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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홍사덕 투톱체제, 핵분열 일어났나?
150억+α’특검 고폭특검으로 둔갑, DJ와 북핵에 화살돌려
 
심재석   기사입력  2003/07/14 [11:45]

여야 총무는 지난 10일 합의했던 ‘150억+α' 특검법이 아닌 고폭실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새 특검법을 15일 본회의에서 추경안 처리 후 처리하기로 지난 11일 저녁 합의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추경안만 처리되면 특검법안은 어떻게 처리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쉽게 한나라당이 낸 특검법에 합의한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할 것으로 보고, 추경안 처리에만 중점을 둔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150억+α’이외의 특검법은 거부하기로 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에 비판이 일고 있다. 심지어는 중앙일보조차 12일자 사설에서 “특검초점 흐리지 말라”며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있다. 사실 고폭실험에 대해 수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으로 인해 북으로 송금된 돈이 고폭실험에 사용됐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북한 당국자를 조사해야 한다. 남한 검사가 무슨 재주로 북한 당국자를 조사한다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무리하게 특검법을 강행하려는 것일까?
▲30일 오전 신임 한나라당 원내총무로 선출된 홍사덕의원과 최병렬 대표가 손을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한나라당홈페이지
당내 제2인자로 지위가 격상된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지난 10일 최병렬 대표와 협의 없이 단독으로 ‘150억+α’특검법을 처리해 당내 분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표적 보수파인 최대표에게 개혁파인 홍총무가 일종의 도전을 한 셈이다. 홍총무는 대표경선 때 최병렬에게 반대했던 서청원 전대표 계열의 의원들이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상황은 홍총무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당내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만 일으켰다. 10일 의원총회에선 ‘제왕적 총무’, ‘사쿠라’ ‘황당 총무’라는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끝내 홍총무는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최병렬 대표에게 힘이 실린 것도 아니다. 최대표가 리더쉽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최-홍 투톱 체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최근 최대표의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라는 발언이나, 탈당파에게 “성공하길 빈다” 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재오 의원은 최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부영 의원등 5인의 탈당이 “그 정도 진보적 성향을 포용할 수 없는 당이라는 한계점만 노출”했다며 “말을 아끼”고 “당의 개혁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서는 이런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며 내분에 휩싸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이런 상황에서 즐겨 쓰는 방법은 ‘북한’과 ‘DJ’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무리가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DJ’을 끌어들여 위기을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사실 북한에서 고폭실험을 한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에도 최대표는 한나라당 스스로 통과시킨 ‘150+ α’법안을 뒤집을 수 없다며 당내 의원들의 양해를 구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11일 저녁 돌변한 것이다. 당내분란이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북한’과 ‘DJ’를 다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나라당도 노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알고 있다. 예상대로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한나라당은 DJ가 노벨상 받으려고 북의 핵개발을 묵인했다고 공세를 펼치며 노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면 DJ에게 혐오감을 갖고 있는 영남의 표를 결집시켜 총선에도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사실 한나라당이 지난 5년동안 보여준 정치전략은 오직 DJ공격하기 하나 밖에 없다. 이 전략은 작년 대선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적중하여 현재 원내 과반수가 넘는 제1당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내년 총선까지 먹힐 지는 의문이다. 작년 대선에서 보여진 것처럼 국민들은 한나라당식 정치에 이제 쉽게 동의하지 않는 듯 하니 말이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제1당이다. 국정은 정부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도 제1당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걸려있는 남북문제를 자당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제1당의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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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14 [11: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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