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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 농산물 수입이 끝나는 날
[김영호 칼럼] 애그플레이션 우려…중국, 농산물 수출 시 한국 치명타
 
김영호   기사입력  2007/11/28 [09:36]

지난 11월 10일 오전 중국 충칭(重慶) 시내에 있는 대형매장 까르푸에서 압사사건이 일어났다. 할인판매하는 식용유를 사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3명이 깔려 죽고 31명이 크게 다쳤던 것이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식품가격 앙등의 심각성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주식이나 다름없다. 그 돼지고기 값이 올 들어 폭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값이 뜀박질을 멈추지 않자 계란,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값도 덩달아 크게 오르고 있다. 돼지고기 값이 뛰는 이유는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사료 값이 너무 올라 돼지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탓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1월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중 소비자 물가가 작년 동기에 비해 6.5% 올랐다. 이것은 1996년 12월 이후 11년만에 최고치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식료품 값이 17.6%나 뛰었다는 점이다. 문제의 돼지고기 값은 54.9%나 폭등했으며 가금류도 38%나 뛰었다. 채소류도 30%나 올랐다. 특히 유지가격도 34.0%나 뛰어 왜 압사사건이 일어났는지 말해준다.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는 식량자급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농지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면서 이농민이 해마다 1,500만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현상이 겹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생물연료 생산확대, 개도국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증가 등으로 국제곡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말 12월 인도분 밀 값이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운 94%나 폭등했다. 옥수수 값은 25%, 콩값은 73%나 뛰었다. 이에 따라 한국 농축산물 수입액이 올 들어 9월말까지 97억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21.8%나 늘었다. 곡물의 경우 수입량은 오히려 1%가량 줄었는데 가격은 39%인 21억달러나 증가했다.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금년에는 11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물가안정에는 중국의 값싼 수입품이 큰 몫을 했다. 특히 식품물가 안정은 중국 농산물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은 지금 과열성장의 후유증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빈부격차가 그것이다. 도농간, 계층간, 지역간의 소득격차는 정치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식품물가 안정은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문제가 됐다.    

 세계적인 공급감소-수요증대에 따른 농산물 가격앙등이 일반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이 식품물가 안정을 위해 수출을 조절하면 한국은 치명타를 입는다. 그런데 식량안보를 우습게 아는 지도층의 천박한 국가관이 농업-농촌을 홀대하고 있다. 위기상황이 오기 전에 정신 차려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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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28 [09: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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