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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고 뻔뻔한 국방부, '군바리' 자처하나
[주장] 무식한 군대가 될 것인지 신뢰받는 군대가 될 것인지 판단해야
 
예외석   기사입력  2009/03/30 [19:56]
“장석주 시인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것이 우리들 스승이요, 도서관에 꽂힌 장서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바위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새들과 이름 없는 꽃들, 그것은 수많은 활자들로 채워진 우리들의 교과서라고 합니다.”

어느 영화감독이 매일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다.

시대정신이란 무엇일까. 모든 학문의 아버지가 철학이라는 말이 있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사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어떤 질서 같은 것 또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이정표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데 현실에서는 방향감각을 알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최근 국민들은 봉중근과 안중근을 비유하며 연일 WBC 야구경기에 열광했다. 물론 고군분투하는 우리선수들을 볼 때 세계 속 한국야구가 자랑스럽기는 하다. 우리의 눈과 귀가 온통 야구에 쏠려 있을 때 국방부가 난데없이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 헌법소원을 냈던 군법무관 7명에 대한 징계를 단행했고 그 중 2명에 대해서는 파면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국방부는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서적이라고 판단된 도서 23권을 지정해 반입금지 지시를 내렸다. 문제의 그 책들은 시중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것도 있었고 대학교재로 사용되는 것도 있어서 상당히 논란을 일으켰었다.

군내에서 양식 있는 법무관들이 그 조치가 부당하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국방부 조사단에서 한 달 넘게 조사하는 소동을 벌였다. 무슨 간첩혐의자도 아니고 일거수일투족 세밀하게 밀착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군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억지명목으로 해당 법무관들에게 다분히 감정적인 징계를 내렸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민주사회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인가.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불통의 정부라고 하지만 이정도인지 상상하지 못했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분명한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조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법무관들이 잘못된 조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 것도 항명에 해당되는 것인가.

이번 일을 볼 때 군이라는 집단은 도저히 개혁될 수 없는 강고한 콘크리트 블록이란 것을 자기 스스로 만천하에 입증 해버린 셈이다. 군대에서 흘러나온 상스러운 말이 있다. “X으로 밤송이를 까라면 까라” 또는 “반항하면 총살이다.” 한마디로 무식의 극치를 달리는 말이다.

21세기 군대가 아직도 저급한 수준의 ‘돌격 앞으로’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라’만 외치고 있으면 어쩌자는 것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의 개혁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손질을 한다고 호들갑 떨지만 정작 개혁다운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에 이명박 정부가 군내 파벌주의를 못 고치면 정예강군이 되기 어렵다는 취지로 육사, 해사, 공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군의 인사·지휘체계를 일원화하는 개혁을 단행한다고 한다. 말로만 개혁, 개혁 외치지 말고 군의 정신전력도 활짝 열고 사회 변화를 수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이 벙커를 좋아한다고 군대마저 폐쇄된 밀실에서 20세기 군대로 퇴보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앞으로 전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더가 무식하면 군 전체가 무식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식한 군대가 될 것인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군대가 될 것인지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일부 군인들은 시민들의 평화적인 촛불집회나 노동자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보면 흥분해서 악의적인 발언을 한다. “모조리 다 탱크로 깔아뭉개버려야 돼!”, “빨갱이 새끼들 총으로 다 쏴 죽여 버려야 돼!” 이런 사람들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걸음을 걸을 때 내 발을 디딜 만큼의 흙만 있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내가 어디를 가서 무엇이든지 하고 누구든지 만날 수 있으려면 흙바닥 전체가 필요한 것이다.

“무식하고 뻔뻔한 국방부여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언제까지 군바리 소리 들을래?”


예외석(시인, 노동자)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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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3/30 [19: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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