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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구씨 사장내정에 외압논란 불거져
KBS이사회 결정에 언론 시민단체 철회촉구 빗발쳐
 
김철관   기사입력  2003/03/26 [01:08]
지난 18일 3명의 개혁적 인사를 KBS사장 후보로 추천한 '개혁적 사장선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 공동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24일 오전 여의도 KBS본부 회의실에서 '서동구 사장제청 철회촉구'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2일 오전 KBS이사회가 선임한 서동구씨를 철회하라"고 이사회에 촉구했다.

이날 공추위는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특권과 반칙을 인정하지 않고, 공정한 룰과 원칙이 중시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지난 22일 KBS 이사회의 서동구씨 제청 발표를 보며 우리는 실망감을 감출 길 없었고, 노무현 정부의 KBS 개혁 밑그림과 사장임명의 원칙이 있는가를 묻고싶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에야말로 KBS 이사회가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고 사장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자질검증과 여론수렴을 거쳐 제대로된 KBS 사장을 제청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11명의 KBS 이사들은 역사적 책무와 국민적 기대를 하루 아침에 져버리고 말았다"고 피력했다.

[관련기사] 김철관, KBS이사회 서정구씨 사장내정에 강력반발, 대자보 98호

또 이들은 "지금까지 KBS 이사회는 이렇다할 서동구 사장제청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누군가에 의해 서동구씨가 사장후보로 추천됐고, 자질검증이나 비교분석 없이 다섯 번의 되풀이된 비밀투표에 의해 서동구씨를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공추위가 추천한 이형모, 성유보, 정연주 등 3명의 후보를 비롯해 공개추천 절차에 따라 접수된 171건 46명의 후보들을 이사회가 들러리로 만들었다"며 "국민을 대신해 사장제청을 맡은 KBS 이사회는 이번 서동구 제청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서동구씨의 용퇴를 촉구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거부해 원점에서 KBS사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KBS프로듀서연합회, 민주노동당, KBS 90년4월 구속자일동 등은 24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KBS이사회는 서씨에 대한 KBS사장 제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25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김영삼) 관계자는 "서씨가 KBS사장에 임명되면 엄청난 파국이 예상된다"며 "이제 서씨가 자진 사퇴한 것만이 노무현 정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동구 반대 공추위 기자회견문]
KBS 개혁,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 서동구씨 사장제청 철회를 요구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선거과정 동안 특권과 반칙을 인정하지 않고, 공정한 룰과 원칙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우리는 KBS 사장 인선에서도 이같은 약속이 지켜지리라 믿으며, 참여정부와 개혁시대에 걸맞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KBS 사장이 뽑히기를 기대했다.
지난 90년 4월 KBS 방송민주화투쟁 이래 350여개에 달하는 시민단체와 언론노조가 함께 한 '개혁적 KBS사장 선임을 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 공동추천위원회'는 바로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언론의 특성상 KBS 개혁은 검찰 개혁과는 달리, 시민사회와 언론내부의 개혁세력이 힘을 합칠 때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KBS 이사회의 서동구씨 제청 발표를 보며 우리는 실망감을 감출 길 없다. 과연 노무현 정부에는 KBS 개혁의 밑그림이 있는가? KBS 개혁의 첫 단추가 될 사장임명에 원칙은 있는가?

'서동구 내정설'에서 '서동구 임명제청'까지...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다.

우리는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사석에서 했다는 "KBS 사장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있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그나마 절반의 믿음 속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역정 속에 묻어있는 언론개혁의 의지를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KBS 개혁의 '의지'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뒤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주변으로부터 흘러 나온 이야기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서동구 내정설'.

2월 말, KBS 내부와 방송계 주변에 서동구라는 생소한 이름 석자가 느닷없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서동구 내정설'은 말 그대로 '설'일 뿐이었다. 1980년 해직기자 출신에 노무현 후보의 언론고문 역임...대통령 측근실세의 사촌동생...197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파트 특혜분양사건의 관련자...바로 내정설의 주인공이었다.

물론 서동구씨가 선거가 끝난 뒤에도 하마평에 오를 정도면 서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으리라 짐작된다. 내정설의 진원지로 지목되던 이모씨가 오늘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동구씨가 사장이 된다면 KBS는 역대로 가장 훌륭한 사장을 맞게 될 것"이라 말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서동구씨가 언론개혁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릇 인사에는 원칙이 있는 법이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적재적소'는 인사의 기본원칙이다. 정실인사의 비판과 권언유착의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언론개혁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서동구씨는 공영방송 KBS 사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이사회는 정녕 거수기인가? 서동구씨 제청사유를 국민앞에 밝혀야 한다.

서동구 내정설이 나돈 지 꼭 한달 뒤, KBS 이사회는 2주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4차례의 준비회의와 단 1차례의 후보선정회의를 거쳐 서동구라는 인물을 공영방송 KBS의 사장으로 결정했다.

앞서 KBS 이사회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요구한 사장추천위원회를 받아들이는 듯하며 '공개추천'방식으로 사장제청절차를 진행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공동추천위원회'가 제시한 개혁성 정치적 독립성 전문성 도덕성 경영능력 등 5가지 추천기준을 그대로 베끼다시피해서, 나름대로 제청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이번에야말로 KBS 이사회가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고 사장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자질검증과 여론수렴을 거쳐 제대로 KBS 사장을 제청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11명의 KBS 이사들은 역사적 책무와 국민적 기대를 하루아침에 져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KBS 이사회는 이렇다할 서동구 사장제청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서 서동구씨가 사장후보로 추천되었고, 자질검증이나 비교분석 없이 5번의 되풀이된 비밀투표에 의해 서동구씨로 최종 결정됐다는 것이 전부다.

과연 방송법이 정한 최소한의 제청사유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결정이 올바른 결정인가? KBS 이사회가 공언한 공개추천은 그저 요식행위였단 말인가?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공동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이형모, 성유보, 정연주 3명의 후보를 비롯해 공개추천절차에 따라 접수된 모두 171건 46명의 후보는 들러리였단 말인가?

국민을 대신해 사장제청을 맡은 KBS 이사회는 이번 서동구 제청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한다. 또한 제청사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만일, 이번 사장제청이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뤄졌다면 이사회는 응당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서동구씨는 스스로 용퇴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우리는 서동구씨의 용퇴만이 다가올 파국을 막는 길이라고 본다. 그래서 서동구씨는 과거 독재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싸운, 존경받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KBS 이사회 제청에 대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서동구씨의 KBS 사장임명 제청을 거부하고 KBS 사장선임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이사회의 졸속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24일
개혁적 사장선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공동추천



[민주노동당 성명서]
- 서동구씨 사장 재청을 철회하라


KBS이사회가 신임사장에 서동구씨를 임명 재청하기로 의결한 것은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할 공영방송을 다시금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기 위한 수순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절차적 정당성과도 거리가 멀다.
첫째, 정치권력과 무관하여야 할 공영방송의 사장에 노 대통령과 지근 거리에 있는 인사가 선임된다면 정치적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더욱이 서동구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당시 노 후보의 언론고문이었으며 노 후보의 후원회장이었던 L씨와 사촌간으로 이것은 명백한 정실인사이다. 만일 서동구씨가 사장으로 선임된다면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권언유착의 사례로 규정될 것이다.

둘째, 시민단체와 KBS 노동조합 등이 추천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에 다름 아니다. 공영방송을 사장을 선임하면서 국민적인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으면서 이사회를 앞세워 전횡을 일삼은 것은 구시대적인 인사 폭거에 다름아니다. 이것은 절차적 민주성을 훼손하여 이사회의 전횡에 의해 선임된 것은 커다란 문제이다.

아무리 청와대가 KBS사장선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들 이것을 곧이들을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시민사회단체와 KBS노동조합의 추천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굳이 서동구씨를 KBS의 신임사장으로 재청한 KBS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권력의 시녀를 자청한 반언론적 반민주적 폭거이다.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야할 공영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드는대 앞장선 KBS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두 눈을 부릅뜨고 KBS사장 인선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눈과 귀에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03년 3월24일
민주노동당 대변인 이상현



[KBS프로듀서협회]
- 서동구씨는 KBS사장 제청을 스스로 거절하라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KBS이사회는 지난 3월 22일(토) 오전 10시,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으로 서동구씨를 제청했다. 제청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과반수 달성을 위해 무려 다섯 번의 투표를 거쳤다고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정부의 정직함을 믿었던 우리들은 이번 KBS사장 제청 과정이 지금 우리사회 희망의 원동력인 참여정신을 훼손하려는 일부 세력의 음모이며 국민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먼저, 사장 제청과정에서 보여준 KBS이사회의 反독립성, 종속성을 엄중 규탄한다.
새 시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KBS이사회가 일부 <反개혁>세력의 음모와 압력에 굴복하고, '미안하다', '늦었다', '어쩔 수 없다'라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앞장서 노력해야 할 KBS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사회의 졸속 결정은 또한, 한국사회의 원로로서 이사들이 지켜야 할 품위를 고려할 때 스스로의 권위와 자부심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KBS이사회는 언론노조KBS본부를 포함, 35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KBS사장추천위원회의 노력과 배려를 애써 외면하였고, 무려 46명에 이르는 추천후보에 대한 검증도 단 이틀만에 끝내는 우(偶)를 범했다. 추천후보들의 검증과 관련, '(이사회가) 국정원처럼 검증할 수는 없다'는 변명은 결과적으로 참여의 정신과 투명성의 원칙을 무너뜨린 범죄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한국사회의 건강함과 저력을 믿는 우리는 이번 제청과정이 KBS 개혁과 언론개혁, 나아가 사회개혁의 지향과 노력을 거스르는 反개혁 세력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 믿으면서, 노대통령 후보의 특보로서 헌신한 바 있는 서동구씨가 노대통령을 위해서라도 KBS사장 제청을 스스로 거절하기를 간곡히 권유한다.

언론은 곧고 바름에서 출발한다. 혹여 서동구씨가 '일단 KBS사장으로 간 뒤 열심히, 잘 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正論直筆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 깊이 성찰해 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KBS이사회가 다시 공개적이고 투명한 검증절차를 거쳐 사장 제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KBS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KBS를 문자 그대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게 하는 길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우리는 깨끗하고 투명한 검증 및 제청절차 없이 KBS사장이 결정되는 그 어떤 부당한 음모에 대해서도 총의를 모아 끝까지 싸울 것임을 천명한다.

2003. 3. 24.
KBS프로듀서협회



[전국언론노조 성명서]
- 권력의 거수기 KBS이사회를 규탄한다!
낙하산 사장 서동구씨는 스스로 물러나라!


우리가 가장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졌다.
어제(3월 22일) KBS이사회가 서동구씨를 KBS의 사장으로 임명제청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KBS이사회는 서동구씨를 선출한 직후 "어쩔 수 없었다"는 의미 있는 한마디로 서동구씨를 선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권력의 거수기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KBS이사회의 한심한 작태를 규탄하며 낙하산 인사가 분명한 이번 결정에 불복할 것임을 선언한다.

서동구씨는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특보, 대통령 측근 L씨의 사촌 동생,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특혜분양 사건 연루자 등, 우리나라 최고의 공영 언론사인 KBS의 수장이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결점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동구씨는 오래 전부터 노 대통령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으로 KBS 사장 내정자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 소문을 확인시켜 주듯 마침내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이 역대 군사독재 정권이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방법과 어떻게 다른 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오히려 후보의 자격만 놓고 본다면 서동구씨는 역대 KBS의 그 어느 사장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우리의 평가다.

이번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하여 우리는 전국 350여 개 시민단체와 함께 뜻을 모아 KBS 사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국민참여 정부의 의지와 언론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열망을, 권력의 음모를 감추려는 도구로 악용하고 말았다.

우리는 서동구씨를 인정할 수 없다. 국민들의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서동구씨 스스로가 먼저 KBS 사장직을 고사할 것을 촉구한다. (끝)

2003년 3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노무현대통령은 KBS이사회의 사장 임명 제청을 거부하라!]
- 절차적 명분 없는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


13년이다. 盧태우대통령에 의해 徐기원씨가 그랬듯이, 盧무현대통령에 의해 徐동구씨가 KBS사장에 선임되려고 하고 있다. 허울 좋은 추천도 `내정`, 아니 쉬운 말로 낙하산을 위한 들러리였다. 12년 전 미국은 걸프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 아들 부시가 다시 제2의 걸프전쟁을 벌이고 있다. 추한 역사가 크고 작은 모양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KBS사장의 거수기 추천과 미국의 걸프전쟁 사이에는 강한 유사성이 있다. 내세우는 목표의 허울 좋음에 비해 절차적 명분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KBS의 개혁을 내세우지만 미국이 내심 석유를 탐내듯, 정권은 KBS를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탐을 내고 있다는 의혹을 살뿐이다.

이성의 냉정함을 제치고 분노가 솟는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소박한 믿음이 송두리째 부정을 당하는 느낌이다. KBS의 직원들은 물론 전국의 언론민주화를 기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대했던 `민주적 절차에 의한 사장 선출`에 대한 기대가 또 다시 짓밟히고 말았다. 국민참여 정부, 노무현대통령이었기에 배신감과 실망은 더 크다.

서동구씨라는 사람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도덕성과 자질 논쟁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사전 내정으로 거수기 이사회를 거친 절차의 민주성 결여, 그리고 이사회 찬성표 매집을 위해 KBS내 수구보수 기득권세력과 벌인 야합이다. 친일파의 지원을 업은 이승만씨가 민주주의를 할 수 없었던 것과 같다.

지난 `90년 4월, 우리의 비장감이 지금 KBS노조 집행부와 직원들의 심정과 다르지 않았다. 쉽게 살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안다. 누가 사장이 되건 방송이 어떻게 나가건 무심하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 더 나아가 우리가 힘겹게 불의에 저항해도 손에 잡히는 승리는 얻기 힘들다는 것도, 그 저항으로 인해 개인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피해를 볼 것도 잘 안다. 그런 와중에 불의의 편에 기생해서 일신의 영달을 구하는 사람도 주위에 많다는 것 역시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투쟁의 길에 나서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우리가 걷고 있는 방송인의 자리는 시청자, 시민들에게 위탁받은 `책임`이 함께 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 마지막 희망 하나를 놓고 기다려 본다. 대통령이 추천된 사장 후보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거나 미룰 것에 대한 희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의심했던 `사전 내정`은 부정되는 것이고, 이사회의 결정은 우려되던 대로 일부 수구세력의 음모적 책동에 기인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늘 아침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청와대 불개입설"이 이런 기대를 갖게 만든다. 끝으로 노무현대통령이 `90년 4월 투쟁의 의의를 기리며 썼던 글의 결론 부분을 인용하며 그 정신이 아직 살아 있기를 기대한다.

싸우지 않고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그 싸움은 우리의 가슴속에 뜨겁게 살아있는 것이다. 의로운 저항만이 역사의 문을 밀어 제치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미 그 문이 조금씩 열려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만 숨죽이고 있을 뿐 결코 뒤로 밀려나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지막 희망마저 무산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노조집행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13년 전 택했던 투쟁의 길에 다시 나설 것이다. `싸우지 않고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우리의 투쟁은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2003. 3. 24
KBS 90년 4월방송민주화투쟁 구속동지회



[기자협회 성명서]
성명=서동구씨의 용퇴를 촉구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서동구씨는 이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은 서씨에 대한 이사회의 사장임명 제청을 거부하길 촉구한다. 우리는 또 서씨가 스스로 사장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강력히 밝힌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나라 최대의 공영방송인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다. 서씨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언론고문으로 활약했다. 특히 이번 임명 과정에 노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냈으며 가까운 인척 사이인 이기명씨가 깊숙히 개입했다는 언론계의 지적으로 볼 때, 우리는 서씨가 KBS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지켜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공영방송의 중립성, 독립성을 지켜낸 정부로 평가받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둘째, 그의 취임은 새 정부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논란을 다시 한번 불러와 국론을 분열시킬 우려가 크다. 그는 1978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신문사 편집국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아파트를 부당하게 분양받은 사실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 이어 노무현 정부의 인물선정 잣대가 이중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서씨를 임명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만 불러올 우려가 많다.

셋째, 서씨가 방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솔직히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서씨가 80년 신군부의 언론탄압에 맞서다 해직되는 등 그의 소신과 인품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그가 공중파 채널 2개, 국제방송, 라디오방송 등을 지닌 대형 공영방송을 이끌 만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지금 방송계는 시장개방 등 뉴미디어시대를 앞두고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그가 만일 사장 후보를 용퇴한다면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선배로 영원히 기록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의 용퇴는 이 문제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 참여정부의 개혁 추진이 훨씬 힘을 얻게 될 게 틀림없다.

2003년 3월 24일
한 국 기 자 협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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