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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손에 쥔' 협상카드가 없다…장기화 '우려'
탈레반, '맞교환' 수용 강요…정부, 아프간 설득 외 방법 없어
 
양승진   기사입력  2007/07/31 [23:50]
아프간 당국이 발견한 시신이 한국인 피랍자 심성민 씨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심성민 씨가 살해된 것으로 공식 확인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 두번째 피살자 심성민 씨의 시신 수습
 
아프간 경찰은 31일 오전 가즈니 주의 주도인 가즈니시 서쪽 10km 지점에 있는 안다르 지역 아리조 캘리 마을 도로변에서 2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신원을 확인한 결과 1구의 시신이 심성민 씨로 확인됐다. 심 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머리 등에 총상이 있었고 흰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탈레반 측이 한국인 피랍자 시신을 유기했다고 주장한 장소와 같은 지역이다.
 
앞서 탈레반은 31일 새벽 수감자 맞교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남성 피랍자 한 명을 추가로 살해한 뒤 아리조 지역 도로에 유기했다고 밝혔다.
먼저 희생된 배형규 목사의 시신은 가즈니 주도의 서쪽 카라바그 지구 무셰키 지역에서 발견됐다. 심씨의 희생은 먼저 희생당한 고(故) 배형규 목사에 이어 닷새 만에 벌어진 일이다.
 
◈ 정부 "또 다시 인명 해치면 좌시 않을 것"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심성민 씨가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또 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우리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좌시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군사작전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군사작전 반대는 변함없다.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포기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납치단체인 탈레반 측의 요구사항이 '인질 맞교환'이란 점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이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아프간 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프간 정부와의 협의가 순탄치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천 대변인은 인질 문제 해결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원칙적 입장을 잘 알고 있지만 많은 소중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인도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 탈레반, 협상시한 1일 오후 4시반으로 추가 연장
 
한편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에 한국 시각으로 8월 1일 오후 4시 반을 최종 협상 시한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
 
아마디는 이 시각까지 탈레반 죄수 석방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피랍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마디는 지난 30일에도 심성민 씨를 살해했다고 밝히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더 많은 피랍자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 탈레반 여성 살해 가능성도 시사 … 피랍사태 장기화 우려
 
따라서 협상이 진척이 없을 경우 탈레반이 더 많은 인질을 살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이 고 배형규 목사 살해에 이어 심성민 씨를 살해하는 등 이미 2명을 살해했고 앞으로는 피랍자 살해 속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협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해치지 않는다는 이슬람의 율법에 비춰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져왔던 여성 인질에 대한 살해위협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탈레반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슬람 법학자 평의회가 한때 여성인질의 조기석방을 검토했지만 한국인 피랍자의 짐에서 기독교 선교 홍보 책자를 발견한 후 여성 피랍자도 특별대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현재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던지 아니면 인질들에 대한 잔혹한 살인 행위를 지켜보든지 양자택일을 아프간 정부와 우리 정부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프간 정부를 설득해 포로와 인질 교환을 성사시키는 것 뿐이라는 것이 협상의 최대 딜레마이다.
 
탈레반이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잔혹한 살인 행위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언론을 통한 노련한 협상 전술을 구사하는 점을 고려할 때 피랍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 CBS정치부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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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31 [23: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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