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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박연차 수사, 검찰 '표적사정' 역풍
盧 전 대통령 '여론수사' 압박 뒤탈…박회장 진술에 크게 의존 '후유증'
 
이재웅   기사입력  2009/06/12 [19:03]
이명박 정부 2년차를 뒤흔들었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해 12월 중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과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이고, 중수부 새 수사팀이 지난 3월 17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체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뒤로는 거의 석달 만이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 등 7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점을 감안하면 맥빠진 가운데 일정부분 수사 성과가 있었지만, 수사 도중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상 초유의 결과를 초래한데다 보복.표적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및 피의사실 공표 등 갖가지 부작용도 속출했다.
 
논란의 핵심은 보복.표적수사 논란이다.
 
이번 수사는 수사착수 배경부터 석연치 않았다. 지난해 7월 말 국세청이 태광실업을 포함한 일부 기업에 대해 석 달여에 걸쳐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前 정권에 대한 표적사정 의혹이 제기될 만한 배경을 안고 출발했다는 얘기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세무조사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세청은 적법절차에 따라서 했다고 했는데, 그 앞의 배경은 우리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부인과 아들, 딸, 친인척은 물론 주요 측근들을 대거 소환하고, 구체적인 혐의 내용까지 언론에 노출시킴으로서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태를 불러왔다. 검찰 스스로 강조했던 '절제와 품격'을 잃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에 크게 의존한 검찰 수사는 이미 재판과정에서 후유증을 낳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열린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한 공판에서 박 회장은 이광재 의원에게 "깨끗한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어떻게 됐건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한 점에 대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진술한 게 대표적인 예다.
 
노 전 대통령의 600만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는 "박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며 사실상 여론수사를 통한 노 전 대통령 압박에 의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은 과잉수사과 함께 부실수사 비판을 불러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세무조사 무마로비의 실체를 밝혀줄 핵심 인물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직접 소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으나,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서면조사로 마무리했고, 박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전화접촉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실패한 로비"라는 이유로 수사를 더이상 진전시키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또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김정복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혐의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됐다.

이밖에 판검사 가운데 여러명이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골프접대나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박연차 리스트에 오르내렸으나, 김 모 검사 외에 대부분 불기소 처분되거나 내사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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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12 [19: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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