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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양보를 위한 한미FTA 협상전략
[김영호 칼럼] 국익은 망각 무전략 일관, 국회 비준 거부만이 살길이다
 
김영호   기사입력  2007/03/28 [01:21]

 국제협상이란 상대에 따라 유효한 전략이 필수적이다. 양보를 최소화하는 한편 요구를 최대화하여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보에도 단계가 있고 수순이 있어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상대가 우월자라면 현실적으로 비대칭 협상이라는 점에서 전략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보면 국익을 망각한 채 전략은 없고 일방적인 양보만 있다.

 어떤 국가정책도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수반함에 따라 국민 사이에 이해가 엇갈린다. 따라서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화를 통해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노 정부는 국민적 논의도 거치지 않고 느닷없이 작년 2월 2일 미국과 FTA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것도 미국 의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서울도 아닌 워싱턴에서 발표했다. 그나마도 공청회조차 한번 갖지 않고 군사작전하듯이 밀어붙였다.

▲범국본은 미국산 쇠고기 모형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펼쳤다.     ©박철홍
 
 협상개시 전에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라고 해서 양국간의 핵심적인 통상현안을 미리 양보해 버렸다.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건강보험약가 현행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적용 예외 등이 그것이다. 본협상에서 미국측의 어떤 양보를 이끌어내더라도 그 대가로 양보하기 어려운 현안이었다.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도 전에 절반을 양보한 꼴이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드셀 수밖에 없다.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했다.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하자 폭력시위라며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협상장 주변에는 시위대보다 훨씬 많은 전경을 풀어 곤봉과 방패로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곤 했다. 그것도 미국 대표단 앞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탄압했다. 막상 원정시위대가 미국에 가서 반대의사를 표현했으나 자유로운 시위를 보장했다. 
 
 협상에서는 반대여론이 주효하다.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양보를 최소화하고 요구를 최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 정부는 그 같은 노력을 포기했다. 언론이 FTA에 따른 농업피해를 알리지 않자 농민들이 돈을 모아 방송광고를 제작했다. 이마저도 방영을 막았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 채 FTA를 추진해 온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리한 시장개방에 따른 반대여론이 전체협상에 미칠 악영향을 의식할 필요조차 없다. 

▲ 한미FTA 반대 TV광고 '고향에서 온 편지'의 한 장면     © 대자보 김한솔
 
 여기에다 협상중도에 청와대에다 경제부총리 출신 한덕수씨를 수장으로 하는 체결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리곤 정부의 홍보체제를 총동원하여 FTA만이 살길이라며 허구적인 홍보에 혈안이 되어 왔다. 반대여론을 쇄국주의자니 극단주의자니 하며 FTA의 파괴성을 호도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어떤 난관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의 표현이다. 그 뜻을 간파한 미국은 무리한 요구도 관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테니 밀어붙였고 실제 성공했다.
 
 미국의 통상촉진권한(TPA)에 따라 협상시한이 3월말로 묶여있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양측은 고위급 회담을 통해 쟁점사안을 일괄 타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덕수씨의 공로를 인정했는지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이것은 사실상 협상타결을 기정사실화하는 의미를 지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협상결과가 도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니 고위급 회담에서도 타협을 위한 양보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는 미국에 예속화된다. 남은 길은 국회가 비준을 거부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국회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태를 묵과한 채 하찮은 정쟁에나 매몰해 있으니 그 같은 기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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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28 [01: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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