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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국회는 모르고 비준할 텐가
[김영호 칼럼] 국가 장래가 달린 중차대한 사안, 관료에게 맡길 수 없어
 
김영호   기사입력  2007/04/25 [12:10]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과정을 보면 국회도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한-미 FTA는 국민경제-사회생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은 알 권리를 가졌다. 그런데 협정문의 일부를 소수의 국회의원에게만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국민이 알아야 찬성하든지 말든지 하고 대비책도 강구하지 않겠는가? 국회도 알아야 비준안에 동의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닌가?
 
 노 정부는 국회에 협정내용을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협정문 본문과 부속서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인 관세 양허안, 서비스투자 유보안, 품목별 원산지 기준, 관련용역보고서, 기술협의회 회의록 등은 빼고 말이다. 그것도 문서가 아니다. 제한된 장소에 설치된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서만 열람이 가능하다. 인쇄는 물론이고 필기도 불허하고 있다. 분량이 500쪽에 가깝다니 암기도 불가능하다. 이것은 말이 열람이지 협정문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 관람이라는 표현이 옳다.
 
 그나마도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FTA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과 그 보좌관 1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미 FTA는 경제제도-사회체제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다. 따라서 협상내용은 모든 상임위원회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 특히 농수산위, 재경위, 정무위, 산자위, 보건복지위, 법사위는 그 내용을 면밀히 파악, 검토해야 관련법 개폐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또 후속조치로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열람의 범위를 소수의 의원에게 제한한 것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다.

▲범국본 각 부문대표들은 7일 범국민대회에서 이번 한미FTA협상이 전면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힌후, 결의문을 낭독했다.     ©박철홍
 
 열람대상 협정문은 영어로 작성되어 있다. 사전의 도움 없이 해독할 수 있는 의원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설혹 영어에 능통하더라도 내용이 방대하고 난해하여 분야별로 전문적 조언을 얻어야 분석과 판단이 가능하다. 영어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것은 정보공개가 아니라 일람에 불과하다. 그 이유를 3급 비밀이라고 핑계를 대는 모양인데 그 분류는 자의적이다.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고 알아야 할 사안이라면 비밀이 될 수 없다.  
 
 미국 의회는 TPA(무역촉진권한)에 따라 4-6월 청문회를 열어 협상내용의 유-불리를 따진다. 그 작업을 위해 민간전문가 700여명을 구성된 33개 자문위원회에서 협정내용을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 협상단이 한국측 요구를 번번이 거부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의회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국회는 행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 내용도 모른 채 '가' 아니면 '부'라는 단답식으로 처리할 모양이다. 국가의 장래가 달린 중차대한 사안을 관료 몇 사람의 손에 맡긴 꼴이다. 국민은 비선출직 공무원에게 그 같은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노 정부가 국회에마저 정보공개를 기피하는데는 까닭이 있다. 국회가 한-미 FTA가 지닌 의미의 중대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반대는 반미라는 인식의 오류에 갇혀 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파급영향의 직격탄을 맞을 이른바 대선주자들도 다를 바 없다. 다만 소수의 의원들과 민주노동당만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힐 뿐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국회에 대한 정보공개는 국민에게 알리는 행위다. 언론도 그것을 근거로 해설, 해석,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국회가 행정부의 독단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통상절차법안조차 심의하지 않으니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 국회가 내용도 모르면서 어떻게 비준안에 동의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분노한다. 국회가 행정부의 조약 체결권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서 통상정보를 투명-신속하게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관련분야-산업도 알아야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겠는가?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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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25 [12: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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