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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쇠고랑, 부패구조의 나비효과
[김영호 칼럼] 권력기관 책임자들 쇠고랑차도 국민에게 사과의 말 없다
 
김영호   기사입력  2007/11/17 [12:35]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이론이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 기상을 관측하다 생각해낸 원리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욕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미세한 변화가 증폭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정아. 예일대 가짜박사라는 가냘픈 몸매의 30대 여인이 교수가 됐다가 들통났다. 깜도 안 된다는 의혹이 이 나라 권부의 부패구조를 드러내는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하고 말았다. 한 여인의 하찮은 짓 같았는데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주는 사건으로 번진 것이다.  

 그녀의 후견인 변양균씨. 그는 노 정권 들어 예산기획처 국장-차관-장관을 거쳐 청와대 3인자인 정책실장로 수직출세한 사람이다. 그 세도가는 그녀를 뒷바라지하다 기어코 뒤탈도  크게 내고 말았다. 그의 권세에 눌려 숱한 기업들이 그녀가 일하던 미술관에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거금을 냈다. 그녀를 밀어줬다는 주지승의 사찰에는 나랏돈을 멋대로 퍼부었다.  
 
▲ 학력위조 파문으로 시작된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행각은 권력 상층부의 부도덕성을 폭로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 <시사IN> 창간호의 신정아 특집기사

 재벌총수 부인인 미술관장과는 돈거래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것이 단서가 되어 엉뚱하게도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집에서 67억원이라는 괴자금 뭉치가 발견됐다. 위장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이란다. 변씨에게 특별사면를 베풀어달라고 3억원을 건냈다니 귀신도 모를 일이 불거졌다. 
 
 처음에는 노태우씨 비자금이라더니 그 불똥이 동생과의 재산다툼으로 튀었다. 그가 챙긴 부정축재에 물린 추징금을 다 내지 않고 동생에게 120억원을 맡겼는데 그 돈으로 땅 사고 회사 차리고서는 되돌려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조카가 철창에 갇혔다.  
 
 그 즈음 정윤재 청와대 비서관의 금품수수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노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갖은 이른바 부산파의 실세란다. 그 곳 건설업자의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며 건넨 돈을 먹어 덜미가 잡혔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가 소개하여 1억원을 받았다는 부산국세청장이 국세청장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돈을 관행이라고 말한다. 무슨 범죄조직에서나 들어봄직한 소리다. 신씨의 가짜박사 소동이 없었다면 적당히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씨 사건이 호박덩굴처럼 감기고 얽혀 은밀한 뇌물고리를 햇볕 아래로 드러낸 셈이다. 수사를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면 국세청의 구조적 상납체계가 들어날 판이다.
 
 돈을 만지는 국세청, 예산기획처와 칼을 쥔 검찰청, 국가정보원은 정권의 4대 권력기관이다. 더러운 돈이 꼬리를 물고 물더니 권부의 폐부를 찔렀다. 세금을 걷고 쓰는 권력기관의 우두머리들에게 쇠고랑을 채운 것이다. 그래도 국민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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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7 [12: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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