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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깜짝 방문'에 국민들 노이로제 걸려"
잇단 '서민행보', 연말 민생챙기기 시동…'기획된 이벤트' 작년 논란 재현
 
이석주   기사입력  2009/12/14 [16:56]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 홍보광고에 출연한 '욕쟁이 할머니' 강종순 씨의 포장마차 식당을 지난 12일 저녁 '깜짝 방문' 하면서, 이른바 중도실용 노선을 바탕으로 한 '연말 친 서민행보'에 본격적 발을 내딛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 손 수제비집 가게(12월2일)와 영광굴비 판매점 방문(12월4일)을 시작으로, 라디오-인터넷 정례연설과 정부 공동 업무보고 등을 통해 '세밑 민생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연말 서민경제 챙기기'라는 말로 배경을 설명했으나, 당장 '사전에 기획된 이벤트성 홍보 행사'와 '깜짝 방문의 남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말에도 제기된 '전시행정' 논란이 1년이 지난 2009년 말에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MB '욕쟁이 할머니' 방문, '연말 민생챙기기' 본격 시동?
 
이 대통령은 김윤옥 여사와 함께 지난 12일 밤 서울 강남역 인근 강종순 씨(69)의 지하 포장마차 식당을 깜짝 방문, '욕쟁이 할머니 포장마차집'의 번영을 기원하며 참석자들과 계란말이, 오돌뼈볶음 등의 식사를 했다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밝혔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저녁 서울 강남역 인근 강종순 씨(69)의 지하 포장마차 식당을 깜짝 방문했다.     © 청와대

이자리에는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과 한나라당 정병국, 강승규, 정태근, 나경원 의원 등 20여 명이 배석했으며, 이들의 '연말 회식' 자리에 이 대통령 내외가 합류하는 형식을 취했다. 12일 깜짝 방문은 밤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진행됐다.
 
청와대는 "경제위기 여파로 최근 손님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욕쟁이 할머니를 돕기 위한 취지를 살려, 이번 행사에는 이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박형준 정무수석 등 대선 광고 주축 인사 20여 명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강종순 씨에게 "요즘 장사가 잘 안된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위로했으며, '예정에 없던 방문'에 놀란 강 씨는 "대선 당시에는 다른 것 말고 경제나 살리라고 했는데, 이젠 대통령이 잘 해주실 것으로 믿고 마음을 놓으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막걸리로 직접 건배 제의를 하기도 했다"며 "김윤옥 여사는 강종순 씨에게 파란색 목도리와 점퍼를 선물했다"고 '뒷담화'를 전했다.
 
청와대 "'깜짝 방문', 서민경제 챙기기 위함"…"기획된 이벤트" 비판
 
이날 '깜짝 방문'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연말을 맞아 대선 당시 민생현장에서 만난 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어려운 서민경제를 챙기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맘 때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한 것과 같이, '연말 서민챙기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당장 야권에서 부터 곱지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14일 "대통령의 깜짝쇼에 국민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청와대가, 기획된 이벤트를 깜짝 방문으로 포장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까지 혹평했다.
 
특히 김 부대변인은 이번 방문이 이명박 대통령 지시에 의해 청와대가 사전에 준비한 행사임을 못박고 나섰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깜짝 방문'이란 용어를 사용했으나,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광주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기공식에 참석, "지난 대선 때 만났던 사람들이 아직 잘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만날 기회를 꼭 한번 마련해 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깜짝 방문'이란 말로 사전에 준비된 행보가 아님을 강조하고 나섰으나, 이 대통령의 '지시 아닌 지시성' 발언이 있었다는 점에서, 김 부대변인은 "그럴 듯하게 포장해 민심을 호도하려 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작년 연말 '친 서민행보 논란' 재현…"강부자 이미지 희석 위한 쇼 불과"
 
이 대통령이 '깜짝 방문'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지난해에도 제기된 바 있으나, 취임 2년을 맞는 올해 역시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즈음했던 지난해 12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같은해 12월18일에는 중소기업인 송년 행사를 방문했다. 이과정에서 청와대는 '깜짝'이란 표현으로 이 대통령의 진정성에 방점을 찍었다.
 
▲ 지난해 12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올해에도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과의 대화' 직후인 12월2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장상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으며, 이자리에선 손수제비집 가게 까지 깜짝 방문해 2007년 대선 당시 만났던 상인들을 손수제비집에서 재회했다.
 
또 12월 4일에는 영광군 법성포 굴비상가의 한 상점을 방문해 굴비 한 두름(20마리)을 손수 구입했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방문은 세종시 원안 수정과 관련해 호남 지역의 민심 달래기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부대변인은 "문제는 유독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가 대통령의 '깜짝방문'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MB정부가 목 놓아 외치는 중도·친서민행보가 기껏 '깜짝 방문', '로또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냐"고 맹성토했다.
 
나아가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깜짝 방문' 남발은 친서민행보가 강부자, 고소영 정권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쇼에 불과함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진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전시행정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각 부처 업무보고 시작, MB '서민일자리 창출' 강조하고 나섰으나…
 
이처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본격적 민생탐방에 나선 이 대통령은 12월 한 달을 '민생경제 살리기'와 '세밑 민심 달래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이 대통령은 14일 방송된 정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정부는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도 서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고 이른바 '친 서민정책'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 중인 '미소금융'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보금자리 주택'을 강조, "이 세 가지 서민정책에는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국민을 돕겠다는 정부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자신했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여성부, 국가보훈처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기업과 달리) 서민들은 아직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약자를 배려해야 국격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날 보건복지가족부와 노동부 등으로 부터 첫 번째 업무보고를 받은 배경은 '서민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내실화' 등 서민생활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고용 분야 등의 중요성을 감안한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내년 업무보고를 받으며, 여기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위원회 합동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활성화', '서민생활 안정' 등도 포함된다. 연말 '친 서민행보'를 위한 본격 행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여성부, 국가보훈처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이른바 '친 서민정책' 등을 강조했다.     © 청와대

정부여당, 비정규직 등 '진짜 서민'은 외면…"국민 놀리나"
 
하지만 이같은 '친 서민정책'에 대해 야권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며 이 대통령 진정성에 낙제점을 주고 있는 상황. 비정규직 근로자와 결식아동 지원급식 예산 등 '진정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촉진을 위한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추경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금' 1,185억원을 올려놓고도 정부여당이 이를 전액 삭감한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내년도 결식아동 지원급식 예산의 432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서 완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예산(22조+알파)의 5%만 투자해도 초등학생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문제, 노동문제를 입에 담고 '친서민'을 선전할 수 있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장상 최고위원 역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것(결식아동 지원급식 예산)을 배제하고 국격을 논하는 것은 국민을 놀리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이 '친 서민행보'에 시동을 걸고 나선 형국이지만, '연말 민생경제 살리기'가 포장된 구호에 그칠 것이란 비판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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