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빡이.
마빡이 따라 우린 웃고 또 웃었다.
우린 웃으며 후련했다. 못 생겨도 개성인 시대에도 아직 앙금처럼 남아 있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마빡을 두들기며 날려 버린 정종철이를 참 사랑했다.
사랑하면 닮고 싶어, 집집이 어른·아이 마빡을 두들겨 대며 참 천진난만한 가가대소(呵呵大笑)가 골목으로 넘쳤다. 그러다 우린 마빡이 흉내를 그만 두기로 했다. ‘고귀 성직자’ 분, ‘정치 지도잡네’ 들께서 삭발하시옵자 마빡이 흉내가 걍 사라졌다.
삭발하옵는 깊은 뜻을 누가 쉬 알 수 있으리오 사학비리 고까워 탈 세간(脫世間)하시려는 건지, 머리 카락으로 라도 사학권력 누수 막아 보려는 건지,
도통, 도통(道通)하지 않은 이녘들은 그 도인들 속뜻이 오리무중.
지체 높은 분 흉내는 원래, 원래가 탈 바가질 둘러 써야만 가능했다.
안동 하외탈, 처용탈 , 산대 놀이탈, 동래 야유탈, 병산탈, 사자탈 많고 많은 탈 바가지 쓰고 먹중 놀이, 포도부장 놀이로 신명을 냈었다. 지금도 내 아는 이는 탈춤을 차마 못 보겠단다. 탈 바가지나 쓰고서야 가가대소하던 무지랭이들의 울음이 들리는 것 같아 탈춤이 벌어지면 차라리 같이 더덩실 춤을 추고 만단다 풀잎은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 던가 우린 이제 마빡이 흉내를 잠시 쉬련다 정종철 씨 아니 마빡씨 미안. 맨 얼굴로 마빡이 흉내 내기는 너무 거시기해요.
삭발 노블레스들의 머리카락이 비단결로 자라고 나면 그때 다시 마빡이 흉내 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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