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더 이상 '아니면 말고'식 보도는 없다
동아 실명보도 수세몰려, 정치인들 '타협없다' 의지밝혀
 
윤익한   기사입력  2003/07/18 [15:21]

▲ 5인의 정치인을 굿모닝시티 관계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실명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동아일보 7월 16일자  1면기사     ©동아일보홈페이지
동아일보가 지난 7월 16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치인 5명이 굿모닝시티 윤창렬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았다고 보도한 데 대해, 거론된 정치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동아일보의 보도가 대형오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거론된 정치인들은 법적대응에 나섰고 동아일보는 사운을 건 자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보도 당일 "확신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보도 다음날 동아일보는 수세적 보도를 내보냈고, 반대로 거론된 정치인들은 억대의 소송으로 맞받아쳤다.

보도가 나간 직후 청와대와 검찰, 민주당에서는 진위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흐른 반면, 굿모닝시티 윤창렬 사장이 동아 보도에서 거론된 주요 여권인사들에게만 돈을 줬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지 반나절도 되기 전에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정황을 파악, 확신을 얻은 모습을 보이면서 이참에 동아일보를 크게 한번 손봐야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또 동아일보에 거론된 민주당 인사들이 민주당 내 '신주류'라는 점에서 신당창당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를 갖고 동아가 기사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태풍으로 몰아칠 신당창당 바람을 동아일보가 주도적으로 방향타를 쥘 심사가 아니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동아일보 보도가 진실로 판명날 경우, 청와대와 여야 할 것 없이 정계에는 핵폭탄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보도내용이 거짓일 경우, 동아일보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비롯한 치명타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진실게임의 승자가 누구이든지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친다'는 말속에는 이미 '진실'뒤에 숨어있는 상대에 대한 끈끈한 적대감을 투영하고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 왜 자신 없는 기사 내보냈나

▲1974년 10월 24일 오전 9시 "자유언론실천선언대회" 사진, 지난 1974년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기자들은 독재정권 시절 언론탄압에 대해“자유언론 실천선언”을 하고 민주회복을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동아일보는 '아님말고' 식의 보도태도로 오보신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언론자유를 위해 피흘린 선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동아투위홈페이지
16일 보도가 나간 직후,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여전히 확신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검찰 쪽에서 윤씨를 상대로 그런 조사를 한 적이 없다는 식의 '확인불가' 입장이 나오면서 동아 기사의 신빙성에 대한 1차적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또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10억 원대의 명예훼손 소송을 청구하고 거론된 정치인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저녁 무렵에는 보도가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옷을 벗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래서 동아일보의 17일자 기사는 이같은 반발을 무마시킬 2탄이 실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다음날 거론된 정치인들의 반박만을 주로 실어, 동아가 예비실탄도 없이 정치인 실명을 거론한 기사를 내보낸 데에 대한 '오보'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7일 김원기 고문 지지자들이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진 후 편집국 간부들과 면담과정에서 "자체조사 결과 오보로 판정될 경우 23일 정정기사를 내보내겠다"는 소식이 전해져, 이는 동아일보가 자신들의 오보를 부분 인정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그러면서 오보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 사태해결을 '지면'을 통해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 정권에서 정치인과 언론간의 오보논쟁에서 이면합의에 따른 정정보도 수준으로 매듭지은 데서 나온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이런 시도가 현정부에서 관철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노대통령이 그동안 언론과 정권과의 거리두기를 강조해온 점, 최근 잇따라 청와대에서 언론사들의 오보에 대해 정정·반론권 요청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이번 사안이 동아일보의 의도대로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조짐이다.  

동아일보가 현재 드러난 것처럼, 예비막 없이 정권 실세들을 향한 실명보도를 내보낸 것은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어려워진 경영여건과 5공 정부이후 '보수적 야당지'라는 자리를 조선일보에 빼앗긴 데서 나오는 절박함이 드러난 현상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의 편집국장으로 이규민 전 논설위원이 내정되면서 편집국 내에서 기사가 걸러지는 과정이 원할하게 돌아가지 않았거나, 내부적인 갈등으로 인해 일종의 충격파 성격의 '사건'이 터진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정치자금 수수설'에 이어 정치권 몇 명만을 지목해 보도한 이번 사안은 '굿모닝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결국 동아일보의 권위와 공신력만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7/18 [15:2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