안 할 수가 없어요”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서 20년 동안 대기업 교복 브랜드의 총판 대리점을 운영했던 A(46) 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교복 공동구매를 막기위해 큰 업체들끼리 사실상 담합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교복 공동구매는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경쟁입찰 방식을 거쳐 교복업체를 선정하고 납품단가를 계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체 교복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국내 4개 대형업체는 이 과정에서 서로의 눈치를 보며 교복 공동구매를 위한 경쟁입찰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일부 브랜드가 경쟁입찰에 나서 공동구매 계약을 맺으면 다른 업체에서는 교복을 더 싼 가격으로 팔아버린다”며 “공동구매를 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고 4개 업체가 참여하지 않아 공동구매 자체를 무력화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영등포 지역에서는 11개 중고등학교의 학부모들이 교복 공동구매에 나섰다가 대형 업체로부터 ‘파격적인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두 개 브랜드 업체와 공동구매 계약을 맺어 최고 30만원에 이르던 교복 가격을 16만 9천원까지 끌어내렸더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대형업체가 교복을 13만원대에 판매한 것이다.

◈ 공동구매 비율은 24.6%에 그쳐

서울 시흥중학교 교장을 지낸 양인자(63) 씨 역시 하복 디자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대형 교복업체의 횡포를 경험했다.

양 전 교장은 “교복을 팔지 못해 발생한 손해배상액을 물어내라며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대형 교복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며 “결국 교복을 좀 더 저렴하고 실용적인 재질로 바꾸는 데 성공했더니 다른 교장들이 ‘참 대단한 일 했네’ 하면서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교복 공동구매 비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보면 동복 기준으로 교복 공동구매 비율은 지난해 24.6%로 지난 2008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 "대형 교복업체 제어할 감시와 처벌 강화해야"

이처럼 4개 대형업체가 교복 공동구매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교복 공동구매가 갖는 교육적,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교복을 공동구매하고 있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B(27, 여) 씨는 “교복을 공동구매하면 업체 측에서 치마 길이 같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교복의 기준을 더 잘 지켜준다”며 “가격 역시 시중 22만원선보다 최고 3만원 정도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교복 길이를 임의로 수선하고 각종 지퍼와 장식 등을 단 ‘변형교복’이 줄어들고 또한 가격 역시 학부모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복 공동구매에 대한 선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복 공동구매를 늘리기 위해 교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고진광 교복종합대책위원장은 “교복시장을 85%까지 점유하면서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대형 교복사를 고발하면 지역 대리점의 잘못이라고 발뺌을 한다”며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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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22 [18: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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