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의 정론직필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자실 문제, 정부-언론의 결단을 촉구한다
[언론시평] 언론연대의 취재지원 시스템 조율작업, 타협하고 결단해야
 
이준희   기사입력  2007/09/13 [14:12]
48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 카슨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개편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언론연대의 입장은 한마디로 브리핑 룸과 기사송고석 통합은 조건부로 동의하되 언론의 취재 시 공보관실 사전 협의 문제나 공무원 대면접촉 공간 제한 등 취재를 제약하는 불합리한 요소들을 정부가 개정 또는 전면 철회하라는 내용이다.
 
언론연대가 취재지원 시스템 개편방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정부와 기자협회 등이 이를 수용할지 관심사다. 언론연대가 이처럼 공식 입장을 정리하기까지는 100일 가까운 시일이 걸렸다. 언론연대는 지난 5월말 이른바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강행이 논란을 일으키자, 6월초 토론회 등을 개최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언론연대는 6월 토론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언론연대에는 기자협회, 언론노조, PD연합회, 인터넷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들 단체들은 취재지원 방안과 관련해 정부와 언론단체 논의에 참여한 단체들이기도 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11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 레이첼칼슨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시스템 개편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과 쟁점별 입장을     ©PD저널 제공

정부와 언론단체 간의 논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렇다. 지난 6월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 이후 정부와 언론단체는 TF를 구성해 한 달 가량 진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취재 응대를 명문화하는 총리훈령(취재지원 기준안)을 제정키로 하는 등 공동발표문 합의에 나섰다. 그러나 6월말~7월초로 예정되었던 공동발표문 합의는 기자협회 특위의 강력한 반발에 의해 무산되었다. 정부와 언론단체 모두 기자협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의문을 발표할 수 없었다. 이후 기자협회는 특위를 중심으로 취재지원 방안 백지화를 위한 대응에 집중했다.
 
언론노조, PD연합회, 인터넷기자협회 등은 합의문 무산 이후 별도의 정보공개법 개정 TF를 구성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자협회 1명, PD연합회 1명, 인터넷기자협회-인터넷신문협회 1명 등 정부와 언론계, 학계 등이 참여하는 정보공개법 개정 특위를 구성했다. 기자협회가 정보공개법 개정 TF에 참여한 것은 언론노조가 기자협회에 추천권을 양보했고, 기자협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현재 정보공개법 TF는 4차례 정도 회의를 진행했고, 9월 국회에 정부-언론계 등 합의로 개정안을 제출한다는 목표다.
 
정보공개법 개정은 언론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등 국민의 알권리 향상과 정부 감시 및 정보공개 범위 확대 등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은 취재지원 방안 논란에 가려져 큰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자유를 위해 행동에 나선 일간지 편집국장단과 방송사 보도국장단조차도 정보공개법 개정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 대한 정보 접근권 확대는 정부를 감시하고, 언론 보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첩경이다. 언론이 취재지원 방안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시급히 정보공개법 개정 논의를 점검하고, 9월 국회통과를 위해서 보도지면을 대폭 할애하는 등 채찍을 가해야 한다. 언론연대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강조한 기본입장에도 정보공개법의 9월 국회 처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언론연대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언론 양자의 주장을 종합해 중론의 입장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지원 개편 방안 논란이 해소되기에는 거쳐야 할 난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자협회가 언론연대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강공만을 고집할 경우 정부와의 마찰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연대가 취재를 제약하는 공보관실 경유 문제 등을 전면 철회하라고 정부에 분명히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항들을 고수한다면 기자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을 수 없다.

▲현직 대통령과 언론단체장들과의 공개토론회 자체가 큰 성과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자보 김철관

언론연대는 총회와 특위 회의, 운영위원회 과정 등을 거쳐서 취재지원 시스템 개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언론연대의 입장은 중재나 합의 촉구를 위한 성격이 아님에도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9월 정기국회,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12월 대선 등 중요한 정치, 사회적 상황들을 외면하고서 더 이상 대립과 갈등 양상으로 언론과 정부가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언론연대는 양자의 결단과 대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자신이 나서서 언론의 문제를 강제라도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을 접어야 한다. 언론도 취재 제약 등을 내세우면서 폐단이 있는 고정 출입처와 출입기자단 위주의 대정부 취재 시스템만을 유지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언론의 정부 감시와 견제, 비판은 언론의 숙명적 과제다. 정부는 언론의 정보 접근권과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를 제약해서 안 된다. 동시에 정부의 대언론 원칙 견지와 시대에 맞는 관계정립을 위한 행정 행위에 대해서 수구적 언론이 뭉쳐서 언론탄압으로 매도하는 일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정부, 언론 양자 모두 잘못이 있고, 폐단이 있다. 둘 다 변해야 한다. 서로 타협하며 결단해 대안을 찾아 실현해야 한다.
 
* 본문은 <피디저널> 9월 12일자에 게재된 기고문입니다. 
* 글쓴이는  인터넷기자협회 회장입니다.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9/13 [14:1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