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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 또 연행…'용산참사 노이로제' 걸린 MB정권
29, 31일 이어 1일 삼보일배도 무차별 연행…"정권의 아킬레스 자임한 것"
 
이석주   기사입력  2009/09/01 [18:49]
집권 2년 차를 맞아 '중도 실용'을 강조하며 이른바 '친 서민행보'에 팔을 걷어부친 이명박 정부지만, 최소한 '용산 참사'에서 만큼은 '화합과 통합'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그대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1월 참사 발생 직후 부터 사태해결에 대한 의지는 커녕, 철거민들을 '가해자'로 둔갑시켜 법정에 세운 이명박 정권이 최근 잇따라 진행된 '용산 참사 삼보일배'의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하면서, 이에 따른 비판적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경찰은 대법원에서도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삼보일배'를 명백한 불법시위로 규정한 뒤, 유족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급기야 공당 대표 및 관계자들 까지 연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 정부 최대의 '아킬레스건'을 이명박 정권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양상이다.

■ 경찰, 진보신당 부대표 등 10여 명 연행…"정권 폭력, 이젠 광기 수준"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와 진보신당은 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사과와 사태해결에 대한 의지 표명, 검찰의 '3천 페이지' 수사기록 공개 등을 촉구하기 위한 '3보1배'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회견을 마치고 광화문 네거리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시도하려 하자, 진보신당 정종권, 이용길 부대표와 범대위 관계자 등 10여 명을 연행했다.
 
▲ 지난31일 열린 삼보일배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의 모습.     © CBS노컷뉴스

▲ 지난 31일 용산참사 유족들과 범대위 관계자들은 민주노동당 주관으로 삼보일배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은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 용산범대위

특히 진보신당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두 명의 부대표 뿐 아니라 노회찬 대표와 유가족들의 삼보일배를 명백한 불법집회로 간주한 뒤 이들은 '감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보일배를 불법시위로 볼 수 없다'는 최근의 대법원 판례를 감안하더라도 경찰의 탄압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며, 무엇보다 공당 대표와 국회의원의 삼보일배를 저지한 것은 법이 보장한 정치활동을 공권력을 이용해 중단시켰다는 지적이다.

진보신당은 이날 당 명의의 성명을 내고 "8개월이 넘도록 사태해결의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이명박 정권이 급기야는 경찰을 동원해 공당의 부대표를 연행했다"며 "도를 넘어선 정권의 폭력과 만행은 이제 광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진보신당은 "경찰은 조속히 연행자를 석방하고 공당에 저지른 상식 밖의 만행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라"며 "만약 경찰이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를 공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범대위 역시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진정성 있는 '화해와 통합'의 정치를 할 것이라면 용산참사 부터 해결할 것"이라며 "공권력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용산철거민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9-31일 총 35명 연행…"용산참사가 정권의 아킬레스임을 자임한 것"

경찰의 '용산 참사 삼배일보 강제연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31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삼보일배에서도 유족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으며 용산 범대위 상황실장 등 16명을 강제 연행했다.

31일 행진은 민주노동당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 유가족들은 대한문에서 출발한 후 100미터도 가지 못해 경찰에 포위됐다. 범대위는 "이런 상황이 1시간 넘게 진행됐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 31일 연행 모습.     © 용산 범대위

여기에 경찰은 지난 주말(29일) '용산 참사 범국민 추모의 날'에 참여한 시민 19명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결국 '서민행보'를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용산 참사 문제에 한해서는 공권력의 칼날 부터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평화적인 삼보일배와 정당한 정치활동을 불법 집회로 호도해 일거수 일투족을 탄압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결국 이 정권 스스로 용산참사가 정권의 아킬레스 건임을 자임한 셈"이라고 성토했다.

우 대변인은 "이 정권이 스스로 인정하듯 용산참사 문제 해결은 이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정권에 의한 살인만행이었음에도 수사기록마저 감추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잡아 가두는 기가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용산참사가 국민들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잊혀지길 바라겠지만, 우리 국민들의 기억력은 형편없지 않다. 용산참사를 뇌세포 하나 하나에 선명하게 기억하는 국민들이 지금 묻고 있다"며 "서민을 죽인 정권이 서민행보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 노회찬 "MB, '서민' 언급하기 전에 용산참사 현장 부터 방문하라"

한편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권력의 무자비한 진압에 의해 희생당한 다섯 분의 시신이 아직도 병원냉동고에 있으나,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다"며 "이명박 정권이 서민을 입에 오르내리려면 용산참사 현장부터 방문하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위에 올라갔던 생존한 철거민들을 구속하고 엉터리 재판을 진행 중"이라며 "대한민국 서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용산 4구역 남일당 건물이다. 서울시도 잘못된 재개발 정책 때문에 생긴 일인데 입도 뻥긋 안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노 대표는 경찰에 대해서도 "유족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3보 1배를 하려는데 그것도 공권력이 가로 막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이 자리에서 에서 주저앉을 수 없다. 폭력적인 탄압에 물러설 우리가 아니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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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01 [18: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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