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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4대강 사업…속속 드러나는 '거짓말'
PD수첩·전문가·민노 홍희덕 등 4대강사업 의혹 제기…"정부 거짓말 들통"
 
이석주   기사입력  2009/09/09 [11:50]
총 사업비 22조원의 혈세가 투입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오는 10월 본격 착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업추진 근거로 내세운 핵심 이유와 통계수치, 사업의 실효성 등에서 문제점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사업 자체의 타당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모의실험을 통해 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한 MBC <PD수첩>의 8일 방송분에 따르면, 홍수 피해와 가뭄 해결, 수질개선 등을 사업 이유로 밝힌 정부의 계획이 얼마나 졸속적이고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케 했다.

<PD수첩>은 이날 저녁 '착공 한 달 전! 기로에 선 4대강'이란 제목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현 정부 임기 중 최대 역점 사업으로 삼고 있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분석한 뒤, 공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피해와 사업 이후의 실효성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대 공사지역' 낙동강 물 부족?…"4대강 사업과 아무런 상관관계 없다"

제작진은 먼저 정부가 사업 타당성의 근거로 내세운 '물 부족과 가뭄 해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4대강 추진본부'는 사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용수 확보량을 13억톤 증대한 뒤, 물부족과 가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혀왔다.

특히 최대 공사 지역으로 알려진 낙동강과 관련해선, "낙동강에서 확보할 10억톤은 낙동강 본류의 대도시 및 중소도시의 제한급수 해결 등에 사용될 것"이라며 "하천의 생태적 조건을 향상시키는 유지용수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 MBC

하지만 <PD수첩>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4대강 본류 구간에서 16개의 대형 보를 설치해 확보하겠다는 물은 남서 해안 및 도서지역, 내륙 산간지역 등 주요 가뭄지역의 물 부족 해결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역시 "4대강 사업에서 13억 톤의 물을 확보하는 것과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의 가뭄을 해소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며 "그 논리적 근거가 매우 불분명하다"고 정부의 주장을 강하게 일축했다.

실제로 <PD수첩>에 따르면, 낙동강의 대도시인 부산과 대구는 이미 4대강 살리기 구간이 아닌 곳이며, 이로 인해 이 지역은 이미 상수원 이전을 추진 혹은 검토 중이다.

4대강 추진본부 측 역시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확보할 물이 주요 가뭄지역의 물부족 해소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시인했으며, "서남해안, 내륙 산간지역 등 가뭄이 가장 심한 지역에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노 홍희덕, 정부 용역보고서 공개…"사업 안해도 가뭄 자연적으로 해결"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물 부족 해결'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굳이 사업을 시행하지 않아도 2016년에는 물 부족이 해소될 것으로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홍 의원이 이날 공개한 '정부 용역보고서'에 드러난 것으로, 이 보고서는 지난해 8월 경북대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낙동강 유역의 선진형 수질개선 대책마련 및 타당성 조사'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1994년 기후상황(최대 가뭄년)이 나타날 경우 기준 수요 시나리오에서 예측된 2011년 수요량에 대해 낙동강 권역에서는 지역별로 약 1억2000만㎥의 물 부족이 예상되지만 지역간 물 이동으로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2016년에는 수요량 증가로 약 1억4000만㎥, 2020년에는 약 1억3000만㎥의 지역별 물 부족을 나타내고 있다"며 "지역간 물 이동시설을 활용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낙동강 권역은 전체적으로 물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 부족 산출 방식이 틀렸다고 지적해왔다. 향후 용수공급시설 설치 계획이나 인근 지역의 잉여 수자원까지 고려하여야 하는데 단순하게 지역별 물 부족량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물 부족량을 산출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물 부족량은 터무니없이 과대 추정되고 용수공급 시설 공사량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며 "정부가 밝힌 핵심이유인 물부족 문제가 실상은 전혀 부족하지 않은 상황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8일 공개한 '정부 용역보고서'.     © 홍희덕 의원실

홍 의원은 "연일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물 부족, 수질, 국가재정, 경제효과 등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4대강 사업으로 수질 개선"?…전문가 "유속 느려져 오염원 자랄 것"

한편 8일 <PD수첩>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이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4대강의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좋은 물'의 비율을 2008년 현재 75.8%에서 2012년에는 86.3%로 대폭 향상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형 보 설치로 유속이 느려져 부영양화가 심해지는 등 수질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반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는 "유속실험에서 수문을 열었을 때 유속2.5m/sec이었지만 수문을 막았을때는 1/8로 느려진 3~4mm/sec였다"고 밝혔다.

유속이 느려지면 그 만큼 내부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오염원이 자라 오염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4대강 전 구간에서 준설이 계속될 2년 동안 부유 토사가 발생해 그동안에도 수질이 나빴던 갈수기에는 최악의 상태에 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경기개발연구원 팔당물환경센터 송미영 선임연구원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보가 들어설 경우 남한강의 수질이 BOD 기준으로 2ppm정도의 수질이 0.5정도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쉽게 말해 현재수질보다 25%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PD수첩>은 정부가 밝힌 '홍수피해 예방' 목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간 정부는 "하천바닥을 낮춰 범람지역의 홍수피해를 줄이겠다"며 사업 타당성을 주장했다. 현재의 제방으로는 홍수를 막기 어려우며, 사업을 통해 하도를 굴착하겠다는 것.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그러나 "낙동강 전역은 2005년도 기준으로 이미 10~15년 전보다 지금은 최대 9.4m까지 깊어진 상태"라며 "오히려 하천바닥이 더 낮아진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더이상 굴착을 하지 않아도 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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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09 [11: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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