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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검찰로비는 일부, 삼성 전방위 로비했다”
천주교사제단 2차 기자회견, 삼성 비자금 및 에버랜드 편법증여 폭로
 
이석주   기사입력  2007/11/05 [19:42]
'삼성 그룹 비자금 의혹'이 서서히 진실을 드러내는 것일까.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가 5일 "삼성으로 부터 비자금을 받은 검찰 중에는 현직 최고위 간부도 포함돼 있다"고 밝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5일 제기동 성당에서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삼성그룹의 로비실태를 폭로하는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대자보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반박 자료를 통해 "근거없는 허위 폭로"라며 김 변호사 주장을 일축하고 있지만, 향후 김 변호사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계획이어서 국민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간부 수십명에 수천만원...에버랜드 의혹 사실"
 
김용철 변호사는 5일 오후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제2차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997년 8월 입사 이후 삼성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설 추석 등의 명절과 여름 휴가철 마다 5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검찰 간부 40 여 명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에 들어간 것이 인생의 치부'라고 운을 뗀 김 변호사는 "삼성 그룹의 상당수 임원 대부분은 차명계좌를 갖고 있다"며 "그룹 인사들의 재산이 많은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혀 그룹내에서 전방위적 비자금이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차명계좌에 보관된 수십억원이 검찰, 국세청, 재정경제부 등 주요 정부기관을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비자금 목적의 돈이라고 밝혔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매가톤급 폭로 예고에 수 백여명의 취재진이 모여 일종의 취재전쟁이 벌어지는 등 이번 기자회견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 대자보

그는 "삼성 고위임원 대부분이 검찰간부를 수십명 씩 관리하고 있다"며 "오히려 (언론에 드러난) 검찰은 국세청과 재경부 규모에 비하면 작은 조직"이라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임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삼성 비자금이 들어있는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다"며 "이때문에 삼성 임원들의 재산이 많은 것이며 차명계좌를 가진 임원들의 명단도 내가 일부 갖고 있다"고 폭로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이른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과 관련, "(삼성에게 유리한) 모든 증거와 진술도 자신이 개입해 조작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밝히 겠지만, 그룹차원에서 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국민적 후폭풍 염두..."검사 명단 순차적 공개"
 
비록 김 변호사가 제1차 기자회견 이후 1주일 만에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향후 순차적 공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적 '후폭풍'을 염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른바 '초일류 기업'으로 상징되던 삼성과 검찰 등 정부 기관은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국민적 파장을 고려해 한꺼번에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파장을) 이해하기 쉽도록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삼성의 비리를 폭로할) 공적인 기회가 오기를 빌었다"며 "결국 이러한 고민이 비리에 대한 죄의식과 폭로 기자회견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라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문규현 신부(전주교구 소속)가 기자회견에 앞서 사제단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 대자보
 
천주교사제단 문규현 신부 역시 미리 준비한 호소문을 통해 "삼성이 갖고 있는 만성적 비리를 국민들께 폭로해야 한다"며 "모든 비밀은 결국 알려지기 마련이다. 삼성은 참회와 반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문 신부는 "지난 1주일 간 이건희 회장의 지시문건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은 극소수였다"고 언론에 서운함을 표하면서도 "우리는 삼성의 과오를 용서하자는 것이지, 그들의 허물을 들추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정개인 재산...법적대응 나설 것"
 
한편 삼성 그룹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이른바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 "특정 개인의 재산일 뿐, 그룹 차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돈"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은 이날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라는 반박자료를 내고 "김 변호사의 주장 대부분은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자금을 비자금과 동일시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 주장에 대해) 무대응으로 자제할 경우,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검찰 등 국가기관의 명예와 신뢰에도 누를 끼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 변호사의 의혹 제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밖에도 삼성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이건희 회장 지시사항' 문건과 에버랜드 사건 조작 의혹, 검찰 법원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주장에 대해 28페이지에 달하는 반박 자료를 통해 조목 조목 해명했다. 

"부끄럽고 속죄하는 심정으로 폭로"
김 변호사, 언론에 비리 공개 소회 밝혀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변호사는 지난 1차 기자회견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의혹, 즉 "법정 구속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왜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의 비리를 폭로했을까"에 대한 소견을 언론에 소상히 밝혔다.
 
김 변호사는 "속죄하는 심정으로 부끄러운 고백을 전한다"며 "더 이상 갈 곳 없는 낭떠러지에서 범죄 공범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재벌과 검찰이 더이상 우리사회를 오염시켜서는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 이후 삼성 기사가 나올 때 마다 그룹 차원의 감시를 받아 왔다"며 "삼성 그룹 간부들은 임원이라고 볼수도 없다. 이건희 회장 때문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다음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밝힌 호소문이다.

  
  삼성 비리 의혹 관련 '시제단 호소문'

삼성,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등의 철저한 반성을 위한 우리의 기도와 호소

“주님, 당신께서는 탈선하는 자들을 조금씩 꾸짖으시고 그들이 무엇으로 죄를 지었는지 상기시키며 훈계하시어 그들이 악에서 벗어나 당신을 믿게 하십니다.”(지혜 12,2)

저희는 지난 10월 29일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그룹 삼성이 저지르고 있는 만성적 불의(不義)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저희 사제들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들으면서 아직도 이런 일이 대명천지 이 땅에서 저질러지고 있다는데 크게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 엄청난 불의 앞에서 저희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며 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되어 있는 사회적 불의에 대한 불감증에 대하여 온 국민과 함께 고뇌하고, 함께 반성하기 위해 삼성의 불의와 비리를 만천하에 드러냈던 것입니다.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마태오 10,26)라는 성서말씀을 묵상하며 저희는 시대의 징표와 소명을 새롭게 깨닫고 철저한 반성과 참회를 통해 보도 정직하고 의로운 공동체 실현을 위해 온 힘을 쏟겠습니다.


우리는 삼성이 진솔한 참회와 반성을 통하여, 국민이 사랑과 신뢰를 받는 투명한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계속 직언하고 있습니다.


정의와 공동선 실현에 솔선해야 할 언론과 검찰, 국세청과 금감원 같은 국가기관이 이러한 사회적 불의를 묵인, 방조하고 더 나아가 거대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이 엄연한 불법적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거대한 불의를 애써 외면하고 계속 직무유기와 은폐를 기도하는 이 어이없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 껍질을 깨는 아픔을 통해서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십자가의 원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거룩하시고 정의로우신 하느님,저희가 처한 현실을 목숨을 걸고 국가적 대수술을 받아야 할 위기의 상황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삼성의 불의와 관련되지 않은 공기관과 인사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하오니 이 대수술의 칼을 과연 누가 잡을 수 있겠습니까? 너무나 안타깝고 암담합니다. 하느님! 친히 개입하시어 정의의 칼로 우리시대의 모든 불의를 깨끗이 도려내 주시고 치유해 주소서.


정의가 없다면 국가도 거대한 강도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을 되새기며 간절히 청하오니, 불의를 저지른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쳐, 주님의 은총 속에 사함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소서.


의로우신 하느님, 어려운 결단 끝에 자신의 죄와 이 사회의 구조적 악을 고백한 김용철 변호사에게 끝까지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십시오. 소의를 넘어 대의를 택한 그는 엄청난 고통과 압박을 받고 있는 가족, 선후배동료들을 생각하며 매우 가슴아파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오니 하느님, 김용철 형제와 그가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내적 기쁨과 평화 그리고 안전함을 보장해 주소서,


또한 저희가 하느님과 이웃,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보다 더 희생하고 봉사하도록 사제의 초심을 늘 일깨워주시고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하느님의 나라, 정의와 평화, 사랑공동체를 이 땅에 실현시켜 주소서, 이 모든 것을 성령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순교자들과 선열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모르고서 매맞을 짓을 한 종은 적게 맞을 것이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 12,47-48)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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