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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국회 문닫기 전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한글날 국경일제정 국민대회 열려, 16대 회기중 처리촉구
 
김주영   기사입력  2003/09/23 [19:23]

지난 1990년에 기업의 경제논리에 의해 일반기념일로 격하된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국민대회가 여의도 세종대왕 동상 아래서 한글날국경일제정범국민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이번 국민대회는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된다'라는 인식과 국회에 발의된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을 16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에 통과할 것을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의 행사는 교사들과 관련단체 인사들의 참여가 이뤄졌으며, 특히 초, 중 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서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학생들     ©대자보

비단 이날뿐만이 아니라 한글문화단체들은 지속적으로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켜 우리 겨레가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가진 문화 민족임을 온 세계에 알리고 국민이 긍지를 가지고 자주문화 창조에 힘써 문화선진국이 되게 하는 기틀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정부에 건의해왔다. 그리고 지난 2000년 10월 2일 국회에서 신기남 의원 외 32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국경일 개정안'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000년 12월 4일 그 법안을 심의하면서 경제단체와 행정자치부가 반대한다며 공청회를 다시 열고 법안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어디서나 경제논리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신기남 의원     ©대자보
신기남 의원은 격려사를 통해 "이번 정기국회 때 꼭 이룰 수 있도록 결의문을 전달하도록 하겠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쉬는 날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기념일로 제정하자는 것이다."라며 한글날의 국경일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또한 신기남 의원은 "국경일이라는 것은 국가에서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함인데, 현재 국경일로 지정되어있는 날의 대부분은 일제시대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를 볼 때 일제치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어있는 것은 매우 좁은 시야라 하겠다. 좀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한글은 민족문화 형성의 근간이며, 독창적인 민족정신을 세우는 일이다. 이런 날을 기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국경일에 대한 시각을 좀더 넓게 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더불어 신기남 의원은 한글단체들을 격려하면서 "이번 주5일 근무제와 연결해 공휴일 조정을 하면서 국경일로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여론이 중요하다. 여러분들이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통과되게 하자."라고 말해 국민의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신기남 의원은 국감중이라 행사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결의문과 호소문을 전달받아 국회의장에게 제출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시민들의 서명이 적힌 서명판을 한글도메인회사인 넷피아 대표에 의해 전달받았다.

▲이진우 변호사     ©대자보
이진우 변호사는 대회사를 통해 "지구에는 수많은 민족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고유한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글은 그 수많은 것들 중 하나가 아닌 가장 우수한 언어 중 하나다. 이것은 단순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언어학자들에 의해 밝혀진바 있다."며 한글의 우수성을 이야기했다. 이어 이진우 변호사는 "우리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주장한지도 벌써 3년째다. 그런데 그 동안 분과위 한번 열어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국회의원들이 모여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자고 법안을 제출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글법안은 그냥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며, 단순히 포장효과만 노리는 국회의원들이 좀더 실질적인 일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해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한글날 국경일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다솜 양     ©대자보
행사장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시민, 종교인, 연예인, 정치인 시민단체 대표 15명정도가 릴레이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안산초등학교 3학년인 이다솜 양은 나이에 맞지 않은 어른스러운 말투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한글날이 국경일이 돼야 하는 이유와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할 것을 호소하는 발언을 해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글날이 며칠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수는 얼마나 될까? 어쩌다가 달력에 쓰여져 있는 한글날이라는 표시에 '아 오늘이 한글날이구나'하는 생각으로 지나칠 뿐 한글날은 잊혀지고 있으며, 한글의 중요성 또한 잊혀지고 있다.

한글이 국경일이 돼야 하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수가 늘기 때문에 안된다는 경제쪽과 행정부쪽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휴일이 늘기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공휴일은 중요성을 생각해 조정이 가능한 것이며, 불변의 것이 아니다.  지나친 경제논리와 행정편의주의식의 사고가 우리 나라 고유문화를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문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글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그날을 기념하고 한글에 대한 관심을 기울임으로서 가능할 것이다.

▲서명을 하고 있는 시민들     ©대자보
초등학교에서 불고 있는 조기영어교육 열풍이나, 한문을 초등학교 교육에 포함시켜야 할 것을 소리높여 외치는 국회의원들의 한자에 대한 관심이 반만이라도 한글을 지키는데 쓰인다면 한글날은 내일이라도 국경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세계화시대를 맞아 민족의 고유문화를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16대 국회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국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만 문화가 지켜질 수는 없다. 관심을 기울이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한글은 그 가치를 빛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은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것임을 국회의원들은 맘속 깊숙히 되새겨야 할 것이다. / 사회부기자


한글날 국경일 제정 촉구 결의문

▲한글날 국경일 만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대자보
한글이 우리 자주 문화의 최고 기틀이자 정보화 시대의 이기이며, 세계 인류 문화유산으로 각광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맞갖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천대를 받아왔습니다. 이는 우리 자신을 비하하는 일이며 우리 문화를 업신여기는 반민족적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여 국내외에 선포하고 자손만대에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기는 일에 온 겨레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는 우리의 한결같은 염원이며 우리 문화 발전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뜻과 목소리를 한데 모아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를 다짐하며 온 국민과 국회 그리고 정부 당국에 호소하는 바입니다.

첫째, 국회는 행정자치위원회에 3년째 계류 중인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을 16대 임기 안데 통과시켜 "문화의 국회"로 역사에 남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합니다.

둘째,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하루 빨리 제정하여 위기에 직면한 국어문화를 살리는 전기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태풍과 같은 외래 문화와 날로 거세지는 외국어의 남용으로 우리말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글날을 하루빨리 국경일로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셋째, 한글날 국경일은 온 국민이 바라고 한결같이 축하해 마지않는 국경일 중 국경일입니다. 한글은 겨레의 최고 자랑일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하루도 빠짐없이 쓰며 그 혜택을 누리는 보배입니다. 국회는 국민이 활짝 웃도록 마지막 선물을 마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한글날 국경일은 "문화의 국경일"입니다. 세계 유수한 문화민족인 우리가 문화의 국경일 하나 없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뜻있는 모든 문화 애호가들이 힘을 합하여 한글날을 문화의 국경일로 선포하기를 거듭 촉구합니다.

2003년 9월 20일
한글날 국경일 제정 촉구 국민모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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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3 [19: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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