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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성 탈락' 의혹 확산…"진중권 죽이기"
진중권 임용 탈락, '정치적 의도' 의혹 확산…졸업생, 재학생 등 '서명운동'
 
이석주   기사입력  2009/08/18 [12:39]
중앙대가 '겸임교수는 한 가지 이상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진중권 겸임교수에 대한 재임용 불가 결정을 내린 가운데, '정치적 의도'를 주장하는 교내외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등 '임용불가'에 따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중앙대 내에선 '이명박 정부에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는 진 교수가 정치보복을 당했다'는 주장 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졸업생과 재학생, 교수들은 학교 규정의 세부 사항까지 제시하며 진 교수 재임용 탈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졸업생-재학생, 교수들 까지 비판…1인 릴레이 서명운동 진행
 
학교 본부가 진 교수의 임명제청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중앙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인 <중앙人>에는 '재임용 불가 결정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릴레이 1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18일 정오 현재 재학생을 중심으로 100명을 넘어선 상황.
 
"진 교수님의 강의는 학생들이 판단하는 것입니다. 본부의 진중권 교수 임용불가 처분에 대해 규탄한다" (아이디 '편집장')
 
"진중권 교수가 아니라, (박범훈) 총장이 자격미달이다" ('foolosophy')
 
"모교 동문이란 게 창피스럽습니다" (34771)
 
▲ 중앙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진중권 교수에 대한 임용 불가 철회를 촉구하는 릴레이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人>

릴레이 서명운동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본부 측의 진교수 재임용 탈락 기준을 문제삼은 뒤, 이번 결정으로 학교 신뢰도에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부는 박 총장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이른바 '정치적 의도'를 제기하고 있다.
 
foolosophy는 '과연 진중권 교수는 규정 때문에 잘렸나', '이재오 초빙교수 과연 규정 엄격적용했나'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학교가 마음대로 해임한 것은 알겠지만, 무자격자인 이재오는 임용하고 진중권은 안된다는 이중잣대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들의 열망과 수업권이 이렇게 쉽게 무시당해도 되는 것이냐"며 "학생들이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교수'를 '교수'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이게 배움의 장인 대학에서, 그것도 총장이 할 짓이냐"며 '임용불가'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학교 측이 '겸직기관 없음'과 '기타 겸임교수 인정기준 불일치' 등 석연찮은 사유를 들어 최종 불가 통보를 내린 것에 따른 것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 불가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독문과에 따르면, 진 교수는 지난 2003년 겸임교수로 최초 임용된 후, 2년마다 임용계약을 연장해 현재까지 재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와 다른 새로운 사유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느닷없이 불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독문과와 총학생회, 학생들과 교수들이 진 교수 임용 불가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부여당과 궤를 같이해온 박 총장이 현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온 진 교수에게 사실상의 '보복성 징계'를 했으며, 자신의 '여제자 성추행' 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것.
 
앞서 진 교수는 17일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 "'우연의 일치'와 '정치적 배후'를 놓고 본다면, 후자에 배팅을 하겠다"고 말한 뒤, 중앙대 겸임교수 직 뿐 아니라 한예종 객원교수 탈락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진중권 죽이기'와 다름없다"

 
이와 관련, 중앙대 총학생회와 문과대 학생회, 독어독문학과 학생회 등은 17일 오후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적 사상을 자유롭게 펼쳤던 진 교수를 죽이는 것은 한마디로 치졸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성명에서 "학교본부는 진 교수의 재임용 불가 처분을 취소하고 학우들과의 대화에 나서라"며 "진 교수에 대한 학교본부의 후속조치를 살펴본 뒤, 정말 '어떠한 의도'가 없었는지 검증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학교 측의 지임용 탈락 이유과 관련, "정말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면 진 교수에게 재임용 불가 처분을 내릴 것이 아니라 초빙교수나 기타 다른 교수직을 먼저 제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어독문학과 학생회 역시 "진 교수는 <미학 오디세이>를 비롯해 수많은 저서를 남겼으며, 미학이론 매체이론 문화이론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공적인 사회활동으로 존경받는 지식인"이라며 "양질의 교원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축출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문과대 학생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중앙대를 포함한 타 대학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평론가, 방송인, 화가, 음악인들이 수없이 존재하지만, 유독 진 교수만 임용될 수 없다는 것은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진중권 죽이기'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중앙대 문화연구학과도 학생 전체 명의의 성명을 내고 "규정준수라는 허울 뒤에 숨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학생들과 교수들을 기만하는 학교당국의 태도를 그냥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경고와 날선 비판을 동시에 가하고 나섰다.
 
특히 "학교가 진 교수의 '교수로서의 자격'을 판단하는 근거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며 "최근 몇 년간 참여지식인으로서 진중권 교수의 사회비판적 발언이 가지는 영향력과 박범훈 총장의 친정부적 활동의 관계에 주목한다"고 '정치적 의도'에 못을 박았다.
 
이들은 △진중권 교수에 대한 임용불가 결정의 즉각 철회와 △학교 측의 명분 없는 인사행정권 남용 중단, △박범훈 총장과 학교당국의 즉각 사과를 촉구했다.
 
"진중권 교수가 'MB맨' 에게는 눈엣 가시였을 것"
 
한편 야권에서도 진 교수 임용 탈락에 의문을 제기하며 박범훈 총장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이번 파문이 정치권 으로 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은 17일 오후 논평을 내고 "박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지냈고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까지 맡았던 대표적 MB 맨"이라며 "진중권 교수가 그에게는 눈엣 가시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보신당도 "박범훈 총장은 앓던 이를 뺀 듯 후련함을 느끼겠지만, 수많은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피해가 가해졌다"며 "진교수를 '미운털'로 보고 정치적 보복을 가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학교 측은 교무처장 명의의 '재임용불가조치에 대한 설명문' 등을 제외하곤 공식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정치적 보복'을 주장하는 학생들과 교수, 야당의 비판적 목소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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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18 [12: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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