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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투성이 '캐나다 쇠고기'…제2촛불 부르나
캐나다서 16건 광우병 발생, 美보다 위험…정부 법위반에 '조공협상'까지?
 
이석주   기사입력  2009/12/22 [17:20]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적 수입' 발언 이후 정부가 '광우병 발생국'인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법과 절차를 위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밖에도 자국 쇠고기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규제조치 및 SRM 규정 등이 일본과 EU, 심지어 미국 보다 미흡하며, 한국 정부는 한-캐나다 FTA의 '선결조건'으로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 방침을 결정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 발언 이후 속속 드러나는 의혹들…"법, 민주적 절차 모두 위반"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와 민생민주국민회의 등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쳤던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22일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폐해와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캐나다 하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은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원천적으로 한국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데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사실상의 수입 방침을 못박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이 쇠고기 수입 문제에 매우 예민한 문제가 있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현재 프로세스 중이다. WTO 프로세스와 양국 정부간 합의하는 두가지 옵션을 갖고 논의하기 때문에, 조만간에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당시 청와대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임을 강조하며 파문을 진화하고 나섰으나, 이미 정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렸으며 지난달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소속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현지 안전성 여부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광우병 국민대책위' 등은 이날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절차에서 최소한의 법과 민주적 절차도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촛불항쟁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 마저 마음대로 개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여야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가축전염병예방법'(2008.8)을 제정, 최근 5년간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는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금지토록 규정했다.
 
이밖에도 법령에 따르면, 캐나다를 '쇠고기 수입 금지지역'에서 해지하려는 경우 수입위험분석을 실시해야 하며, 위생조건에 대한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정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캐나다 현지조사 보고서 등 수입위험분석의 구체적 내용을 국회에 제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과 2주 전에는 당초 현지조사단장으로 임명했던 서울대 우희종 교수 등을 최종 배제하면서 석연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으나,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아 동일한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법조차 지키지 않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뜻을 전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수입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7년 간 캐나다에서 매 년 두 건 이상 광우병 발생…"미국보다 위험"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법과 민주적 절차' 마저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문제는 광우병 위험으로 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은 캐나다산 쇠고기를 일사천리로 수입키로 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현지 광우병 발생 현황과 '규제조치'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부터 올해까지 캐나다에선 총 16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한 해 동안 평균 두 건 이상이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부터 '한 층 강화된' 사료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 보다 더 높은 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는 일본과 EU에서 각각 4건과 22건의 광우병이 발생한 경우를 본다면 결코 안전한 조치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캐나다의 광우병 위험물질(SRM) 규정 역시 일본과 EU, 심지어 미국에 견줘 턱없이 미흡하며 광우병 검사비율 또한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생민주국민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앞에서 광우병 위험 캐나다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CBS노컷뉴스

'광우병 국민대책위'는 "일본은 모든 연령에서 뇌, 척수, 등뼈 등을 SRM으로 제거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회장원위부(소장 끝)만 모든 연령에서 제거할 뿐, 뇌와 척수 등은 30개월 이상에서만 SRM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캐나다 FTA 위해 쇠고기 수입?…지난해 촛불정국 재현 우려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과 광우병 발생 위험을 배제한 정부의 수입방침이 한국과 캐나다 간 FTA의 선결조건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과 미국의 쇠고기 수입 체결 당시, 시민단체가 제기했던 의혹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이 최근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제13차 한·캐나다 FTA 협상에서 "쇠고기 검역 문제의 해결 없이는 FTA의 타결·비준이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한 걸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외교통상부가 국회 보고용으로 작성한 '한·캐나다 FTA 현황'(2009. 12.16) 으로 , 문건에선 "최근 들어 한국, 캐나다 정부가 FTA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문제('광우병 이슈')를 분리해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문제를 놓고 양국이 WTO에서 분쟁 중인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이 대통령이 지난 7일 밝힌 '원칙적 수입' 발언은 한국이 양국 간 FTA의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한 상황이다.
 
'광우병 국민대책위'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선언은 한미 FTA와 판박이로서 한캐나다 FTA의 선결조건으로 수입재개를 약속한 것"이라며 "무역협정을 위해 국민건강을 파는 일이 또 다시 반복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작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촛불운동은 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건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일어났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포기가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건이 될 수 없다"고 수입방침의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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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2/22 [17: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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