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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준화 운동은 국가 재조직하는 '역사적사건'
[논단] '대학평준화 전국공동행동' 개최…'서열혁파로 한국사회 뒤집어야'
 
하재근   기사입력  2007/11/24 [15:54]
11월 24일엔 사상최초의 대학평준화 전국공동행동이 펼쳐집니다.

이번 주간은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뜻 깊은 한 주가 될 것입니다. 바로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움직임이 표면화된 주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은 과거에 중학입시경쟁이라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가가 결행한 것은 요즘 식으로 중학입시 자유화, 초등학교 공교육 정상화, 초등학교 교사 평가, 초등학교 내신 강화, 이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간단합니다. 중학교를 평준화했습니다. 그러자 문제가 사라졌습니다.

그다음엔 고등학교입시경쟁이 문제가 됐습니다. 또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고등학교를 평준화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서열체제는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학입시경쟁의 폐해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고교평준화를 1990년대부터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 겁니다. 특목고, 자사고 등 일류고등학교들이 다시 생겼습니다. 그러자 고교입시경쟁이 다시 나타났고 사교육비가 폭발했습니다.

대학서열체제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기 전보다 당연히 교육 파행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러자 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십 년 전에도 하지 않았던 이상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공교육 정상화, 교원평가, 내신 강화 등. 역사가 단지 거꾸로 흘렀을 뿐만이 아니라 과거보다도 더 못하게 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골 문 앞까지 공을 몰고 갔다가 백패스를 통해 우리 문전까지 후퇴한 형국입니다. 대학서열체제라는 골을 뚫지 못한 것이지요.

대학서열체제 혁파를 요구하는 주장은 그동안 있어왔으나 이번 주처럼 그것이 다양한 세력의 공동행동으로 표면화 된 것은 최초의 일입니다. 비록 별로 주목하는 사람은 없으나 이번 주를 시작으로 이 운동은 앞으로 몇 년이 걸리든 한국사회를 뒤집어놓고야 말 것입니다.

일반인이나 언론, 전문가들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놔야 하는 정치권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캐고 캐 들어가면 우리는 반드시 입시체제와 만나게 됩니다. 이것을 회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정치권은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정직하게 평준화 해체 서열화를 내놨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입시폐지라는 구호로 적어도 문제의식은 받았습니다. 문국현 후보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로 국립대 평준화에 근접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대학평준화를 공약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모두 학교간 서열체제와 입시의 문제가 핵심 사안이라는 데에까진 동의가 된 것입니다. 오히려 시민사회와 언론, 지식인들이 이 문제를 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비록 작은 움직임이긴 하나 시민사회 일각에서 대학평준화 운동을 개시한 것이 중대한 역사적 사건인 것은 이것이 대한민국을 재조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서열체제를 건드리면 국가의 토대가 움직입니다.

한국사회는 부모들의 자산격차, 소득격차, 지위격차가 입시와 대학서열체제를 통해 대물림되는 신종 신분사회입니다. 대학서열체제는 공화국을 전근대적 신분제 사회에 머물게 하는 핵심 고리인 것입니다.

대학서열체제를 치면 이 세습의 고리가 깨지면서 기득권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평준화 체제의 완성으로 공교육이 형성됩니다. 공교육을 통해 기회균등 원리가 작동해 국가가 능력경쟁체제로 재편됩니다. 바로 공화국이 진정으로 도래하는 것입니다.
이 운동의 전개는 4.19, 6.10 항쟁에 버금가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앞의 사건들이 단지 독재를 타도하는 소극적인 저항이었다면, 대학평준화는 공화국을 건설하는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 지 알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 기득권구조를 뒤흔드는 일이니 당연히 저항이 대단할 겁니다. 하지만 반드시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될 통과의례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막 깃발이 서는 것이지요. 이번 주 11월 22일엔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청소년, 학부모, 교사, 교수, 노동계, 문화계, 시민단체의 선언이 있었고, 24일 토요일엔 전국공동행동입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구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역사의 새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래 행사 안내표를 소개합니다. 토요일입니다. 역사적인 날에 주인공이 돼보시지요.

- 11월 24일(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전국공동행동의 날! -

수도권 - 5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부 산 - 4시 부산시청 앞 광장
대 구 - 10시 30분 두류공원 솟대광장
울 산 - 3시 성남동 뉴코아앞
대 전 - 4시 으능정이
전 북 - 3시 전주객사
홍 성 - 3시 불란서안경원 맞은편 복개 주차장
광 주 - 4시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
강 원 - 4시 춘천 명동
진 주 - 2시 차 없는 거리
마 산 - 2시 해운동 체육공원(해운중학교 옆)
목 포 - 2시 목포역 광장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 http://edu4all.kr/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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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24 [15: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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