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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협론과 '새로운 냉전' 속 한반도
[21세기 중국과 한반도 1]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사화에 대비해야
 
이재봉   기사입력  2007/08/10 [12:41]
1. 중국의 급성장
 
  21세기는 중국의 세기 (Chinese Century)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1990년대 초부터 제기되어 왔다. 중국에 의해 세계 평화가 유지되는 팍스 시니카 (Pax Sinica)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020년을 전후하여 중국이 세계 제 1의 경제대국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2050년 무렵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미국과 서유럽에서부터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전망이 처음으로 제기된 배경은 1992년 발표된 세계은행 보고서였던 것 같다. 그 내용은 중국이 1970년대 말 경제 개혁을 실시한 뒤부터 연평균 9.5%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해왔는데, 이 성장률이 유지된다면 중국이 2020년 안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 1의 경제 대국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급속적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군사 대국도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21세기에 들어선 후에는 이러한 전망이 구체화 또는 현실화하고 있는 듯하다. 앞에서 소개한 세계은행 보고서가 발표된 1992년 이후에도 21세기가 시작될 때까지 중국은 연평균 9.5%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였는데, 2001년 12월엔 세계무역기구 (WTO) 정식 회원국이 되어 교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릴 올림픽 경기도 앞으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2007년 7월 발표된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국의 급속적인 경제 성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은 2.7조 달러로, 미국의 13.2조 달러, 일본의 4.3조 달러, 독일의 2.9조 달러에 이어 세계 4위였다. 21세기 들어 캐나다와 이탈리아,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을 차례로 제친 것이다. 독일과의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2007년엔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을 시장환율 (market exchange rate)로 계산하지 않고 구매력평가지수 (purchasing power parity; PPP)로 따진다면, 중국은 2004년부터 일본까지 앞지르고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 세계은행이 보고한 2006년의 국내총생산은 미국이 13.2조 달러, 중국이 10.0조 달러, 일본이 4.2조 달러였다.
 
  또한 1940년대부터 세계 각국의 경제 관련 정보를 분석해온 EIU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2006년 보고서는, 2020년엔 구매력평가지수에 의한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29.6조 달러로 미국의 28.8조 달러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2020년의 국내총생산을 시장환율로 계산하면 중국은 10.1조 달러로 미국의 28.8조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의 6.9조 달러와 독일의 5.0조 달러보다는 훨씬 앞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경제력을 평가할 때 국내총생산의 실제 규모를 측정하는 방법에 관해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많이 제기되어 왔는데, 시장환율에 의한 측정보다 구매력평가지수에 의한 측정이 우월하다는 평가가 더 많은 것 같다. 시장환율은 국가 간에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는 재화와 서비스 등의 상대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구매력과 관계없는 금리와 자본 거래 등에 크게 영향 받기 때문에, 해당 국가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에서의 가격보다 훨씬 싼데, 구매력평가지수는 이렇게 국가들 사이에 나타나는 가격 수준의 차이를 제거해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경제력과 군사력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군사력도 지속적으로 증강시키고 있다. 세계적 군사 평화 문제 전문 연구 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SIPRI)가 2007년 6월 발표한 연감에 따르면, 2006년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495억 달러로, 미국의 5,287억 달러, 영국의 592억 달러, 프랑스의 531억 달러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였다. 러시아의 347억 달러, 독일의 370억 달러, 그리고 일본의 437억 달러를 능가하여 처음으로 아시아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을 시장환율로 계산하느냐 구매력평가지수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크게 달라지듯이, 중국의 군사비를 따지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2007년 3월 군사 예산을 17.8% 증액하여 450억 달러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2006년의 군사비 지출은 382억 달러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에 소개하였듯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2007년 연감은 중국의 2006년 군사비 지출을 495억 달러로 추정하였으며,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군사 예산을 1,050억 달러로 추정하는가 하면 중앙정보국 (CIA)은 무려 4,300-4,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물론 이런 추정에는 중국의 공식 보고에 대한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의 불신도 자리잡고 있고, 의회로부터 될수록 많은 예산을 할당받기 위하여 상대국의 군사력을 과대 평가하거나 잠재적 위협을 부풀리는 과장도 섞여있을 것이다.
 
  중국은 군사비 증강과 아울러 군사 현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1985년 덩샤오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지시로 장기 군사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고, 1990년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코소보 공습에 자극을 받아, 특히 1999년부터 군사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9년 11월 최초로 무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03년 10월엔 유인 우주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다. 이 때 우주선의 모든 장비를 자력으로 개발함으로써 수준 높은 기술력을 입증하였다. 나아가 2007년 1월엔 위성 요격 실험까지 성공하였다. 우주에 떠있는 자국의 낡은 기상 위성 (weather satellite)을 상대로 ‘위성을 추격하는 위성 (anti-satellite; ASAT)’을 쏘아 올려 명중시켰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의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지녔음을 온 세계에 드러낸 것이다.
 
2. 미국의 견제와 중국 위협론,
3. 중국의 대응과 ‘새로운 냉전’(이하 계속)

 
* 글쓴이는 원광대 교수로서 <남이랑북이랑>(http://pbpm.hihome.com)의 편집인이며, 본문은 소식지 101호(2007.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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