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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가 콩밥이면 효성은 능지처참
[공희준의 일망타진] 진짜 잉여는 이명박과 토건귀족, 효성을 처벌해야
 
공희준   기사입력  2009/10/12 [18:08]
 김유식의 예견된 몰락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유식대장’으로 더 잘 알려진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사장이 콩밥을 먹게 된 것이다. 아는 변호사에게 판단을 구해보니 징역 2년 6개월이면 상당히 중형이란다. 우리나라는 경제범죄나 성범죄에 대해서는 유달리 변태적으로 관대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전과 14범이 나라님 되시고, 전과 17범의 상습 성폭력 전과자가 겨우 징역 12년 맞았으니까.
 
오해를 피하기 위해 나는 김유식 사장을 옹호하고픈 마음이 전혀 없다는 점을 먼저 밝혀야 할 듯싶다. 그의 아내인 박 아무개 씨(일명 유진낭자)가 법원에 제출했다는 탄원서의 주장처럼 설사 김 사장이 지능적인 기업사냥꾼들의 치밀한 금융사기음모에 억울하게 휘말려들었다고 하더라도, 김유식 사장 본인의 지나친 욕심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사실만큼은 부정하기가 어려운 까닭에서다.

애초부터 그림이 이상했다. 김유식 사장과 대동소이하게 업계에서 경력을 밟아왔고, 디시인사이드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체를 꾸리고 있는 주변의 IT업체 대표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디시의 코스닥 우회상장에는 이른바 모종의 ‘야료’가 개입됐음이 틀림없다고 답변했던 것이다. 김유식 사장이 채택한 방법은 대단히 위험성이 큰 도박이라는 의견들이었다.
 
 잉여 대통령의 마우스 공포증
 
그럼에도 나는 김유식 사장이 선처되었으면 좋겠다. 부인의 탄원서에는 의심할 수가 없는 사실이 몇 가지 담겨 있다. 그는 거액을 빼돌린 악덕기업주 치고는 너무나 소박하고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김 사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그리고 거의 폐인 수준으로 사이트 관리에 몰두했을 정도로 매우 열심히 일을 했다. (이해찬을 비롯한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이 최소한 골프에만 미치지 않았어도 노 전 대통령이 그처럼 비극적인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 게다.)
 
내가 김유식의 선처를 희망하는 근본 이유는 디시인사이드 신화의 종말이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벤처정신의 완전한 소멸과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의 처참한 붕괴를 예고하는 불길한 전주곡이라는 데 있다. 더불어 이와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흐름을 이명박 정권이 범정부 차원에서 일부러 조장 내지 방조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좀처럼 지워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편파적이다. 정권의 편파성은 비단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놀라우리만치 편파적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삽질에 관련된 일에는 아낌없이 퍼주면서도 마우스 놀리는 직종에는 재테크 빼놓고는 지독하게 인색하다. 건교부는 국토해양부로 덩치를 키워주면서 정보통신부는 수족을 모두 잘라낸 다음 지식경제부에 셋방살이를 시켰다. 강남의 재개발조합 사무실에는 돈이 넘쳐흐르지만 용산 전자상가에는 손님이 없어서 용팔이까지 호객꾼으로 동원해야 하는 지경인 것이다.
 
용산역을 사이에 두고 동편과 서편 양쪽 모두에서 대한민국이 불타고 있다. 용산역 동쪽에서는 부동산투기에서 파생된 잉여자본이 여섯 명의 소중한 인명을 태워 죽였다. 서쪽에서는 정작 자신들이 잉여면서도 남들이 잉여인 줄로 착각하는 무지한 대통령과 그의 무식한 참모들이 미래의 성장동력을 창출할 IT산업의 요람을 서서히 말려 죽이는 중이다.
 
 토건 정권의 잉여 퍼주기
 
주류 정치학계의 태두라고 할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의 개념을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한 바가 있다. 쉽게 풀이하자면 떡고물을 에지(Edge) 있고 간지 나게 나눠주는 일이 정치라는 뜻이다.
 
한 사회의 떡고물은 당연히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4대강 사업인가 하는 분명히 ‘시망’할 짓거리에 20조 원 이상을 퍼주려면 필연적으로 다른 부문을 줄이고 조여야만 한다. 결식학생들 급식비 회수해가는 걸로는 턱도 없다. 1차적으로 된서리를 맞은 것이 국방 분야다.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도 꾸준히 증가했던 해군력 증강예산이 축소되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극우파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것이 괜한 노릇이 아닌 셈이다.
 
복지비와 국방비가 사실상 감소하여도 4대강에 쏟아 부을 공사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IT산업 역시 이명박 정부에게 예쁘게 보일리 만무하다. 한나라당도, 조중동 부자신문도, 강남아줌마들도 좌파들이 장악한 인터넷 때문에 고생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판국이다. 정답 나왔다. 정보통신 산업을 희생시켜 삽질에 쓰일 재원을 조달하는 거다.
 
 DC와 효성, 누가 더 잉여인가
 
이러한 가설이 허무맹랑한 낭설로 판명될 계기가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딸이 시집간 효성그룹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의혹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김유식이 횡령했다는 회사자금도, 효성그룹이 조성했다는 비자금도 공교롭게도 모두 70억여 원대다. 엇비슷한 금액의 액수건만 디시인사이드 사장은 아직도 전셋집에 살면서 사이트 방문자들을 위해서 새벽까지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반면, 효성 큰아들은 정당한 법절차를 어겨가면서 로스앤젤레스에 호화별장을 장만했다고 한다.
 
디지털 카메라 품질비교로 먹고사는 디시인사이드가 코스닥 상장을 목적으로 뜬금없이 건설회사와 엮일 때 김유식 사장의 앞길에는 암운이 드리워졌었다. 타이어 장사하는 효성이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설치는 광경도 그것만큼이나 생뚱맞고 어색하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상대방을 욕할 때 경멸적 호칭으로 ‘잉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불필요한 존재라는 의미다. 21세에 들어선 대한민국 최대의 잉여는 무엇일까? 차도 다니지 않는 곳에 길 닦고, 분양되지 않을 아파트 지으며, 멀쩡한 강물에다가 콘크리트 처바르는 토건산업이다. 토건산업으로 배를 불리는 삽질귀족이야말로 잉여 중의 잉여라 하겠다.
 
잉여 중의 잉여인 삽질귀족들을 살찌우고자 IT산업이 이명박 정권 출범 이래로 주구장창 털려온 터다. 김유식 사장에 대한 엄벌이 IT산업 죽이기의 일환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효성그룹과 관련된 의혹들을 샅샅이 규명하는 데 스스로가 앞장서야 옳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유식대장만큼만 혼내주기 바란다. 상식과 원칙상으로는 효성그룹의 죄질이 훨씬 불량하겠으나 명색이 대통령 사돈이 경영하는 기업 아닌가. 국격을 생각해서라도 이번에는 국민들과 사법부가 좀 관대하게 봐주자. 딱 2년 6개월로.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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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2 [18: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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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익 2009/10/13 [21:50] 수정 | 삭제
  • 필력이 좋으십니다. 계속 보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