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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의원, 강남 땅부자 호민관 자처하나
[논단] 종부세 무력화에 나선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을 비판한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8/06/01 [17:49]

한나라당 내에서 손꼽히는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친박계 이혜훈 의원(서초갑)이 18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장장 8시간 동안 의안과 문고리를 잡고 버틴 끝에 '1호 법안 발의자'가 됐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녀가 제출한 법안은 '종부세 개정안'인데, 1가구1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주고, 현행 세대별 합산 과세도 인별 과세로 전환하자는 것이 그 골자다. 만약 이 의원의 개정안대로 종부세법이 개정되면 종부세는 사실상 형해화되고 만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1주택자 종부세 면제가 부당한 이유
 
이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07년 종부세 개인 납세자 37만9천세대 중 1가구 1주택자 14만7천세대가 종부세를 면제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행 주택분 종부세 납세 의무자 가운데 거의 40%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 의원은 1주택자에 대해서 종부세를 면제해 주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종부세법은 1세대 1주택 소유자들한테까지 지나친 세금 부담의 고통을 안겨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의원의 1주택자 종부세 면제 개정안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 의원은 마치 종부세를 징벌적 세금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종부세는 개인이나 법인이 사회와 공공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혜택과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사용요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1주택자라 하더라도 토지라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종부세 납부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1주택자이건, 다주택자이건, 투기목적이건, 실수요목적이건 구분할 필요가 없다.
 
또한 1주택자들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게 되면 다주택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뿐만 아니라, 대형 주택의 증가라는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발생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1주택자 종부세 감면’을 주장 하고 있지만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1주택자들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투기목적이 있을 수 있다. 만일 1주택자들에게만 종합부동산세 감면 조치를 취한다면, 20억 원짜리 1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5억 원짜리 주택 2채를 소유한 경우는 포함되는데,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이렇게 되면 고가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폭증할 것이고 이는 다시 부동산투기를 불붙일 도화선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요컨대, 1주택자에게도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세대별 합산을 무너뜨리면 종부세는 누가 내나?
 
지금의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을 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모두 37만9000명이었다.이 중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공시가격 6억~12억원 주택을 보유한 세대는 30만5000세대였다.
 
만약 종부세를 현행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꿀 경우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격감하게 된다. 여러명의 세대 구성원 명의로 된 주택은 합산되지 않는데다, 부부 공동 명의로 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6억원 미만의 주택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자동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단독 명의로 고가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부부 공동 명의 혹은 세대원 공동 명의로 바꾸면 손쉽게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배우자 증여 방식으로 명의를 변경하는 경우 6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명의 변경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다.
 
한편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세대조차 부부 공동 명의로 변경할 경우 종부세 부담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3명 이상의 세대원 명의로 변경할 경우는 아예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이 넘는 주택은 7만4000세대였다. 결국 종부세 부과 방식을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꾸면 종부세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효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세대별 합산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지만, 종부세의 입법목적이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부세를 부과하여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특히 부동산 투기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세대별 합산과세는 헌법 제37조 2항(즉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본질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원인에 의한 차별이라는 점, 양도소득세의 경우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부동산의 경우 세대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하고 종부세의 입법목적에도 맞다는 점 등을 볼 때 이런 주장은 크게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2005년 11월 종부세 과세방식을 세대별 합산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한 사람이 바로 이혜훈 의원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이 의원 등은 개정안을 통해 "현행 종부세 과세방식(개인별 과세)은 부부가 개인별로 공시가격 이하의 고가주택을 소유하는 경우 종부세가 과세되지 않는 등 미비한 점이 많아 당초의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고 설명하면서 이에 따라 "세대별 합산과세로 전환해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자들이 종부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권이 바뀐 것 이외에는 이 의원이 자신의 말을 180도 뒤집을 아무일도 없었다.
 
이혜훈 의원=부동산 부자들의 호민관
 
여기서 잠시 이 의원의 지난 활약상을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자! 판교발 투기광풍이 수도권을 강타하던 2005년 6월 이혜훈 의원은 소득세법 및 종합부동산세법 그리고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의원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당시 9%(양도소득 1000만원 이하), 18%(1000만∼4000만원 이하), 27%(4000만∼8000만원 이하), 36%(8000만원 초과)였던 양도세율을 각각 6%, 12%, 18%, 24%로 대폭 낮추는 것이 골자였다. 또한 이 의원이 제출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1가구 1주택 소유자를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핵심으로 했고, 지방세법개정안은 재산세 표준세율과 거래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부동산 보유, 거래, 양도와 관련된 모든 세금을 낮추자는 것이 이혜훈 의원이 제출했던 각종 법률개정안의 요지이다. 만약 이 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대로 법률이 개정되었다면 부동산 투기는 한층 심해졌을 것이다.
 
또한 이 의원은 지난 2006년 12월 "1가구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세법 개정을 위해 자신의 지역구에서 10만명 서명운동을 펼치는 한편,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 주민들에게 '이럴 수가! 1가구 1주택인데 종부세라니'라는 제목의 종부세 개정을 촉구하는 전단지를 가가호호(家家戶戶) 배포한 적이 있다. 지역구민들을 상대로 사실상 종부세 납세 거부를 선동한 셈이다.
 
부동산 부자들이 대거 몰려있는 자신의 지역구만을 위한 이혜훈 의원의 활동은 이처럼 일관되고 성실하다.
 
참 좋은 세금, 종부세
 
이 의원이 사실상의 폐지안을 제출한 종부세는 과연 나쁜 세금일까? 정답은 그 반대다. 여기서 잠시 종부세가 어떤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첫째, 자신의 능력에 적합한 부동산 보유를 유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를 구입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합리적인 경제 행위자라면 구입비용과 유지비용을 고려한다. 고소득 계층의 경우에는 비싼 자동차를 비싼 유지비를 내고 사용하겠지만, 소득이 낮은 자는 그 소득에 맞게 자동차를 구입ㆍ유지하는 것처럼 종부세 납부 능력에 맞게 부동산을 소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가 후퇴하게 되면 투기를 목적으로 능력에 맞지 않는 소유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보유세는 소유자에게 비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부동산을 통해서 비용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지 않으면 소유자는 투기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되고, 불로소득을 예상하는 투기적 가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된다.
 
국토해양부가 2008년 4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933만가구의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가격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08년 1월 1일 기준 전년대비 평균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16.4%)과 2007년(22.7%)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것인데, 참여정부가 취한 대출 억제와 함께 보유세 강화가 효력을 발휘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 강남(-1.0%)·서초(-1.3%)·송파(-2.4%)·양천(-6.1%)구와 경기 분당(-7.3%), 평촌(-5.0%), 용인(-6.3%), 일산(-8.3%), 과천(-9.5%) 등 종부세 대상 부동산이 밀집한 지역의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을 보면 종부세가 가격하락에 영향을 주었다고 강하게 추정할 수 있다. 그 결과로 2007년도 종부세 과세 대상자 중에서 1만 5,421가구가 올해 제외되었다.
 
셋째, 국토균형발전과 취약지역의 복지·교육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종부세는 지자체의 재정상황과 복지, 교육수요를 감안하여 배분하고 있다. 한 예로 전라북도의 경우, 2007년도분 종부세를 소관 시군별로 약 100억원씩 배정받아 모두 1,564억원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전라북도 전체 자체수입의 16%에 해당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한편 이 의원이 30일 종부세법 개정안과 함께 제출한 지방교부세 개정안을 보면 강남에서 걷은 종부세 50%는 다시 강남으로 가져가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서울 더 나아가 강남일극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시도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아마 이 의원은 종부세도 재산세처럼 지방세로 하는 것이 맞지만 일부 양보하겠으니 그 중 절반은 돌려달라는 생각인 것 같은데 그럼 중앙정부가 강남에 국세로 구축한 인프라 비용도 정확히 계산해서 중앙정부에 납부하길 바란다.  
 
이 의원은 서초구민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거듭나길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②항을 보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헌법 어디에도 지역구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하라고 하고 있지 않다. 모름지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면 국가의 이익과 지역구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국가의 이익을 우선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의원은 이번의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서초구민들에게 확실히 심어줬을 것이다. 그녀의 정치적 장래, 적어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장래는 탄탄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고도로 구현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지역구민만을 위한 국회의원이란 또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 모쪼록 이 의원이 서초구민만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으로 거듭 나길 기대해 본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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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01 [17: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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