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가 논란 끝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모든 형사범의 공천을 원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최고위원회의가 선별 구제를 주장하고 있고 공천 배제 대상이 된 DJ의 아들 김홍업씨와 최측근인 박지원씨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심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진영의 반대논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옥석론’정도가 될 것이다. 개인비리와 당을 위한 위법행위는 구분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옥석론’의 요지다.
공심위 결정의 수용 여부를 통해 통합민주당이 잃을 것과 얻을 것 일견 그럴 듯한 논리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쉽게 말해 공천 배제 대상자들 입장에서야 자신들이 옥(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굳이 옥석을 가려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민주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2개다. 하나는 공심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공심위의 결정을 어기고 공천배제 대상자들을 선별 구제하는 것. 통합민주당으로서는 어떤 선택을 하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공심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자니 공천 배제 대상자들의 격렬한 반발 더 나아가 무소속 출마가 우려되고, 공천배제 대상자들을 선별 구제하자니 공천혁명을 통한 인적쇄신이 형해화(形骸化)될 상황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통합민주당에게 더 득이 될까? 공심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여 공천기준을 정하는 것이 더 득이 된다. 물론 이렇게 할 경우 공천 배제 대상자들, 그 중에서도 DJ의 아들 김홍업씨와 최측근인 박지원씨의 반발이 완강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DJ와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공천 배제 대상자들의 무소속 출마로 인해 일부 의석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얻을 것이 훨씬 많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 특히 수도권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공천혁명을 통한 인적쇄신을 계기로 수도권 유권자들 마음에 통합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할 야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천혁명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라 정리하자! 공심위의 공천기준을 통합민주당이 전폭 수용할 경우 잃을 것은 DJ의 마음과 의석 몇 개일 것이고 얻을 것은 국민들의 마음이다. 잃을 것과 얻을 것 가운데 어떤 것의 무게가 더 나갈지를 굳이 저울에 달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절체절명’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통합민주당이 처한 상황이 꼭 그렇다. 공천 혁명을 통한 인적쇄신은 통합민주당이 절체절명의 처지를 벗어나 기사회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통합민주당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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