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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은 공기업부터 대수술하라
[김영호 칼럼] 부적격자가 부실경영, 보은인사 아닌 전문가 등용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7/12/22 [11:48]

신문철을 뒤져본다. ‘공공기관 연봉잔치’, ‘부실경영 국민세금으로 충당’, ‘사장공모 청와대 뜻대로’, ‘신이 내린 직장은 양심도 없나’, ‘변화는 거부하고 혜택만 누려’ 등등….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기사의 제목들이다. 표현을 압축하다보니 과장된 느낌도 들지만 경영형태를 들여다보면 정확한 진단이다.

공기업은 민간부문이 맡기에는 공공성-공익성을 중시해야 하는 공적 분야를 담당한다. 공공성을 실현하는 동시에 기업성도 추구하는 경영체다. 그 까닭에 대부분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 일정한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된다. 국내기업은 물론이고 외국기업과도 경쟁관계에 있어 수익을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사기업과는 크게 다르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했다. 내일신문이 자산 1조원 이상 20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채규모가 2003년 98조3,809억원에서 2006년 138조824억원으로 무려 40.4%나 늘어났다. IMF 사태 이후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크게 낮춘 시기업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여기에다 정부지원금이 2003년 26조5,229억원에서 2006년 39조5499억원으로 49.1%나 증가했다. 부실경영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한다는 소리다.
 
부채경영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경쟁적으로 인상한다. 경영책임자의 평균연봉을 2003년 1억5,876억원에서 2006년 1억9701만원으로 24.1%나 인상했다. 이 조사에서는 빠졌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연봉이 4억997만원이나 되고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3억1340만원, 대한지적공사 사장 2억3538만원, 한국조폐공사 사장 2억394만원 등으로 인상률이 100~200%나 된다. 임금을 올리려고 빚내는 꼴이다.  
 
직원 연봉도 재벌기업 수준으로 높다. 조사대상 20개 공기업의 평균연봉은 2003년 4,343만원에서 2006년 5,120만원으로 17.9%나 올렸다. 조사대상은 아니지만 산업은행 직원의 16.9%인 406명이, 수출입은행 직원의 11.5%인 74명이 억대연봉을 자랑한다.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그들이 월 100만~150만원 밖에 못 받는 것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 이러니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나눠진다. 경영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받기 때문에 연봉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행정학회가 137개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과목표가 "달성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하다. "쉽다"가 65.8%, "보통이다"가 30.4%이다. 성과급을 많이 타내기 위해 성과목표를 낮춰서 연봉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이런 핑계, 저런 명목으로 돈을 빼먹는다. 국감자료를 보면 공금으로 귀성 열차승차권을 매입하는가 하면 골프공도 공금으로 샀다. 법인카드로 과다결제하고 나서 거래처에서 현금을 되돌려 받기도 했다. 규정에도 없는 특별상여금을 주고 적자기업인데도 성과급을 지급했다. 차량운행보조비가 연봉에 포함되었는데도 별도로 또 지급하고 노트북을 사서 전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 밖에도 편법-불법행위가 수두룩하다.
 
공기업을 선거참모들에게 한 자리 주는 보은인사의 대상으로 삼으니 이 꼴이 벌어진다. 사장공모제니 사장추천위원회니 해서 자격과 능력을 따지는 척하지만 뒤에서 다 조정한다. 기업경영과 관련분야에 기초지식도 없는 정치건달들이 경영책임을 맡으니 공기업이 집단부실화하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공직을 전리품으로 여기는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에 젖어 있기 때문에 공기업이 개판이 되어 버린다. 정부부처는 직업관료로 꽉 짜여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설혹 들어가더라도 업무의 전문성과 조직의 배타성으로 인해 견뎌내기가 어렵다. 결국 공기업을 먹자판으로 만드는 것이다.  
 
감사는 회계지식 말고도 업무전반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4개 공기업의 감사 37명 중에 34명이 전문경력이 없다고 한다. 정치건달로 채운다는 소리다. 사회이사도 주로 정치교수-어용교수의 몫이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머리에 띠를 두르고 투쟁하지만 통과의례에 그칠 뿐이다. 경영진이 아무 것도 모르니 노조의 비위를 맞추려고 모든 요구를 들어주며 돈이나 챙기려고 한다. 새 대통령은 공기업부터 대수술해야 한다. 이것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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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22 [11: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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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록수 2007/12/24 [13:09] 수정 | 삭제
  • 이나라 공기업은 끼리 끼리 해처먹는 꿀단지를 수술 하려 할까? 이것만 제대로 한다면 훌륭한 지도자 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