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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조중동의 피에로, 황장엽
황장엽씨 '김정일은 제거'해야, 미국만이 북한문제 해결
 
박영규   기사입력  2003/07/05 [13:02]

▲아직 늦지 않았다. 황장엽씨는 자신의 주체사상부터 다시 세우시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7월 4일 한나라당 정형근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북자 및 북한 인권문제 토론회'에서 "김정일이 개혁·개방으로 나오면 제거할 필요가 없지만 그럴 가망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제거하는게 옳다"고 주장했다.

황장엽씨는 또 토론회에서 "김정일과 이것을 책임지는 전병호(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같은 사람들로부터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소유했는지를 제대로 밝혀내는 등 김정일 제거를 위한 명분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정일은 철저한 개인주의자로 핵무기를 갖고도 이판사판 해볼 수도 없는 사람", "지금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뿐"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보수언론들은 이같은 황장엽씨의 주장을 일제히 보도했다.

대한민국은 분명 언론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되었기에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표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인들의 의사표현에 대하여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강도와 신뢰는 다르다.

황장엽씨는 북한의 최고위급인 노동당 비서를 지낸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그가 북한의 실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황장엽씨는 분명 공인의 신분이다. 공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즉 책임성과 공공성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말을 통하여 공표되는 것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진실과 어느정도 부합되고 있는가도 문제이다.

우선 황장엽씨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주장했던 내용이 전체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남에게 전해들은 말이나 자신의 주관적인 주장과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로 일관되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다. 또한 그가 바라본 북한과 통일에 대한 현실감각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김정일을 제거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어찌되었건간에 김정일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대화의 상대를 제거한다는 의미는 폭력과 혼란만을 야기 할 뿐이다. 폭력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모두를 희생자로 만든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여부에 대하여도 전병호와 같은 사람들로부터 들었다거나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소유여부확인 등을 통하여 '김정일 제거'의 명분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황장엽씨의 생각은 미국 부시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침공의 명분으로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자 전쟁을 감행했다고 한다. 비록 침략전쟁 이면에 숨어있는 다양한 의도는 차치하고라도 미군은 전쟁기간 내내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국제적인 명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황장엽씨는 이라크전쟁을 그저 안가에서 편안하게 CNN이 발표하는 첨단무기의 위력 시험장의 전자게임처럼 즐기고 있었단 말인가? 당신은 전쟁의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진정 모르는가 외면하고 있는가?

김정일은 개인주의자로 이판사판을 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개인주의자는 이판사판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이다. 어떠한 근거로 그러한 주장을 함부로 한단 말인가? 만일 김정일이 당신의 말을 전해듣고 열(?)받아서라도 이판사판 하면 어떡 할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이판사판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하는데 이 대목에 가서는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말하건데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면 언제든 한반도에서의 핵전쟁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세계정의니 평화니 하는 거창한 명분보다도 한반도에서 민족생존이 더욱 절박한 문제이다. 우리의 생존문제를 미국에 맞긴다는 말이 한국인으로서 과연 제정신을 가진사람이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은 진정 미국의 사대주의자인가?

현재 통일문제전문가들사이에서는 지금 당장 통일이 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붕괴를 통한 통일은 더욱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씨는 현재 망명자의 신분으로 남과 북을 위해 자중하기 바란다. 당신이 망명한지도 어느덧 6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당신이 바라보았던 북한과 지금의 북한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각도 달라진다. 즉 전쟁과 폭력이 아닌 포용하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넓은 시각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것이 그나마 한때 '주체사상'의 뼈대를 세웠다는 당신이 지금 이땅에서 유일하게 기여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발언은 당신의 '노추'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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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05 [13: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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