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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식이 탄핵 당한 날”
신당, 검찰 발표 규탄집회, 특검법 제출…민노 "신당과 가는길 달라"
 
이석주   기사입력  2007/12/05 [22:14]
"검찰 발표 대로라면 이명박 후보는 '유령'입니다. 여기(광화문)에서 한 블럭 떨어져 있는 BBK사무실, 바로 그곳에 출근했던 사람은 이명박이 아니라, 유령임에 틀림 없습니다… 오늘은 상식이 탄핵 당한 날입니다"
 
BBK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5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결과와 한나라당의 '오만함'을 규탄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울려퍼졌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은 5일 저녁 각각 광화문 동화면세점과 종로 보신각, 명동에서 검찰의 중간조사 발표 내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상식에 어긋난 검찰의 짜맞추기 식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범국민 저항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지도부 의원들은 5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과 한나라당을 강하게 규탄했다.     ©대자보 이석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되면 대한민국 '신용불량 나라'될 것"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대표단, 소속의원 및 지지자들과 시민 등 총 2천 여명과 함께 '검찰규탄 결의대회'를 개최, "검찰의 이명박 감싸기 식 수사 태도에 대한민국의 진실이 무너지고 있다"며 검찰과 한나라당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정 후보 외에도 김한길, 손학규, 김근태, 이해찬, 한명숙, 정대철 공동 선대위원장과 오충일 대표,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 임종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검찰이 대한민국의 진실을 짓밟았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 대자보 이석주 기자
정동영 후보는 "검찰 발표이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은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한 것과 다름 아니다"라며 "진실을 가려야 할 검찰이 거짓의 손을 들어 준 현실속에서, 국민들이 직접 통분할 상황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는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가는데 있어, 가장 큰 '공공의 적'은 지도자의 거짓말일 것"이라며 "거짓말을 밝히는 것이 검찰의 임무라면, 오늘 검찰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힘없는 서민이었다면 과연 검찰이 면죄부를 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 "개인에게 신용등급이 있듯, 국가와 대통령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거짓말 쟁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다. 미래 세력과 민주세력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특검 발의의 중요성을 강조, "검찰에게 김경준 씨 회유 과정에 대한 진상 공개를 촉구해야 한다"며 "검찰은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낫낫이 파헤쳐야, 국민들로 부터 깊은 신뢰와 존경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국민들과 함께 매일 촛불 집회 열겠다"
 
이날 집회에서 신당 선대위 지도부 의원들과 시민들은 초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 검찰과 이명박 후보의 비리의혹을 규탄하며 보름 남짓 남은 대선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그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분노'를 표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는 의지가 높았던 것.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은 "검찰은 무엇이 두려워, 진실을 국민들에게 밝히지 못하느냐"고 반문, "이번 선거는 정동영이냐 이명박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활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선거"라고 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마지막 까지 검찰 발표에 기대감을 가졌지만, 그런 기대는 산산조각 나버렸다"며 "이나라의 민주주의가 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검찰은 법치주의의 원칙을 스스로 버렸다. 비통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도 "20년 전 이한열 열사를 떠나보내면서 다시는 슬픈일이 없을 거라 다짐했지만, 오늘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난폭하게 유린당한 날이 돼버렸다"며 "국민들이 검찰에게 치욕을 당한 만큼, 향후 국민들의 힘을 모아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 이날 집회에는 김근태, 손학규,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참석, 시민들에게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 대자보

이와 관련, 대통합민주신당은 시민들과 함께 이날 이후 대선일 까지, 검찰의 특검 수사 촉구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비리의혹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같은 장소에서 매일 저녁 6시에 개최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임종인 의원은 "검찰 측에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뜻을 수차례 보냈지만, 검찰은 이러한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정말 무서운 것은 이명박 후보가 아니라, 국민들이라는 점을 검찰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의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검찰, 아예 수사를 안했을 수도"
 
한편 민주노동당도 한국진보연대와 함께 이날 저녁 7시 부터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명박 후보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고, 후보 자격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 후보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하지만 민노당은 앞서 신당이 제안한 '공동 촛불집회' 참가 요구와 관련, "신당으로부터 광화문에서 함께 촛불집회를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며 "하지만, 신당의 촛불집회 참여 제안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민노당과 신당은 가는 길이 다르다"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자리에서 권영길 후보는 검찰의 수사 과정을 비난, "김경준과 이명박 후보가 이번 사건의 핵심피의자 임에도, 검찰은 두 사람을 불러 대질심문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 자체가 엉터리다. 검찰이 수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민주노동당도 이날 보신각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 대자보 이석주 기자

아울러 권 후보는 "자식을 위장취업 시켜 탈세하려는 사람은 아예 대한민국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며 "이 후보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도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 국민들도 자격 없는 후보에 대해서는 사퇴 촉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당, 87명 의원 찬성으로 '이명박 특검법' 국회 제출
 
이에 앞서 신당은 이날 오후 이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 검찰의 명확한 진실규명을 위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식 명칭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윤호중 의원 등 신당 소속 의원 86명과 참주인연합 김선미 의원 등 총 87명 의원의 찬성으로 발의된 '이명박 특검법'에는 ▲BBK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허위재산신고 ▲공금횡령 등의 내용이 수사대상으로 포함됐다.
 
특히 신당은 한 달 간에 걸친 검찰의 중간조사가 명백한 편파왜곡 수사라는 점을 강조, ▲검찰의 피의자 회유 협박 등 편파 왜곡 수사 및 축소발표 의혹과 그 배후에 관련된 의혹사건 등 검찰의 수사내용도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법안을 발의한 윤호중 의원은 "검찰의 수사발표는 이명박 후보의 진술을 거의 수용한 결과였다. 모종의 힘에 의해 축소되고 은폐된 편파수사"라며 "다음 주에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대선 전에 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천명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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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05 [22: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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