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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무현이 발언하면 국민은 냉소짓나
[폴리티즌의 눈] 국민의 학습효과와 판단 능력 무시, 실패자의 길 걸어
 
도민   기사입력  2007/01/16 [16:01]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무현이 겪고 있는 위기는 자신의 과제를 너무 빨리 이룬 탓이라고 지적한 정치학자가 있다. 그에 따르면 노무현의 비극은 정치 개혁이 급격하게 성취된 탄핵과 총선이후부터 시작된다.
 
국민들은 정치 개혁을 넘어 양극화 등의 문제 해결을 기대했지만 노무현은 정치 개혁외에 다른 준비된 프로그램도 없었을 뿐더러 대연정 등의 제안에서 보이듯 본인 스스로 계속 탄핵 이전의 상황만을 고집함으로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나는 그 학자의 지적에 동의한다. 그의 지적은 디제이와 비교하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디제이의 과제인 햇볕정책은 임기말까지 끝없는 공격에 시달렸다. 이회창은 퍼주기라는 비난을 넘어 임동원 통일부 장관해임이라는 칼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이회창의 공격은 디제이를 살렸다. 햇볕정책을 살리기 위해서, 더 정확하게는 반공 냉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상당수 국민들은 미워도 디제이를 밀어줘야 했다. 국민들에게 '퍼주기 좌파 정권이냐, 메인스트림이냐'의 선택을 요구했던 이회창은 대선에서 '이회창되면 전쟁난다'는 답을 받은채 낙선했다.
 
디제이와 노무현의 엇갈림은 국민들의 참여에서도 드러난다. 디제이의 햇볕정책을 위해 국민들이 참여할 몫은 그리 많지 않았다. 투표에 참여하거나 금강산으로 관광가는 정도다. 반면 노무현의 정치개혁은 탄핵 국면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들에 힘입어 성취됐다. 이건 사소한 차이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해 국민들은 햇볕정책의 성과를 놓고 주장할 자기 몫이 그리 크지 않았다. 반면 노무현에겐 받아야할 몫이 많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 '이제 과반까지 만들어줬으니 넌 뭘 내놓을래?'다.
 
비극은 여기서 본격화된다. 디제이는 연설때마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의 도움으로...'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임기초부터 그랬고 아들 비리로 몰리면 몰릴수록 그런 수사는 늘어났다. 반면 국민에게 빚을 진 노무현 정권에선 희한한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과반을 만들어주고 대통령을 살려낸 국민들은 공치사를 받긴 커녕 '국민은 주로 틀린다.' '조중동에 세뇌된 국민들' '대통령은 21세기에 살고 있건만 아직도 독재시대에 빠져있는 국민들'이란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여론이 들끓은 뒤로 비아냥은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노무현의 연설에선 디제이와 같은 수사를 듣기 어렵다. 그의 성격상 그럴 것이다. 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냐고? 그러면, 좋다. 탄핵때 거리로 나온 국민들에게 이 정권이 어떤 선물을 줬는지 내게 말해주면 된다.
 
나는 지금도 의아하다. 왜 그렇게 노무현과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모든 공을 독차지하려 드는지 말이다. 탄돌이들은 자기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대통령에게 끝까지 충성해야 한다는 일부 지지자들의 열변을 보라. 그 말에 깔려있는 봉건성은 차치하겠다. 말은 바로하자. 그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왜 그런 공까지 대통령이 다 독차지해야 한다고 고집하는가? 그렇게 국민들이 같잖아 보이는가?
 
그런 점에서 지금 개헌 국면에 냉소를 보내는 국민들이 조중동에 세뇌된 탓이라든가 의식수준이 낮아서 그렇다는 일부의 비아냥은 본질을 잘못 보아도 한참 잘못 본 이야기다. 거꾸로 지금의 냉소는 대한민국 국민의 학습 속도가 얼마나 빠르며 영악한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국민들은 이제 안다.
 
87년 이후 최초로 여대야소를 만들어줘도 달라지는건 없다. 노무현 류의 정치 개혁은 내 삶을 본질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당장 노무현이 8년 대통령 한다고 달라지는건 뭔가? 대연정해서 영남에 친노직계 인사 몇이 국회의원 뱃지를 달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는가?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정치를 넘어선 그 '무엇'이다. 국민들이 '무엇'을 명료하게 모른다고 비웃지 말라. 내가 보기에 노무현과 열우당, 열렬 지지자들은 '무엇'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앞에 말한 정치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국민은 탄핵 이후로 나아가건만 대통령은 계속 탄핵당시에 머물러있었다.'
 
난 대한민국엔 국민보다 잘난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한동안은 소위 보수 진영에서 포퓰리즘에 휘둘리네, 인터넷 광풍에 놀아나네 비웃더니 자칭 진보개혁진영조차 국민 수준이 낮아서 이 모양이네 어떠네 손가락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분들에게 정중히 권한다. 수준 맞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로 이민가시라. 그래서 그 곳 국민 수준이 어떤지 내게 말해주시라. 부시가 8년간 대통령하는 미국? 말 않겠다. 프랑스? 네오 나치가 15프로 이상의 지지를 받는 나라 말인가? 수십년전 벌어진 알제리인 학살 사건의 진실이 아직도 규명안되는 나라 말인가?
 
다른 나라를 폄하하려는게 아니다. 어느 나라든 국민과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지 않으며 국민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이해를 추구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 이해관계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수준이 낮다고 비아냥을 들을 그런 성질은 결코 아니다.
 
하기야 노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심정을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정치개혁하래서 죽어라 했더니 왜 나머지 보따리가 없냐고 따지는 국민들이 야속하기도 하겠다. 그런데, 그게 바로 우리 국민들의 역동성이며 이 나라를 발전시켜온 힘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이 그런 수모를 겪었다.
 
박정희가 경제발전 이룩했다고? 민주화 안했잖아. 전두환, 노태우가 경제는 잘 풀었다고? 학살범 주제에. 김영삼이 군부독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앴다고? IMF 불러온 주제에 큰소리는. 디제이 덕에 남북관계가 바뀌었다고? 친인척 비리를 잊었니?
 
그런 점에서 욕먹을 거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내 보기에 자기 입맛에 맞는 국민들과 함께라면 대통령 못할 사람 별로 없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정치공론장 폴리티즌'(www.politizen.org)에서 제공한 것으로, 다른 사이트에 소개시에는 원 출처를 명기 바랍니다.    
*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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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16 [16: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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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안세력 2007/01/27 [08:14] 수정 | 삭제
  • 노무현과 그의 고향측근 몇몇의 개판이 정국을 어렵게
    만든 원인입니다
  • 라라 2007/01/19 [20:39] 수정 | 삭제
  • 그렇게 노통을 미워하고 비난해서 식물대통령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당신이 기거할 집(진보의 씨앗)까지 무너지고 있소...
    당신도 한나라당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당신이 지지했으니까 당신이 원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 모양인데.. 대통령은 지지자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국민의 대통령이지요..
    반기문총장이 한국이 밀어줬다고해서 유엔(세계)의 총장이지 한국의 총장이 아닌거와 마찬가지입니다